잘못된 원인분석으로 마련 중인 농안법 개정안

최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aT(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3~2017)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율 통계’를 공개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기준 34개 품목의 주요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평균 49.2%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품목별 유통비용률은 △고구마 69.3% △봄감자 67.9% △양파 66.4% △가을무 63.9% 등의 순으로 높았고, 가장 낮은 유통비용률을 나타낸 품목은 △쌀 27% 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높은 농산물 유통비용의 원인을 “공영도매시장 내 유통구조가 오랜 기간 고착화되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뒷받침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주장은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율 통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주장이다. 또한 유통비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으로 인해 엉뚱한 원인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농산물 유통의 기본적인 사실관계 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영도매시장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집는 내용의 농안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고구마 유통비용율, 도매단계 7.1%… '소매단계 39.6%’

우선 박 의원의 주장부터 팩트체크 해 본다. aT로부터 제출받았다는 농산물 품목별 유통비용률에 대한 데이터는 모두 ‘aT농산물유통정보(KAMIS. www.kamis.or.kr)에 공개된 자료이다. 박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 품목별 유통비용율과 aT농산물유통정보의 데이터를 비교해 본 결과 같은 자료임을 확인했다.

박 의원 주장의 핵심은 “공영도매시장 내 유통구조가 오랜 기간 고착화되어” 유통비용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고구마 69.3% △봄감자 67.9% △양파 66.4% △가을무 63.9% 등의 유통비용율을 제시했다.

과연 그럴까? 박 의원은 단계별로 구분되어 있는 해당 데이터를 왜곡하고 있다. 농산물 품목별 유통비용율 데이터는 △출하단계 △도매단계 △소매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각 단계별 유통비용율을 더한 것이 해당 품목의 유통비용율이 되는 것이다. 이는 밭에서 수확된 농산물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까지 발생되는 유통비용 전체를 소비자가격(100%)을 기준으로 나타낸 것이다.

고구마의 유통비용율은 69.3%이다. 이는 △출하단계 22.6% △도매단계 7.1% △소매단계 39.6% 로 구성되어 있다. 박 의원은 높은 유통비용의 원인으로 공영도매시장의 고착화된 유통구조를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도매단계에서 발생되는 유통비용율은 7.1%에 불과하다.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의 안정에 이바지 하려는 목적이라면 가장 높은 유통비용율을 차지하고 있는 소매단계(39.6%)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시장도매인·상장예외확대…결론을 위한 욱여넣기식 해법

또한 박 의원은 “aT가 제출한 ‘최근 5년간(2013~2017년) 주요 농산물의 유통비용율 통계’를 분석한 결과, 주요 농산물 조사대상 34개의 품목 중 38.2%(13개)는 2013년 대비 2017년 유통비용이 오히려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장도매인제 확대, 상장예외품목 인정의 범위 확대 및 명확화, 정가·수의매매 확대 등 유통구조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통비용에 대한 문제를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제도로 풀어내겠다는 접근이다. 그러나 박 의원이 지적한 유통비용율 상승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해당 농산물 가격이 2013년 대비 2017년에 낮아졌기 때문에 유통비용율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통비용율은 소비자가격(100)을 기준으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수치화 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가격이 낮아지면 고정비 성격의 유통비용은 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유통비용율의 상승만으로 “유통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박 의원이 주장한 “시장도매인제 확대와 상장예외품목 인정 범위 확대 및 명확화”를 유통비용율 축소의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이미 짜여진 틀 속에 욱여넣으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상장거래(도매시장법인)와 시장도매인, 상장예외품목은 모두 도매시장까지 동일한 출하단계를 거친다. 농업인 출하자가 이들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도매시장까지 출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은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 상장예외품목은 모두 농업인 출하자로부터 위탁수수료를 징수한다. 특히 시장도매인과 상장예외품목은 농업인 출하자와 1:1 상대거래를 통해 판매마진도 취할 수 있다.

농업인 출하자가 위탁거래가 아닌 정가수의매매 또는 1:1 상대거래에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유통인들보다 많은 산지 및 소비지 정보와 강력한 거래교섭력을 가져야만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유통비용 감소와 소비자 이익은 별개… ‘유통비용 감소≠소비자 이익’

박 의원이 마련 중인 농안법 개정안에는 ‘시장도매인 도입 의무 강제’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수집기능과 분산기능을 분리시키고 있는 농안법 취지와 다르게, 마음대로 수집과 분산을 할 수 있는 유통주체이다. 또한 대량거래를 통한 거래총수 최소화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도매시장의 원리와도 맞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박 의원은 시장도매인 도입의 목적으로 유통비용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도매인은 도매시장의 견제와 균형,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를 위해 분리시킨 ‘수집기능’(도매시장법인)과 ‘분산기능’(중도매인)을 하나로 뭉뚱그린 유통주체일 뿐이다. 기계적인 기능 통합은 사업권에 대한 문제일 뿐, 유통비용 절감의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설령 유통비용이 감소하더라도 그에 따른 이익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돌아갈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농안법의 규제범위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거래, 시장도매인 및 상장예외품목의 위탁거래 까지가 한계이다. 이후 발생되는 중도매인, 시장도매인, 상장예외품목의 판매마진은 규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공영도매시장을 만들어 농산물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상장거래원칙을 확립시킨 이유는 자유거래를 일삼던 도매상(시장도매인의 전신)의 전횡과 횡포 속에서 농업인 출하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정보통신과 경제발전에 따라 유통환경이 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농산물의 제대로된 가치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곳은 공영도매시장 뿐이다. 더욱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경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는 상장거래를 위협하는 것은 농업인 출하자와 소비자 누구에게도 유리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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