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현장에서 답을 찾는 지평면영농상담소

경기도 양평군은 올해 농정과 행정을 통합하는 변화를 꾀했다. 당장 농업기술센터의 큰 변화는 없지만 통합을 계기로 대농업인 서비스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가 높다. 양평군농업기술센터는 현재 권역별 6개소의 영농기술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6개소 상담소 중 농업 비중이 가장 높고 친환경농업으로 활기를 띄고 있는 곳이 지평면 영농기술상담소이다. 농업인들의 활동이 분주한 터라 지평면 영농기술상담소는 연중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다.

지난해 4월 지평면 영농상담소장으로 부임한 최현경 소장은 농업기술센터 본원에서 20여년간 줄곧 근무하다 처음으로 영농현장에 투입되면서 농업인들과 어색함에 고충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는 ‘똑소리나는 영농소장’으로 농업인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하다.

지평면은 수년전부터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영농상담소를 통해 농업인들의 상담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친환경 농자재들이 가격은 비싼 반면 이름값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농가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최 소장은 향토유황, 유화제 등을 직접 만들어 농가들에게 사용을 권장하고 효과가 좋으면 농가들이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제조법을 알려주고 있다. 농가들은 값싼 비용으로 친환경 농자재를 직접 제조할 수 있고 효과까지 좋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지평면 채소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순우리 안심농장 이순우 대표는 “친환경 농자재에 대한 농가들의 불신이 큰데다 병충해가 발생하면 급하게 방제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약제가 없어 고민이 크던 찰나에 최 소장은 늘 곁에서 대안을 제시해줘 고맙다”면서 “살균제, 향토유황 등도 직접 구매하려면 비용부담이 크지만 제조법을 알려줘 비용은 절감하고 높은 효과를 보면서 일석이조 이상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최 소장은 농촌지도사로서 20년간 근무해 왔지만 현장 경험이 전무했다. 지난해 4월 영농상담소장으로 발령 받고 고민이 매우 컸다고. 실제로 2018년 한해는 농촌지도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

무엇보다 이론과 현실이 달랐던 점이 발목을 잡았다. 영농현장에서는 교과서에서 배운 증상대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변형 형태의 병충해 증상이 빈번하면서 최 소장은 무척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최 소장은 “지난 한해동안 회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제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스스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배움을 실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면서 “1년간 열심히 현장과 이론에서 배움을 실천하면서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농업인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사(?)님 수준에 도달해 있는 터라 여성 상담소장을 깔보는(?) 경우가 많다. 신출내기 최 소장도 농업인들이 깔보는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다 발령 1주일차에 지역 농협 요청으로 농가들을 대상으로 고추 재배법 강의를 나선 적이 있었는데 강의 이후 최 소장을 여성이라고 무시했던 농가들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농업인들은 그간 경험으로만 알았던 지식을 최 소장이 이론으로 명확하게 설명하자 달리 보게 된 것이다.

덕분에 최 소장의 휴대전화 벨 소리는 늘 요란(?)하다. 농업인들의 상담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한 고추 농가의 민원으로 농장을 방문해보니 묘목 상태가 심상치 않아 진단키트로 확인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파악하고 묘목을 공급한 육묘장과 분양된 농가들에게 신속하게 연락해 전량 회수 조치를 실시, 농가들의 큰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도 했다.

지평면은 다양한 농특산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최근 떠오르는 주력 품종은 고추와 콩이다. 지역 농협과 전량 계약재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농가들의 참여가 매우 높다. 덕분에 최 소장은 고추와 콩에 대한 재배법 강의로 늘 분주하다. 새로운 재배법과 새로운 병충해 방제법을 강의하기 위해 늘 노력할 수밖에 없지만 농가들의 만족도가 높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비가 빈번한 날이면 각종 병충해 발생이 빈번해 농가들의 상담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되도록 많은 농가들을 현장에서 만나 답을 주겠다는 소신으로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많지만 더 급한 농가들의 민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전혀 힘들지 않다고.

끝으로 최 소장은 “농업인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것이 상담소의 역할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코 힘들지 않다”면서 “농업인들의 절박함을 잘 알기에 영농 현장에서 더 많은 농업인들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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