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 뛰어드는 취직 연령을 단축하고 퇴직 연령을 늦추기 위한 정부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5일 향후 인력부족 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국민들의 생애근로기간을 늘려 인적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고 밝히고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2+5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2+5 전략’은 ‘2년 일찍 취직하고 5년 늦게 퇴직’하게 하는 방안으로, 취직 연령을 앞당기기 위해 취학 연령을 단축하고 가을 학기제를 도입하는 등의 학제를 개편하고, 퇴직 연령을 늦추기 위해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현역병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획기적인 병역제도 개선방안도 포함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2+5 전략을 발표한 한명숙 국무총리는 “이번 전략을 통해 지난해 현재 25세(대졸자 26.3세)인 취직 연령을 2년 정도 낮추고 퇴직 연령은 5년 늦춰 2010년께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는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기로 했다”면서 “많은 전략이 마련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국민공감대 형성을 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다양한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직연령 2년 앞당겨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취직연령을 2년 정도 낮추기 위해 우선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가을학기제, 학년 단축, 실업계 고등학교 육성 등 학제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만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하고, 수업연한을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산업체와 ‘취업약정제’를 맺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산업별로 특성화 시켜 학생들이 고교 입학과 동시에 곧바로 노동시장에 진입토록 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성공사례로 논산공고의 경우 신성대학과 현대제철과 연계해 학생들의 취업을 보장하는 사례를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8개 관련부처와 협의해 올해 실업계 고등학교 100개를 특성화 하고 2009년까지 300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2005년 60%인 실업계고의 장학금 수혜율을 내년까지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실업계고의 장학금 수혜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공업계 실업계고를 우대할 방침이다.

◇군복무기간 6개월 단축
군복무기간이 연간 최장 26일씩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2014년 중반 이후 6개월 단축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육군의 경우 지난해 1월 2일 입대자부터, 해군과 공군은 2005년 말 입대자부터 소급 적용돼, 2014년 중반 이후부터 육군은 18개월, 해군과 공군은 각각 20개월과 21개월로 복무기간이 줄어든다.

또 병역을 희망하는 여성에게도 남자와 동등하게 군 복무는 물론 사회봉사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전·의경, 경비교도(교도소 복무), 의무소방원, 산업기능·공익행정 요원 폐지, 사회복무제 도입 등이 추진된다.

정부는 복무기간이 단축되더라도 현역입대 자원이 2011년 이전까지 1만여명, 2011년 이후에는 매년 2만~3만명이 남아 안정적인 인력 수급과 정예자원 충원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는 인력은 사회복무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복무기간 단축 보완책으로 ▲유급지원병 4만명 선발 ▲노동부.산업체 등과 연계한 입대 전 기술특기병 양성제 도입 ▲가상전투.훈련체계 및 권역별 종합훈련장 확보로 훈련위주 부대 운영 ▲간부비율 확대(올해 18만2천명→2020년 20만명) 방안이 제시됐다.

◇2033년부터 65세 정년
정부는 또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을 현재의 60세에서 2033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에 받을 수 있는 조기노령연금의 감액률을 추가 확대하는 대신 재직자노령연금에 연기연금제를 도입, 근로기간이 늘어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55세부터 받을 수 있는 조기노령연금의 감액률은 현행 5%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올리고 연금수령 시점을 1년 연기할 때마다 연금수령액을 6% 가산해주는 연기연금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감액률과 가산율을 추가로 다시 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고용연장형 고용이나 선택적 근로시간제, 작업시간 단축, 직무순환 등의 근무형태 도입으로 소득이 감소하면, 근로자에게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지원제도 마련을 검토하고 정년을 연장한 사업주에 대해 연장 기간 중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는 ‘정년연장장려금’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모집·채용·해고를 할 때 고령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법제화하고 공무원 등 공공부문부터 모집·채용에서의 연령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평생학습 기회 제공
아울러 정부는 인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립대학의 통폐합·특수법인화 등 구조조정으로 대학의 자율성. 책임성을 강화하고 저소득층,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평생학습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성인 학습자에 대한 대학 등 고등교육 기회 확대와 관련해 시간제 학생도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고, 취업자 특별전형 확대 등으로 사회유경험자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재직자가 전문대를 지원할 때 정원외 입학제도를 도입하고 학자금 무상지원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고교 과정에서 중도에 탈락한 사람이 ‘폴리텍’대학의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하면 고교 학력으로 인정해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고령사회 대비 인력구조 개편
정부의 이같은 전략은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이에 따른 고령화 급진전 추세에 따라 교육과 병역, 사회고용구조 등을 재편하지 않고서는 향후 고용난이 인력난으로 전환될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5일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은 2005년 1.08명에 불과한 상황이고, 출생아 수는 2005년 43만8천명에서 2050년에는 이의 절반수준인 22만6천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2005년 3,467만명에서 2016년 3,649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점차 감소해 2020년 3,584만명, 2030년 3,189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0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약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9.1%였지만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8%에 달해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취직 연령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25세(대졸자 26.3세)로, OECD 평균 22.9세(2000년)보다 2년 정도 늦은 상황이다.

또 평균퇴직연령도 한국은 56.8세(2005년)로 EU 15개국 평균 60.8세(2002년)에 비해 5년정도 빠르다는 것.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자체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안 없고 실효성 의문
이번 대책은 국내 인적자원의 방향을 고령사회에 맞춰 재편하기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취업난’이 오는 2010년께에는 ‘인력난’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적정한 것인지, 또 현재 청년층의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병역제도 개편을 통해 단계적으로 청년층이 구직시장에 가세하게 되면 구직난을 가중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현장의 근로인력이 전반적으로 고령화하고 있는 추세에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산업생산현장에 투입되는 노동력의 질이 낮아져 생산성은 떨어지고 기업들의 부담만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연구위원은 “학제개편이나 취학연령 단축, 가을학기제, 국민연금 수령 65세 연장 등을 보면 새로운 내용이 눈에 띄지 않고, 기존에 정부가 발표해온 것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우리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서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고령화에 대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지 방안이 없어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찾는 고령노동력 활용방안이나 여성, 외국인 노동력 활용방안을 내놓는 것이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정주연 고려대 교수는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는 노동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수요의 문제가 더 크다”면서 “기업이 투자의욕이 없어 고용창출을 못하는 상황에서 군복무 단축이나 실업계고 육성을 통해 공급만 늘린다고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추세는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인데, 이런 점들은 1~2년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며 사회적 합의를 구해서 10~2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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