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폭락 대책, 품목 불문 ‘선제적 산지폐기’

문재인농정이 사실상 ‘3무(무책임 무관심 무대책)’정책이라는 지적은 정권초기부터 시작됐다. 쌀값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밥쌀용 쌀 수입 건에 대해, 박근혜 정부 정책을 그대로 승계했다. 5월 취임했고, 6월 수입쌀 지정 고시를 냈다. 쌀값 안정을 약속했던 정부였기에, 농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100대 과제로 내걸었던 쌀목표가격 인상, 농산물 최저가격안정제도 등 농정공약의 정체성을 흔드는 계기로 인식됐다.

문재인농정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 근원은 무엇보다, 산지 농산물 가격 폭락에 있다. 소득지원, 직불제, 복지 등 갖가지 행정사업의 출발점은 농민들의 ‘직접 기른 농산물’에 기준을 두고 있다. 아무리 소득지원이 넘친다 해도 직접 재배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없다. 풍작을 이룬 농산물 가격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바닥세가 이어진다면 이 또한 농민의 울분으로 자리한다는 게 농업계의 정설이다.

축종 품종을 불문하고 농축산물 가격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품목 쏠림’과 ‘과잉 생산’을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내세우고 대책에 나서고 있다. 반면 농가들은 수입개방의 후유증을 첫손으로 꼽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농산물 수급대책으로 ‘산지폐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월동배추를 시작으로 대파, 무, 양배추, 쪽파 등의 연쇄적 가격 폭락 사태를 맞았을 때, 정부는 ‘선제적 산지폐기’를 선택했다. 농작물을 애지중지 키웠던 ‘농업·농민의 정서’를 그대로 짓밟는 수순을 진행한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가장 쉬우면서, 가장 무관심한 농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농민들의 지적이다.

농민들은 최저가격보장제의 설치와 수입농산물에 대한 제반 안정장치를 요구해왔지만, 한쪽에선 산지 배추가 폐기되고, 다른 쪽에선 김치수입이 늘어나는 상황을 맞았다. 이전 정부의 농산물 수급조절 즉, 가격 높으면 ‘수입산 방출’, 폭락하면 ‘산지폐기’의 전철을 그대로 전수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15일 농정개혁 토론회에 참석한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채소류 가격이 반토막 나고 있는 것은, 정부나 농민이 국민의 식생활패턴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외식중심으로 식생활이 바뀌면서 축산물과 신선채소의 소비가 줄었고, 농정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산지폐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현 시점에서 당장 수급안정과 농가보호를 위해 산지폐기 조치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미 수입개방으로 내수시장이 붕괴된 농산물 시장에 대해 보호 장치를 마련하겠다던 정부의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농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결국 ‘비현장성, 비현실성, 비실효성’인 문재인 농정이 ‘미래 지향적’ ‘농정의 틀을 바꾸는’ 변화를 맞고 있다는 설명은, 농민의 신뢰가 전혀 없는 사상누각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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