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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판매문제의 완벽한 해결사
이헌목 (사)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
2019년 11월 18일 (월) 16:33:38 이헌목 (사)우리농업품목조직화지원그룹 상임대표 .
제스프리는 뉴질란드 키위농민들이 만든 무역회사이다. 제스프리는 농민들이 생산한 키위를 전량 인수하여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경쟁국인 이태리나 칠레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수출하고 있다. 연간수출액은 13억불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전체(가공식품 제외) 수출액 11억불보다 많다.

뉴질랜드 키위산업이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부지원이 많아서? 영농규모가 커서? 키위생산에 적합한 기후와 토양이라서?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 왜냐 하면, 첫째,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농가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 없다. 제스프리에 연구개발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게 전부다. 뉴질랜드는 농업소득의 40%까지 달했던 농업보조금을 1984년부터 3년에 걸쳐 전면 폐지했다. 둘째, 영농규모가 엄청 큰 것도 아니다. 농가 당 평균 5ha가 되지 않는다. 우리 영농규모보다야 크지만, 이태리나 칠레 키위의 영농규모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기후와 토양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다.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100여 년 전에 선교사가 정원수로 가져온 것을 원예전문가가 꾸준히 품종개량을 한 것이다.

뉴질랜드 키위산업도 1997년 ‘제스프리 프로그램’이라는 대혁신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는 경쟁국인 이태리, 칠레의 키위산업과 별로 다른 게 없었다. 1970년대 초에는 지금의 우리 농업생산유통행태와 별로 다른 게 없었다. 농가끼리, 수출회사끼리 과당경쟁을 했다. 과당경쟁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생산자와 수출회사가 수출촉진자조금을 조성하기도 했고, 수출회사 몇 곳을 선정하여 그곳을 통하여서만 수출하기도 했다. 그래도 경쟁이 멈추지 않자 통합생산자조합이 수출을 독점하는 체제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키위는 국제경쟁에 밀려 수출가격이 하락했고, 생산자대표들의 서투른 경영으로 적자가 쌓여 갔다.

1997년 키위농민지도자들의 주도 아래 대혁신을 단행했다. 생산자조직과 사업기능을 겸했던 ‘키위마케팅위원회’를 키위농민과 관련 산업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일종의 농민단체)과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나누었다. 키위농민과 관련 산업종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뉴질랜드키위협회’에는 관련 산업종사자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키위농민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업조직으로는, 1인1표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하던 ‘마케팅위원회’를 주식회사 형태의 ‘제스프리 인터내셔널’로 전환하고, 농업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여 경영을 맡겼다.

농민대표와 키위협회가 추천한 전문가 사외이사가 경영방향을 정하고, 전문경영인을 감독했다. 이후 제스프리는 효율적인 연구개발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키위의 맛, 영양, 안전성을 확보하고, 탁월한 마케팅전략으로 제스프리의 브랜드가치를 높임으로써 ‘뉴질랜드키위는 경쟁국에 비해 단위 소득은 두 배 높고, 생산성은 50%가 높은’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농민들이 생산한 키위만 사주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일본의 농민들과 계약재배한 키위까지 책임판매하고 있다. 단순히 수입상에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수출국의 소매상에게 공급하는 단계까지 책임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키위의 생산, 관리 및 수출국의 도매단계까지 제스프리가 주도하고 있다. 이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당연히 제스프리의 것이 되고, 제스프리의 이익은 주주인 뉴질랜드키위농민에게 배당된다.

넓지도 않은 땅에서, 많지도 않은 농산물을 생산하고는, 판매를 하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 우리 농업, 농민! 우리 농업, 농민은 제스프리와 같은 농산물판매문제의 완벽한 해결사를 가질 수 없는가? ‘뉴질랜드키위협회’와 같은 품목농민 모두와 관련 산업종사자가 하나로 협력하는 조직을 가질 수 없는가? 어느 나라 못지않게 많은 농업예산을 쓰고, 어느 나라 못지않게 많은 농업연구 및 지도기관이 있고, 어느 나라 못지않게 많은 인재와 돈을 가진 협동조합이 있고, 어느 나라 농민 못지않게 똑똑한 농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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