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합니다. 호미 다루는 솜씨마저 아내와 견주어 형편없는 것으로 보아 도구를 사용하는 재주 또한 턱없이 모자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치랑 똑같아, 완전히 기계치에요.”

오래 되어 낡은 예초기나 관리기를 고쳐보려는 저를 보며 아내가 늘 하는 말입니다. 일 할 시간도 모자라는 판에 기계를 끌어안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겠습니다. 나름대로 기계를 이해하고, 고장 난 이유도 알고, 해결방안도 짐작이 가는 데도 수리가 더디거나 고치는 와중에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니 저도 답답합니다.

아내가 기계와 친하지 않은 저를 매번 음치라고 상기시키는 이유는 안전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도구를 다루는 기술은 별개의 과정인 것을 농사를 지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농사 초년에 낫을 함부로 휘두르다가 손가락을 다친 적이 있습니다. 다치고 나서야 도구는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원하는 만큼 숙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농기구들이야 늘 써온 탓에 몸에 익어 이제는 웬만큼 긴 시간 일해도 힘에 부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엔진톱이나 그라인더, 관리기, 예초기 등 기계류는 여전히 저를 괴롭힙니다. 마음과 달리 몸과 따로 노는 기계를 운전하다보면 힘들다기보다 짜증이 나기 일쑤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관리기 앞에 달린, 로타리용 쟁기 날이 다 닳아 축을 떼어 들고 대리점으로 가서 교체를 부탁했더니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습니다.

“후진작업을 많이 하셨나 봐요. 날이 이런 식으로 닳지 않는데...”
관리기 쟁기 날은 한 쌍으로 좌우가 구분되어 있는데 제가 거꾸로 끼우고 작업을 해왔던 겁니다.
“운전자 위치에서 좌우를 정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이렇게 묻자 아내와 직원이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도 제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내 말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사고방식에 빠져 살아와서 그런가 하는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좌우에 대한 개인적인 통념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농기계와 돌이킬 수 없는 불화(?)에 접어들자 불평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설계가 잘못되었다든가, 기능 자체에 결함이 엿보인다, 사용자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등등의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웬만하면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고, 불가피하게 써야 할 때에는 소극적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밭가에 박혀 있던 쇠말뚝을 잊은 채 전진하다가 관리기가 튀어 올라 제 머리 너머로 날아가 밭 다락 아래로 나가떨어진 것입니다. 저는 우선 소형기계의 완력이 그 정도로 센 것에 놀랐습니다. 아내는 저를 연신 훑어보며 말짱한 것에 놀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눈치였습니다.

 “자기, 혹시 겁이 많은 것 아냐?” 그날 저녁, 아내는 자못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어이없기도 했으나 계면쩍어진 저는 그저 실실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좀 힘들겠지만, 우리 맨손으로 농사짓자. 이러다가 큰일 치르겠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내에게 저는 마을에서 일어났던 트랙터 전복사고나 그라인더로 인한 부상사고, 경운기 사고 등을 들며 베테랑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니까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오더군요. “가수 목이 쉬는 건 혹사해서 그런 거지만, 음치는 악을 써서 그런 거야.”

사람마다 타고난 천성이 달라 손에 익지 않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걸 굳이 놀려먹는 아내 심보가 좀 괘씸하기는 해도, 아내 말대로 악을 쓰는 무리는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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