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좋은 건강식‘망개떡향’ 솔~솔~ 풍겨요”

  
 
  
 
서구화된 식탁의 음식과 식습관으로 날로 위협받는 우리 건강을 토속음식으로 차린 밥상이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우리의 전통장과 토속식품의 우수성을 지켜나가는 곳이 있다.

우리의 토속음식은 장류, 김치가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항암효과,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지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찾는다. 참살이 열풍과 함께 가족의 건강도 지키고, 우리의 전통 식문화를 올바르게 지켜나간다는 뜻에서 최근 들어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이 한국 고유의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의령군으로 들어서는 초입의 칠곡면 산남마을 한 집의 마당에는 주인의 깔끔한 성품을 닮기라도 한 듯 정갈한 장독항아리 200여개가 햇살아래 반짝이고 있다.

주인 내외가 가꾼듯한 소박한 화단이 눈에 들어온다.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어 집주인인 전연수씨가 환한 얼굴로 반긴다. 이곳이 바로 전통식품으로 유명한 의령토속식품이다.



단순한 일감갖기에서 돈 버는 사업으로

전연수 대표(52)는 의령군 생활개선회 총무다. 지난 1985년 생활개선회 활동을 시작해 면회장, 군총무, 군부회장 등 단체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92년 농촌의 부녀화 추세와 더불어 농촌여성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여성농업인 단체는 농촌여성의 능력과 지역여건에 알맞은 농촌여성 일감 갖기 사업을 펼쳤다. 전연수 대표 역시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던 가운데 우연히 토속식품 사업을 접한 지 16년이 흘렀다.

전연수 대표는 그 시간 동안 토속식품 사업에 매진, 자굴산 자락에서 나는 물로 장을 담궈 물맛이 장맛이라는 말대로 감칠 맛 나는 간장, 된장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재현해 지역 명품화를 일궈 냈다. 또 지역의 토산물을 적절히 활용해 망개떡을 알렸다.

“토속식품인 망개떡이나 장맛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국산 재료를 써서 전통방식으로 정성을 담아 만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전연수 대표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겸손하게 답한다.

토속식품인 망개떡과 장류는 대량생산을 하듯이 마구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다. 망개떡은 거의 모든 작업을 그날 그날 손으로 만들어 내야 하고, 장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햇콩을 삶고 다져서 메주를 빚고, 그 메주를 띄워서 장을 담그기 때문이다.

“의령토속식품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는 국산재료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알수 있느냐면서 불신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100% 국산재료로만 만들어 내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맛을 보면 압니다. 소비자들의 눈은 속여도 입맛은 속이지 못합니다.”

24시간이 부족한 망개떡 만들기

현재 토속식품의 주력 상품은 ‘자굴산 망개떡’이다.
망개떡은 ‘망개’라 불리는 청미래덩굴 잎 두 개로 감싸 찐 떡인데 옛날부터 경상도 사람들이 틈틈이 만들어 먹어왔다. 망개잎을 삶으면 거기서 독특한 향기가 우러난다. 신선한 망개잎은 상큼한 사과향을 지니고 있다. 망개나무는 항암작용이 뛰어나고 수은 등 중금속 오염을 풀어주는 강한 살균력을 가진데다 관절염, 요통 등을 치유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망개의 향이 떡의 부패를 막아주며 향미를 더한다.
하지만 이 망개떡이 알려진데는 전연수 대표의 엄청난 노력이 숨어있다.

“어느 떡이나 그렇듯 망개떡도 그날 빚은 떡을 그날 판매합니다.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망개떡을 만듭니다. 망개떡을 싸고 망개잎을 닦아 포장하고 나면 보통 아침 6시 무렵이 됩니다. 남은 마무리까지 하고 남편이 싣고 나가면 오전 10시경에야 일이 끝납니다. 이후에는 잠깐 쉬다가 오후에는 장을 준비하고 또 다음날 망개떡 생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 작업이 매일 반복됩니다.”

망개떡은 만들기가 아주 까다롭다. 멥쌀을 물에 불려 시루에 찐 다음 절구에서 차지게 친 뒤, 홍두깨로 얇게 밀어 손바닥만한 크기로 자른다. 그 위에 팥소를 얹어 보자기 모양으로 빚어 두장의 망개잎으로 살포시 감싸 만든다. 망개잎은 7-8월에 생잎을 따서 사용하며,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철에도 사용하고 있다.

“망개잎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생잎을 소금에 절인 뒤 수돗물에 깨끗이 씻고 100도 이상의 증기에서 쪄냅니다. 증기에 쪄낸 이 잎을 다시 깨끗한 수건으로 한 장 한 장 다 닦아서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게 비닐봉지에 잘 감싸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이때 3일을 넘겨서는 안됩니다.”

망개떡은 현재 진주 남강휴게소, 산청휴게소 등 의령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지역 특산품으로 팔린다. 2006년에는 경상남도 추천 상품으로 지정될 정도로 상품가치를 인정받았다. 메주와 장으로 일감갖기 사업을 시작했지만 어느 새 망개떡의 판매 비중이 더욱 높아져 의령의 전통명품으로 소문이 나 있다.

또 전연수 대표는 의령군 농업기술센터와 연구개발을 통해 쉽게 굳는 떡의 단점을 보완하는 비법을 개발했으며, 기존의 ‘되’ 단위의 주문만 가능했던 떡을 4개입, 25개입, 50개입, 100개입 등 소포장해 누구나 부담없이 사 먹을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전통방식만 고집하는 전통장류

의령토속식품의 장류 역시 인기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우리 장으로 만든 음식을 맛본 사람은 다시 토속식품을 찾는다고 한다.

“망개떡과 마찬가지로 장류도 순수 국산재료만 씁니다. 생산량도 많지 않아 많이 팔지도 못할뿐더러 제조과정도 복잡해 무척 힘이 듭니다.”

의령토속식품의 장류 제조과정을 살펴보면 12시간 이상 불순물을 분리한 메주콩을 6시간 삶고 분쇄기에 갈아 메주 1되 1짝을 만들어 메주건조실에 짚으로 엮는다. 고초균이 골고루 증식되기 위해 자연 건조시키고 그 메주로 장을 담그는 방법을 이용한다.

“이전에 어떤 드라마에서 좋은 의사는 시간이 만들어 준다고 하던데 장류역시 시간이 만들어줍니다. 1년이든 5년이든 묵혀놓고 기다립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이 나올 때까지 관리하고 기다립니다. 장을 담그면서 기다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전연수 대표는 장 담그는 사람들이 쏟는 정성을 보고 삶의 법칙을 깨달았다고 한다.

장류는 콩 수확부터 메주 쑤기, 장 담그기 등 많은 과정 하나 하나에 정성을 요한다. 좋지 않은 재료와 좋지 않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장맛은 바로 변한다. 또 의령토속식품의 장독대 하나하나의 표면에는 하얀 가루가 묻어 있는데 유약을 바르지 않는 전통 항아리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있기 때문에 간장 등이 새어 나와 말라붙은 것이다. 장독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전연수 대표의 정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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