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순 덕 박사(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

대부분의 노인들은 거주지 이동을 원하지 않는다. 안정을 선호하고 집이나 친근한 환경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성향 때문이다. 때문에 연령이 높을수록 이동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점차 평균수명의 증가나 의료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노년기가 늘어나면서, 노후를 어디에서 보낼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은퇴 후에 거주지를 옮기는 추세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인구수의 절대적인 증가나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은퇴 후 기간의 증가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가 하면, 건강상태의 개선과 연금제도 등으로 인한 은퇴 후의 경제적 안정이 지금의 은퇴자들로 해금 과거에 비해 이주에 대한 강한 동기를 갖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인인구의 이동은 젊은층과는 대조적으로 고용관계나 노동시장 등 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은퇴인구는 쾌적성(amenity)에 대한 소비동기에 의해 주로 이동한다. 미국에서 은퇴자들의 유입이 많았던 지역들을 보면, 플로리다, 아리조나, 켈리포니아 등으로 날씨가 따뜻하고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잘 정비돼 있으며 호수, 해안, 산 등의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청(USDA/ERS)에 따르면, 1970년대와 비교해 1980년대 미국 농촌에 은퇴인구 유입지역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고된다. 미국은 10년간의 인구센서스 분석을 통해 60세 이상 인구의 순유입비율이 15퍼센트 이상인 지역을 은퇴군(Retirement Destination County)으로 분류하고 있다. 1970년대에는 농촌지역(non-metro)에 은퇴군이 484개나 되었으나 1980년대에는 190개로 줄었다.

이때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농촌지역의 은퇴군이 비은퇴군에 비해 젊은 인구의 증가, 가계소득의 증가, 경제적 다양성의 증대, 실업률 감소 등이 나타난 것이다. 은퇴군의 경제적 성장은 1980년대 대부분의 다른 농촌지역에서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제하락과 비교했을 때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1980년대, 은퇴군의 인구는 16퍼센트 증가하고 12퍼센트의 순유입을 기록한 반면, 비은퇴군에서는 겨우 4퍼센트의 인구가 증가하고 1퍼센트의 순유입을 나타냈다. 또한 은퇴자의 유입은 농촌지역사회에 있어서 지역 인구와 조세 기반을 활성화함으로써 지역경제와 교육 및 병원 등과 같은 주요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책입안자와 연구자들은 1980년대부터 나타난 농촌의 경제적 어려움을 은퇴자들의 유입을 통해 해결하려는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은퇴자를 유입하기 위한 혁신적인 정책들이 각 주마다 빠르게 진전되었고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1990년대에는 농촌지역의 은퇴군이 277개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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