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 우리나라 노인수발은 당연히 자식의 몫이었다. 자식이 버젓이 있는데 노부모를 시설에 맡긴다거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다는 것은 불효나 다름없는 일이라 여겼다. 그 당시만 해도 자식에 의한 수발이 가능했던 것은 수발기간이 길어야 5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수명의 증가로 20년 이상 부모를 돌봐야 한다. ‘부모 봉양하려 하면 부모는 이미 옆에 계시지 않는다.’는 말 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에 더 공감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자식은 말뿐, 노인수발은 전적으로 튼튼한 며느리의 헌신과 인내에 의존했었다. 지금의 근로기준법에는 여성근로자 보호를 위해 20㎏ 이상 무거운 물건 드는 것을 금지하고,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준수하며, 보건휴가 등 모성보호를 위한 휴가 등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안에서 이루어지던 며느리들의 노인수발에 이런 규정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40㎏ 이상 나가는 성인을 매일같이 일으켜 세우고 눕히고를 반복하는가 하면, 휴식도 휴가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마저 어려워졌다. 노인수발을 해왔던 여성들의 대부분이 취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 때문에 ‘사회적 입원’ 현상이라는 게 생겨났다고 한다. 지금은 개정이 되어 노인이 병원을 이용하게 되더라도 아주 일부의 의료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본은 일찍이 1972년부터 노인의료비가 전액 무료이었다. 그러다보니 치료를 위해 부모를 병원에 잠시 머무르도록 하는 게 아니라 치료가 끝나도 계속 병원에서 생활하도록 하게 되었다. 시설 보다는 병원이 그나마 자식에게 체면이 서는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이 더 이상 신체수발과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는 동반자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모부양기간이 길어지고, 여성들의 취업도 늘어나고, 부모 자식간에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자식도 부모와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는 등 이제는 ‘자식 된 도리’나 ‘남의 이목’으로 부모수발을 짊어지기에는 큰 짐이 되어버렸다. 부모 역시 자식으로부터 수발을 받는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발을 받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가족에게만 맡겨졌던 노인수발을 이제는 사회적인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는 120~240시간의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만이 노인수발을 할 수 있게 된다. 과거에는 주부였던 여성들이 무보수로 하는 일이라, 특별히 배워야 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전문적인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이론과 실습의 교육과정을 수료한, 전문성을 갖춘 직업인이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노인도 가족으로부터 무료로 받아왔던 수발을 가족 이외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발을 받으려면 본인이나 가족이 요금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이용자도 전문적인 수발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인수발의 사회화는 무엇보다 ‘노인수발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 순 덕 박사(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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