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엄마가 의붓아들에게 자신의 신장 한 쪽을 선뜻 주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0일 을지대학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마친 이경숙(43· 충남 공주시 반포면)· 전철희(17) 모자.

6년 전 이씨와 철희군의 아버지 전계춘씨(43)의 재혼으로 이루어진 모자(母子) 관계지만 신장을 나누며 진짜 혈육이 됐다.

수술을 집도한 외과 조병선 교수는 “철희는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해 신장이식이 최선의 방법이었다”며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돼 현재는 회복 단계에 있으며, 퇴원 후에는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희는 두세살 무렵의 어렸을 때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밤새 지도를 그려 오줌싸개로 통했다. 소변을 자주 보는데다, 색깔도 뿌옇게 나와 아빠 전씨는 당시 철희를 데리고 서울의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나이가 어린 탓이었는지 별 증상이 없다는 결과였다.

6년 전 초등학생이던 철희를 만난 이씨는 그저 ‘오줌싸개’인 철희가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차차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철희가 중학교 1학년 때 갑자기 학교에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을지대학병원에서의 정밀 검사 결과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고부터 철희의 투석이 시작됐다.

철희는 투석 때문에 이틀이 멀다 하고 학교 수업을 빠져야했다. 당연히 미진한 학교 공부를 집에서 보충하기도 어려웠고 또래 아이들처럼 활발하게 생활하지도 못하는 날이 반복됐다.

이씨는 “중학교 때부터 이틀에 한번씩 투석을 받으러 다니느라 학교 생활은 커녕 친구들도 잘 사귀지 못하는 철희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파 이식을 결심하게 됐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내 아들이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희 아빠는 오랫동안 당뇨를 앓고 있었고 여동생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이경숙씨가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건강을 회복해 지난 19일 퇴원했으며, 철희도 무균실에서의 회복과정을 마치고 26일 퇴원했다.
아빠 전씨는 “큰 결심을 해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며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한 만큼 아들과 아내 모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 넘어 산’. 그리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 철희 모자의 수술비는 고스란히 가계에 큰 짐으로 남겨졌다.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식당에서의 주방 보조 일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 나가는 아빠 전씨가 감당하기에는 수술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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