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농산물이 자란다.’ 전라북도 김제시 백산면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천지원(대표 김병귀)의 경영방침이다.

노지와 시설에서 각 2만평씩 4만평의 농장 규모를 가지고 있는 천지원은 여타 농장에서 앞선 지난 1990년부터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던 시절부터 소비자 입장에서 농사를 지어 온 김병귀 대표와 직원들이 흘린 땀의 대가가 이제야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김병귀 대표는 “좋은 농산물은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 구매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또 몇 년 사이에 웰빙에 대한 열풍이 불어오면서 살림살이도 나아지고, 천지원의 이름이 조금씩 알려졌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41가지의 유기농 잎 채소류와 특수채소를 재배해 유기농 채소만으로 연간 25억의 이익을 올리고 있는 천지원을 찾아 그 비결을 들어봤다.



농약 대신 퇴비로 기르는 유기농 채소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농산물이 자랍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좋은 환경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자라면 건강하지 않습니까?” 기자가 질문도 미처 하기 전에 기다렸다는듯이 내뱉는 김병귀 대표의 말이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듯한 말에 숨은 비결이 하나 있었다.

천지원은 땅의 힘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물의 부산물, 왕겨, 쌀겨, 식용생석회 등을 섞어 만든 퇴비를 2년간 발효시킨 후 300평 당 5톤 정도를 넉넉히 뿌려주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특유의 역한 냄새가 덜하고 오히려 구수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식용생석회는 주성분이 알칼리성 칼슘이어서 이를 사용하면 땅의 유기농도가 올라간다. 그런 다음 천지원만의 독특한 방식인 태양열 소독을 해준다.

김병귀 대표가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태양열 소독방법은 하우스안에 직접 발효시켜 만든 퇴비를 판 골고루 뿌려주고 나서,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넣고 물을 뿌려주는 방식으로 이때 토양의 수분 함량이 60%까지 되도록 맞춰줘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2~3주간 밀폐시켜 주면 된다.

“태양열 소독방법을 쓰면 2~3주동안 하우스를 밀폐시키면 안의 온도는 80도 가까이 올라갑니다. 웬만한 선충은 다 죽습니다. 또 땅의 온도는 50도 가까이 올라가 작물에 좋은 미생물은 많이 번식합니다.” 천지원 직원들에 따르면 태양열 소독 방법은 다른 농장에서도 많이 배우러 오는 추세라고 한다.

자식같이 키워내는 채소들

천지원 사무실 주변의 노지와 하우스에서는 40여종의 채소들이 쉬지 않고 자라고 있다. 배추와 무를 비롯해 신선초, 케일, 당근, 청경채 등 소비자들이 먹는 채소들은 거의 모두 재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이들 채소들의 특징은 모두 친환경 유기농산물 인증이 붙여져 있다.

“저는 자식이 43째까지 있습니다. 사람으로 낳고 키우는 애가 셋이고, 그 다음 넷째부터 40째까지는 재배하고 있는 채소들이 다 제 자식입니다. 그리고 채소들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식이라 생각하는데 화학비료나 농약을 먹일 수 있겠습니까”

천지원은 유기물과 자연 광석, 미생물 등 친환경적인 성분만을 사용해 안전성이나 기능면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1995년 상추와 신선초, 케일로 받은 유기재배 인증부터 시작해 2000년에는 재배되는 모든 채소가 유기농산물이 됐다.

그 결과 천지원에서 생산되는 채소들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지역의 14곳의 대형할인마트 매장에서 판매됐으며 지금은 롯데마트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천지원은 콜드 체인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천지원 농장의 채소는 수확해 포장한 직후부터 저온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소비자를 만난다.

“온도를 낮추면 채소의 호흡이 정지됩니다. 처음 저온 저장고에서는 섭씨 1℃정도의 낮은 온도에 저장합니다. 그리고 탑차나 벌크에서는 3℃ 정도로 저장합니다. 채소가 얼면 안 되고 또 저온 효과를 못 봐서도 안 되기 때문에 온도 조절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천지원 농장에서 판매하는 채소들은 매장에서 3일 이상 진열되지 않는다. a,b,c 알파벳 표시가 된 스티커를 활용해서 최근 출하일을 표시하고 진열 3일째에도 재고가 있으면 폐기한다.

“폐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그런 표시가 있으면 보통 매장에서 하루에 얼마나 판매가 되었는지 알 수 있고, 폐기 분량도 파악되죠. 결국 과잉 생산없이 딱 필요한 양만 생산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유기농 채소의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천지원은 지난해 농장의 매출 25억원 가운데 순익 중 절반 이상은 위생관리 시설을 만들거나 농산물을 연구하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나도 소비자 가운데 한 사람

천지원 농장에서 관리하는 직영점은 다른 곳의 채소보다 30~50% 정도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두 배 가까이 비싼 작물도 있다.

“좋은 제품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소비자가 먼저 알고 먹습니다. 천지원 브랜드 관리측면에서도 고품질 고가격 정책은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입니다.”

천지원의 김병귀 대표는 언제나 자신도 소비자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특히 농산물 출하 전 마지막에 미각, 시각, 후각 등 5감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적 검수 절차를 반드시 지키고 있다. ‘내가 소비자라면 이 농산물을 먹겠는가, 안 먹겠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쌈채소는 상추를 기본으로 신선초·로메인·트레비소 등 10여 가지를 한 데 모아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다. 여러 가지 묶음 포장을 하면 소비자들의 구매 고민을 덜겠다 싶어서다. 쌈채소를 한 데 담은 ‘유기농 쌈야채 종합세트’는 오랜 시간 천지원의 대표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천지원은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해 소품종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천지원만의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물, 고품질의 작물을 재배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소포장 유통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시도하고 있다.

“생산,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욕심대로라면 한꺼번에 많이 재배해서 많이 판매하는 것이 이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채소역시 생물이라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한 것이다. 천지원의 소포장 유통전략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수한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등 유기농업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친환경 농산물이 일상이 되는데 앞으로도 천지원으로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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