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국회·시민단체 등 일제히 반대입장 표명

지난달 25일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포기 선언 직후, 이에 대한 반발이 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회 야당, 여당 내부에서도 번지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이미 아스팔트 투쟁 대열을 갖추고 있다. 이번 일로 연대조직을 형성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등 농민단체들은 이달 1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상경집회를 개최키로 잠정 계획하고 있다.

우선 국회 야당들은 논평이나 브리핑을 통해 ‘개도국 포기 선언’에 대한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발표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결정하기 전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을 농업계와 어떤 논의를 하기는 하였는가? 농업계를 설득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하였는가?”라며 따졌고, “농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적 생색내기 대책이 아닌 실질적이며 실효적 대안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또한 논평을 내고 “이후에도 변화되는게 없다는 정부는, 선언적인 말 뿐,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찾기 어렵다”면서 “농업은 산업을 넘어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데도 문재인정부의 농촌무시는 끝이 없다”고 질타했다.

정의당도 같은날 브리핑을 열고 “개도국지위는 특혜가 아니라 안전한 식량공급과 농업·농촌의 가치 등을 지키기 위한 주권국가의 요구가 반영된 당연한 권리”라며 “개도국지위 포기의 효력은 WTO협상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기 전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함께 싸워 나가겠다”고 적극적 행동을 약속했다.

민중당은 논평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게 되면 당장 쌀관세율이 낮아지고, 농업보조총액(AMS) 한도도 축소되는 등 한국의 농산물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진다”고 당장 철회를 주장했다.

국회 농해수위원장인 황주홍 의원은 긴급성명을 냈다. 황 위원장은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더니 이런 반농업적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회 농해수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길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여당측 농해수위 소속인 서삼석 의원은 당정합의로 당론으로 굳어진 개도국 지위 포기에 반기를 들었다. 서 의원은 지난달 24일 민주당내 정책조정회의에서 “태풍피해와 농산물 가격 하락이 거듭되고, 여기에다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겹쳐 농민들은 고통의 연속”이라며 “정부는 개도국 지위 상실로 당장 피해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어떠한 대책도 없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개별 국회의원으로는 농해수위 의원은 김종회 의원(무소속)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것은 대한민국 농업을 포기하는 처사”라며 철회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28일 각 언론사로 보낸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규탄’ 제목의 공문을 통해 “보조금과 관세 효과, 농산물가격의 연쇄적인 폭락 현실 인식, 농가소득 문제 등 종합적이고도 면밀한 대책도 없이 경솔하게 결정해 버렸다”고 단언한 뒤 “이로인해 우리농업은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다. 농민들이 생존을 걸고 분노하고 있는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농업계에서는 농촌지도자연합회 등이 속한 농민공동행동, 한국농업인단체연합 등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철회 촉구와 강경 투쟁을 선포했다. 단위농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등도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29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대통령직속 농특위 박진도 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도국 지위 문제가 발표에 임박해서 농민단체와의 간담회 형식으로 구색을 갖추려 한 것은 아쉬은 대목”이라며 “정부가 농업통상 부문에 있어서는 여전히 농민단체와의 대화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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