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꿀벌농가, 딸기 수정에도 ‘한몫’

전북 완주 청우양봉원. 별천지가 아니라 벌(蜂)천지다. 양봉하는 곳이라 벌이 많을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많은 벌들이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벌들은 겨울 과수농가에 임대 했던 벌이라고 한다. 전북 완주 삼례지역은 320여 농가가 딸기를 재배할 정도로 딸기 주산지다.

유희영 대표는 1995년부터 딸기재배 농가에 수정용 벌을 제공해 삼례지역에서 친환경딸기를 생산하는데도 한 몫하고 있다. 봄이 되면서 이곳저곳에서 피는 꽃들에 벌들도 분주하다. 비록 열심히 일하고 온 벌들이라 지쳐있지만 눈앞에서 웽웽 거리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활력이 느껴진다. 생전 처음보는 벌들과의 대면에서 검은망사를 쓰지 않고 다가섰다. 옆에 서 있던 유희영 대표가 “그 사람 겁도 없네”라고 한마디 툭 내 뱉는다.

청우양봉원은 ‘파이(π)워터 농법’을 활용해 고품질의 꿀을 생산하고 있다. 유희영(47) 대표는 완주군 삼례읍 석전리에서 작은아버지의 대를 이어 2대째 벌꿀을 생산한다. 유 대표는 25년간 벌과 함께 살아온 벌들이 알아주는 벌박사다.


파이워터 농법 만난 것이 행운

전북 완주군 석전리에 자리잡고 있는 청우양봉원(대표 유희영·48)은 ‘파이워터 농법’이라는 새로운 농업기술로 강한 꿀벌들과 좋은 꿀을 생산하고 있다. 또 이 파이워터 농법으로 유희영 대표는 신지식인 농업인으로 선정됐다.

“사과농사 짓는 사람 눈에는 사과만 보이듯이 꿀벌 농사짓는 사람 눈에는 꿀벌 밖에 안 보입니다. 전국의 벌을 보러 다니다가 재미난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서 나오는 말투가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곧 밝힌 유희영 대표의 비밀은 ‘물’이었다. 물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꿀벌에게 가장 중요한 먹이는 꿀과 꽃가루다. 허나 유희영 대표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물이 꿀벌 생육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인 것을 발견했다.

“꿀벌을 키우고 있으니 여러 지역의 꿀벌을 봤습니다. 물이 맑은 산골짜기에서 키운 꿀벌이 논이 많은 곳에서 키운 꿀벌보다 건강하고 세력이 왕성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물을 먹이면 벌들에게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맑은 물과 좋은 생산물.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유희영 대표는 여기서 지금의 청우양봉원을 만들어냈다.

유 대표는 맑은 물을 찾아다녔다. 주변에서 좋다고 소문난 물을 찾아 공수하기도 하고 온갖 장치를 동원해 물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던 지난 2003년 유 대표의 눈에 파이워터가 나타났다. 파이워터라는 물을 모르고 있던 유희영 대표는 파이워터를 곧바로 양봉농법에 적용시켰다.
일반적으로 파이워터는 미생물이나 이상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어떤 장해에 의해 문제가 생기면 장해를 제거한다고 알려져있다.

“반신반의 하면서 파이워터를 벌에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꿀벌이 건강하고 왕성한 세력의 꿀벌들로 자라서 우수한 종봉 육성과 유밀기에 더 많은 채밀을 할 수 있는 벌들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프로폴리스 추출로 새로운 상품 개발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집을 만들 때에 수목의 싹이나 껍질에서 채취한 수액과 꿀벌 자신이 분비하는 타액을 섞어서 만들어낸 물질이다. 꿀벌은 벌집의 빈틈에 발라 집을 보호한다.
벌집의 빈틈이나 내부의 벽에 발라두면 벌집에 침입하는 벌레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또는 빗물 등으로부터 벌집의 내부를 지킨다.

벌집 내부가 거의 무균상태로 되기 때문에 그 안의 유충이 안전하게 자란다. 벌집의 내부가 완전한 무균상태로 되는 것은 프로폴리스에는 강력한 살균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또 프로폴리스로 둘러싸인 곤충 등의 외적은 부패되지 않고 미이라가 된다.

특히 최근 연구에는 항생제 못지않은 높은 항염 효과, 노화 방지에 탁원한 항산화 작용, 항암 효과 등 다양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프로폴리스는 천연의 항생물질로 알려져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온갖 질병에 사용돼 왔습니다. 지금까지 프로폴리스는 대부분 식품 위주로 활용돼 왔는데 앞으로 화장품, 의약품, 생활용품 등 광범위한 용도로 쓰인다면 그 시장규모는 엄청날 것입니다.”

벌꿀은 꽃가루 등 식물에서 나오는 성분을 일벌이 수집해 벌집에 농축시켜 벌들의 식량으로 저장해 놓은 것이다. 일벌은 벌꿀을 모으는 일을 한다. 유희영 대표는 지금부터 일벌들이 꿀을 저장할 수 있도록 벌집 내의 환경조건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한다.

꿀벌들은 날씨의 영향을 매우 받는다. 양봉업은 날씨에 따라 수익 변동이 크기 때문. 지금처럼 일교차가 심한 봄철에는 갑작스런 기후 변동에도 벌이 예민하게 반응해 보온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봄철에는 벌통내의 습도를 조절하고 애벌레가 발육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이 점차 심해지면서 오염된 물을 먹고 죽는 꿀벌이 많아져 파이워터와 같은 맑은 물의 공급은 필수다.

현재 청우양봉원에서 생산, 판매하는 꿀은 아카시아꿀, 복분자꿀, 때죽꿀, 밤꿀 등 4가지다. 아카시아꿀은 맛이 순하고 색깔은 무색투명해 향기가 좋다. 때죽꿀은 아카시아꿀보다 색깔이 조금 진하며 맛은 자극적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아카시아꿀을 찾는다. 아카시아꿀은 5월이 최적기로 이때가 되면 유희영 대표와 꿀벌들은 더 바빠진다.

“청우양봉원 꿀을 한 번 맛 본 소비자들은 어린시절 먹던 꿀맛이라고 말해줍니다. 프로폴리스의 항산화작용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전국 어디를 내놔도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유희영 대표는 자신이 채밀한 꿀 중에서 복분자꿀을 최고로 여긴다. 무엇보다 덕유산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복분자꿀은 그 맛과 향이 다른 여타의 꿀에 비해 대단히 좋다고 자랑한다.

이제는 소비자 신뢰 되찾아야

유희영 대표는 최근 벌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져 고민이다. 일부 업체들의 ‘설탕꿀’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꿀에 설탕을 조금이라도 섞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변명에 불과합니다. 1년에 한 두 번 씩 설탕꿀 파동이 일어나는데 소비자들은 불만의 소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유희영 대표는 그런 불신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마을에 자운영을 심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춘근 전라북도 양봉협회장은 “어느 이유에서든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사람들에는 강한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양봉업에서도 일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꿀이 나쁜 인식이 박혀 버린것은 안타깝다”고 한마디 거든다.

지금 양봉이 살려면 소비자를 교육 시켜야 한다. 양봉인들은 꿀을 알릴 수 있도록 체험장을 꾸미고 꿀벌에서 꿀이 나오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알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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