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020년 예산배정, 재정분권 이유로 4% 줄여

문재인정부의 ‘농업홀대’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짜놓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 총예산은 6.2% 늘린 반면, 농수산식품 부문은 4.0% 줄였다. 또 깎은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기재부의 이같은 ‘농업지출 줄이기’ 예산배정 메카니즘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2020년도 예산 요구 현황’ 보도자료를 내고, 2020년도 예산·기금의 총지출요구 규모를 역대 최대인 498조7천억원 발표했다. 이는 올해보다 6.2% 29조1천억 증가한 규모이다. 기재부는 이를 기준으로 각 부처별 예산요구 사항과 협의를 거친후 최종 정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9월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예산안 실링(ceiling. 기재부가 정하는 부처별 대체적 요구한도. 지출한도)을 정하면서 농업부문 예산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확정될 예산과 다르다는게 정부측 설명이지만, 2019년 예산 짤 때 4.2%에 이어 내년 예산 배정에도 4.0% 줄인 것이다. 2020년 농림·수산·식품분야 지출 요구액은 19조2천억으로, 올해보다 약 8천억 삭감한다는 내용이다.

기재부측은 현정부의 재정분권 계획에 따라 대규모의 지역밀착형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됐기 때문에 이를 떼어낸 예산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농업분야는 마을가꾸기사업 등 기초생활 인프라사업이 지방이양되면서 1조2천억원을 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2.3% 실질적인 증액 효과가 있다는게 기재부측 주장이다.

농식품부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기획재정담당관은 “실질적인 효과를 따졌을 때 재정분권을 고려하면, 기재부의 지출한도액이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또한 농식품부도 해당부처 입장에서 별도의 예산요구안이 준비돼 있다. 밝힐 수는 없으나 ‘상당히 많은 액수’, 두자릿수 증가율분의 예산요구액을 이미 제시해 논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담당자는 “올해도 당초 실링보다 7천600억에 달하는 예산을 더 확보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실이 반영된 정부예산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예산안과 관련된 농업계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우선 기재부가 1% 삭감하는 예산 기준을 정할 때마다 이를 원상 회복하거나 삭감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배가 된다는 게 농업계 여론이다. 기재부가 국가재정법을 근거로 지출한도를 정하고, 이를 통보하는 식의 대국민 보도자료를 내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는게 농업계 지적이다.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직접 챙기기’ 공약이 무색한 이유는, 법률에 근거한다는 이유로 기재부가 지출한도를 일방적으로 깎아도 아무런 장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현 예산안은 지난해 기재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농림분야 예산을 매년 1천억씩 줄여나가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쌀목표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려는 기재부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내용도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기재부는 문재인정부 초기에 꾸려진 ‘지출구조 개혁단’ 회의 때마다 농식품분야 쌀변동직불금 개편을 지시해왔다. 

양곡산업에 치우친 직불금 지급으로, 쌀과잉 생산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가격지지정책이 수요와 무관한 생산만 유발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예산축소를 유도해야 한다는게 기재부의 뜻이다. 매년 2조원 안팎 농업관련 직불금 예산 마저 삭감대상으로 정조준된 상태이다.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특별팀(TF)이나 농특위, 농업계가 염두해 둔 ‘공익형직불제 2022년 5조2천억 목표’와는 현실적으로 온도차가 큰 대목이다.

이에 한농연과 축단협은 19일 성명을 내고 “농업계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는 공익형 직불제 개편, 청년농업인 육성, 농업재해보험 및 농업인 안전보험 확대, 가축 사육환경 개선 등 농정과제 해결을 위해선 대대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러한 농업계 상황은 전혀 고려치 않고 일방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기재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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