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업기술명인 장수용 씨

전북 김제시 소재 한마음영농조합법인 장수용 대표는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됐다. 남들보다 뛰어난 쌀농사 기술을 갖고 있지 않지만 그가 명인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닌 다같이 살고자 했던 공동 농업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혼자는 빨리 갈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함께 가면 느리지만 끝까지 갈 수 있다’라는 소신을 지켜온 장수용 명인은 15년 긴 시간동안 영농법인에 참여하고 있는 28농가와 함께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 다같이 의논하고 다같이 참여하는 공동 농업은 한마음영농법인의 강점이다.

 어느새 그가 설립한 영농법인은 전국 최고의 채종단지로 꼽힐 정도로 명성을 쌓고 있다. 소득도 일반 쌀농사가 20% 이상 높다. 올해부터는 쌀 판로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계획이다.


시험재배 참여, 계약재배의 씨앗이 되다

장수용 명인은 본래 임가공, 도매업 등 부모님이 하시던 사업을 이어오다 IMF 위기에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1997년 농사꾼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첫해 지은 쌀농사는 보기좋게 실패했다. 비료를 너무 많이 줬더니 영양이 과해 벼들이 쓰러져 수확량이 형편없이 떨어진 것이다.

초보 농사꾼이 안타까워 동네 주민들이 알려주는 것을 곧이곧대로 현장에 반영하다 보니 벼가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이때 장수용 명인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기술, 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과 방법, 경험에 의지해서 농사를 짓기 보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고 싶었다.

그길로 그는 김제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다. 생육에 관한 교육, 농가 경영에 관한 교육을 배웠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농촌진흥청, 도농업기술원을 찾아가 쌀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실무를 익혔다. 오로지 쌀농사를 잘 짓고 주변농가들과 함께 잘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쉼없이 배웠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받은 교육은 훗날 그가 명인으로 선정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어느날엔가 농촌진흥청에서 연락이 왔다. 현장 실험이 가능한 농가로 명인의 논이 선정됐다는 것. ‘장수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입소문이 돌았던지 그가 선정된 것이다. 시범재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기관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말 그대로 농촌진흥청과는 ‘궁함’이 맞았다. 1990년대 후반에 했던 직파 실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신품종 시범재배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장수용 명인은 “시험재배가 까다롭고 번거롭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 농업인들에게 보급될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지고 보면 시험재배에 참여하는 것이 대한민국 농업 발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결코 소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종단지 조성, 농가들 참여 이끌어

2004년 5월 장수용 명인은 ‘한마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농촌진흥청이나 국립종자원 등 기관에서 보급종이나 신품종 종자 공급을 위해 매년 농가와 계약재배로 채종포를 조성하는데 이를 눈여겨 본 장수용 명인이 이웃농가들을 설득해 채종단지 도전에 나선 것이다. 현재는 쌀 채종포 단지 40ha, 보리 29ha에 이른다.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영농법인이 애초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조합 설립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그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영농법인을 구성해서 채종단지도 만들고 기관에서 하는 시험재배에 함께 하자고 주변농가들을 설득했을 당시 농가들은 탐탁치 않게 여겼다. 아들보다 어린 사람이 자꾸 같이 하자고 하니 못마땅했던 것이다.

누군가는 ‘사기치지 말라’, ‘어린 네가 뭘 안다고 나서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이때 장수용 명인은 포기하기 보다는 농가들에게 신뢰를 얻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쌀농사는 1년을 주기로 하는 일이라 실적을 보여주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해 정부기관과 계약을 맺어 농사를 짓고 조합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입증해 보이니 그의 주장은 신뢰를 쌓게 된 것이다. 

그렇게 5~6년 꾸준하게 진정성을 갖고 농가에게 다가갔다.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농가에 성급한 마음으로 대처했다면 지금의 한마음영농조합법인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28농가가 조합과 함께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채종단지는 일반 벼 재배하는 것과 다르게 더 까다로운 규격에 맞게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하면 일반미보다는 약 20% 이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일부 논에는 특수미를 재배한다. 수량이 일반비보다 적지만 상품화했을 때 쌀보다 3~5배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주식(主食)의 가치를 이어가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다. 쌀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은 주식인 쌀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전국민의 식탁에 올라가는 쌀농사를 짓는다는 자부심, 농사를 짓는 데는 돈도 중요하지만 농업인들이 갖고 있는 철학은 더 중요하다. 농업기술 수준도 쌀 품질의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농사를 짓는 사람의 마음이 그 작물의 생육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자부심으로 세상에 나온 쌀이 점점 푸대접을 받고 있다. 장수용 명인은 그게 안타깝다.

장수용 명인은 2014년 특수미 재배와 가공·유통에도 도전하고 있다. 요즘처럼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기능성 성분이 다량 함유된 특수미는 시장에서 충분히 통하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

그는 ‘적진주’, ‘녹원’, ‘신토흑미’, ‘드림흑향찰’을 조합원들과 재배해 자체 도정시설에서 소포장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생각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기존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수용 명인은 “농업인들이 생산과 유통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유통 분야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 또한 배움을 통해 극복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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