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무보수성, 자발성, 복지성의 특성을 갖는다.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정의와 측정방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선진국 노인들의 30% 정도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율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는 않으나 대략 4~5%. 농촌노인의 경우는 3% 정도로 추정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넉넉하며 건강한 노인이 상대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더 많이 참여한다는 점은 선진국이나 우리나라 모두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보고된다.
이러한 노년기 자원봉사에 대한 나의 상식은 지난 4개월 동안 농촌노인들을 만나면서 더 이상 상식이 아님을 깨달았다. 100명 중 3명 정도로 낮은 수준의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던 농촌노인은 적어도 그보다는 많은 수의 노인이 아무런 대가없이 남을 돕고 있었다.

“그냥 제 진심에서 ‘내 힘으로, 인정으로 할 수 있는 건 한다’ 그래서 늘 해왔지, 전혀 누구한테 자랑하고 표내고 그런 거는....”(65세, 여성, 무학, 농사)
농촌노인들은 자원봉사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여, 자원봉사의 뜻을 풀이하지 않고 물으면 ‘안한다’, ‘그런 거 모른다’는 즉답이 온다. 교회나 복지관 같은 공공기관을 통해서 하는,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봉사라고 생각한다. 뜻을 풀어 재차 물으면, 자신도 생활이 어려워 남을 도울 만한 처지가 못 된다느니 그러기 때문에 남을 돕는다고 말하는 것이 남 부끄러운 일이라며 감춘다. 모두 이웃노인을 남모르게 늘 도와주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아무래도 여유가 있고 많이 배운 사람이 자원봉사의식도 높으려니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자신 역시 노인이면서 이웃노인을 돌보고 있는 농촌노인 20명 중 나이 60, 70에도 농사를 지어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분이 55%, 고혈압, 관절염 등 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의 비율도 55%, 공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않은 분이 과반수나 되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같은 사람들이 혹시라도 남한테 친절하게 했다는 것도 참 남부끄러운 일이고. 이렇게 어렵게 살고, 애들 남매를 데리고 살고 그래서 정부에서 또 지원해주고 그래요. 우리도 그렇습니다.”(72세, 남성, 무학, 묘지관리)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하는 봉사보다 이처럼 농촌에서 이웃끼리 어려울 때 서로 돕는 ‘情의 교류’가 진정한 자원봉사가 아닐까?

윤 순 덕 박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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