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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바우 부부의 농사 이야기 폭삭 망하지 않으려면
2019년 12월 20일 (금) 15:25:16 경북 김천의 유기농사꾼 이근우 씨 경북 김천의 유기농사꾼 이근우 씨
   
“빨리 좀 하자.” 아내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손발이 안 맞는다는 말도 흔하게 듣는 말입니다. 정색을 하고 따지고 들면 제가 과히 더딘 편이 아닌데도 그럽니다. 아내가 조목조목 제 느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새겨보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이를테면 아내와 제게 내재된 심리적 시간이 다르게 흐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내가 지적하는 순발력이 제게는 서두름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떤 농사일이든 시간이 경과하면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은 여러 단계로 나뉘고 그 단계마다 시간이 소요됩니다. 단순화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런 단계별 시간의 단위를 흔히 때라고 부릅니다. 아시다시피 농사는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일이라 특유의 때맞춤이 이루어져야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습니다.

환경에 의해 주어지는 조건이 불확실하더라도 말입니다. 아내와 제가 시간, 또는 때를 두고 서로 다르게 판단해서 서두름이나 순발력이 생긴다고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빠름과 늦음의 판단기준은 때맞춤에 있고, 때맞춤은 대상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부부가 주목하는 대상은 당연히 농작물이겠습니다. 농작물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 관찰입니다. 아내가 잘 하는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덕목으로 꼽혀왔던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관찰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단이 번번이 저와 어긋납니다.

우리부부가 줄곧 공을 들이는 게 고추농사인데요, 이상증상을 보이는 고추 몇 포기를 놓고 뙤약볕에서 반나절이나 입씨름 한 적도 있습니다.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오이나 호박 등 덩굴작물 순지르기는 할 때마다 이견이 노출됩니다. 자두나무 가지치기는 다투기 싫어 아예 아내에게 맡겨버렸습니다. 도무지 의기투합이라는 아름다운 경지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부입니다.

“우리, 땅을 딱 반으로 나눠 각자 농사를 한 일 년 지어볼까?”
오래 전에 제가 이렇게 말한 적인 적이 있습니다. 원체 의견일치가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해본 소리였습니다.
“어머, 그것도 좋겠네.”
아내가 반색을 합니다. 그래서 재미삼아 ‘나 홀로’ 농사를 주제로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문답식으로 가상농사를 구현해보다가 결론을 얻었습니다.

 “폭삭 망하네.” 그날 저녁 아내와 막걸리를 마시며 하던 대로 하면서 평생 농사를 짓자는 이상한 결의를 맺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농업발전도 소중하겠으나 느지막이 얻는 알토란같은 보람의 원천이 의견대립이라는 데에 동의한 것입니다.

평생 한 몸처럼 지내오면서도 아내와 저의 사고방식이 확연히 서로 다르다는 것이 늘 신기합니다. 다름을 존중할 때 조화와 균형을 갖춘 부부생활을 할 수 있다는 따위의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다름은 주관적인 편향을 의미하고 이러한 편향은 공동의 일을 훼방 놓는 역할을 하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검증되지 않은 주관적인 관점은 오류로 드러날 때가 많습니다.

이상한 것은 그 다름이 사소할수록 신경이 더 곤두섭니다. 예를 들어 밥 때를 놓쳐 배에서 천둥소리가 나는 판에 아내는 설거지부터 하겠다고 우기는 것이죠. 결국, 왁자한 소리를 내가며 설거지 하는 사람은 제가 되고 맙니다. 본격적인 일에서도 그렇습니다.

아내는 해야 할 일을 모조리 목록으로 작성하여 각각의 일을 조금씩 나누어서 하려고 합니다. 저는 우선  순위를 따져 한 번에 하나씩 해나가는 성향이니 일과가 처음부터 꼬이기 마련입니다. 이러는 우리 부부를 잘 아는 마을 농민이 어느 날 말하더군요. “의논해가며 농사지으면 배가 산으로 가요.” “어머, 우리처럼 연동하우스 부부 둘이서 지은 사람 있나요? 산은 무슨…” 저도 거들었습니다. “그러게. 지난겨울 폭설에도 멀쩡했거든.” 그 농민도 지지 않고 말했습니다. “노상 그러면 부부지간에 의 상해요.” 맞는 말이어서 잘 새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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