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곡물 가격과 유가가 우리 농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농촌을 지키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이 헤쳐 나가야 할 해법을 모색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를 통해 여성농업인의 현실을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조준(照準)했다.
여성농업인의 새로운 역할 실태와 중요성을 밝히는 한편 경제 및 사회 활동 수행에서 부딪치는 제약 요인을 분석해 여성농업인이 경제 및 사회 활동 주체로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정책 과제를 도출하려 노력했다.

여성농업인 정체성 터 닦아

‘여성농업인’은 만 15세 이상의 농가 여성 중 농업에 주로 종사하고 있는 농업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농가와 비농가의 전체 여성을 ‘농촌 여성’이라 하고 농가에서 농업 또는 비농업에 종사하거나, 전업주부, 겸업 활동하는 여성을 ‘농가 여성’이라 하며 이 중에서 만 15세 이상의 농업에 주로 종사하는 여성을 여성농업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농가인구에서 여성 농가인구의 비중은 1970년 50.3%, 2000년 51.1%, 2006년 51.4%로 50%내외의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의 주종사 인구 중 여성 비중은 1970년 28.3%에서 2006년 52.1%로, 지난 35년 동안 2배정도 증가했다. 이는 여성농업인의 영농 활동 비중이 증가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2005년 농가 여성의 62%가 1년에 6개월 이상, 8%가 3∼6개월 동안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70% 이상의 여성 농가인구가 1년에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여 농업·농촌기본법에 규정된 법적 농업인의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부부 노동력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농가의 가족농업 노동시간 중 여성 가족노동 시간이 4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체 고용노동에서 여성 고용노동 시간이 84%를 차지하고 있어 임금 취업자로서 여성농업인의 농업노동 시간도 남성에 비해 매우 높다. 품앗이의 경우도 여성 품앗이 노동시간이 61%로 남성보다 더 많다.
여성농업인의 44%가 농사일 전체의 절반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사일을 거의 담당하고 있는 여성농업인 비중도 24%이다.

농가 소득창출 주역

과거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가정주부, 농업 보조자라고 인식되었다. 하지만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농업 인력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농업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업 현실에서, 농가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농업인은 중요한 농업의 성장 동력이 되었다.

여성농업인은 농가경제 내에서는 농업과 농외소득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농가소득 창출에 기여하는 경제 주체이며, 국가경제 전체로 볼 때는 농업에 종사하는 취업자이다. 더 나아가 지역개발과 사회 활동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05년도 농촌 고용시장에서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68% 수준이나, 여성 가족노동의 평균 잠재임금은 남성 가족노동의 95% 수준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여성 고용노동 임금으로 가족 여성농업인의 노동 가치를 평가하면 과소평가할 수 있다.

상응하는 지위 보장 미흡

중장년 여성농업인의 역할을 대신해 줄 대체인력 고용에 대한 지불의향금액 조사 결과, 집안일은 월평균 90만원, 농사일은 월평균 120만원, 마을일은 월평균 82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젊은 여성농업인을 중심으로 역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원예, 축산, 낙농, 버섯 등의 생산과 친환경농업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농산물 가공업, 관광농원 등의 농외소득 분야에서는 여성농업인CEO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성농업인의 역할에 대한 경제적 중요성은 과소평가되어 왔으며, 남성 중심의 문화와 제도적 틀 안에는 여성농업인의 경제 및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들이 산재한다. 이로 인해서 여성농업인은 역할에 상응하는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농업의 주체 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법적 지위 미약, 농사일과 가사의 이중 노동 부담, 영농 기술 및 경영 능력부족 문제, 리더십 부족 등의 여성농업인이 영농 현장 및 지역사회 활동에서 겪고 있는 제약요인과 어려움이 산재되어 있다.

농가인구 고령화와 소비자 선호 변화 등의 농업·농촌 여건 변화에 따라 여성농업인의 활동 영역은 더 넓어지고, 역할과 비중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의 핵심 인력으로 부상한 여성농업인의 경영 능력과 활동성과에 따라 향후 농업 경쟁력과 농촌 발전은 크게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여성농업인의 새로운 역할 변화와 역할 수행에서 부딪치는 제약 요인을 파악하고, 이런 제약 요인을 해결하면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서 조망

여성농업인의 역할 변화를 농업 · 농촌 환경 변화의 중심에서 조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농업 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 과정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했으며, 어떤 방향으로 변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은 여성농업인 정책뿐만 아니라 농업 · 농촌 정책 방향 수립에 있어서도 중요한 한 획이다.


밭농사 절반이상 여성농업인 경작

식품 소비의 서구화 추세에 따라 경종농업은 쇠퇴하고 축산, 과수, 채소, 친환경 농산물 등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영농 형태도 소득 작목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논벼 농가의 비중은 감소하고, 채소와 과수농가는 증가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은 논벼보다는 밭작물, 채소, 과수 등의 노동집약적 영농에 더 많이 참여하고 있어, 채소, 과수, 축산 중심의 영농 형태 변화 추세에 따라 여성의 농업노동력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논농사의 경우는 42.8%가 남편이 주로 하고 있으며, 밭농사의 경우 51.6%가 여성농업인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시설채소·화훼, 과수, 축산도 각각 26.5%, 19.5%, 22.9%를 여성농업인이 주로 담당하고 있다.

규모화와 기계화가 진전된 축산, 과수, 논벼 농가보다는 일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적 밭작물, 특용작물, 채소 위주의 농가에서 여성농업인의 잠재임금이 더 높게 나타났고 이러한 작목 생산은 여성농업인 노동 투입이 더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작농가의 여성농업인 평균 잠재임금이 10,000원/시간으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특작농가 7,254원/시간, 채소농가 5,934원/시간, 논벼 4,596원/시간, 화훼농가 4,271원/시간 등의 순으로 계측되었다.
고품질 농산물 수요 증가로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정밀한 여성 노동력이 더 많이 요구되며, 농업경영에 있어서도 기획 및 회계 관리 등이 중요해지면서 여성의 역할이 증가되고 있다.

농외소득 활동 두드러져

여가수요 증대 추세에 따라 농업의 문화 및 서비스 기능이 활성화되고 웰빙 식품 수요 증대에 따른 전통 식품과 향토 음식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농업소득 감소에 따른 농업의 부가가치 방안을 제고해야 할 시점이다. 농산물 가공 및 유통, 농촌관광 산업 성장, 서비스 산업의 성격이 강한 농촌관광과 농산물 가공 및 직거래 등은 소비자에 대한 대면적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경영 방식이 중요해 여성의 더 많은 참여와 역할을 요구한다.

최근 들어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와 사회여건 변화로 창업이나 취업을 통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농업인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통식품과 향토음식 가공 및 제조, 직거래 유통 분야에서 여성농업인의 농외소득 활동이 두드러진다.

여성농업인의 농외소득 활동은 자가 또는 지역 농산물, 지역 자원을 활용한 소규모 사업 자영 형태와 영농조합법인 및 마을 공동사업장 등에 취업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농산물 가공업, 관광농원 등의 농업 관련 사업에 대한 젊은 여성농업인의 창업 의향이 높아, 향후 여성농업인의 농외소득 활동 참여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 관련사업 경영농가의 여성농업인은 평균 농가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40대, 50대 여성농업인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농산물 가공업을 하고 있는 농가의 여성농업인 연령이 다른 농외활동에 종사하는 여성농업인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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