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으로 빚은 한과 맛 ‘으뜸’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은 ‘세살 입맛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에는 과자, 참치 등 식품에서 믿기 힘든 이물질이 검출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음식에 대한 길을 바르게 열어 가는 곳이 있다. 전남 담양의 안복자 한과다.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가 이렇게 유명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곳에서 100% 국내산 농산물만 이용해 전통적인 한과맛을 지켜나가고 있는 안복자 대표를 만났다.



100% 국내산 농산물로 차별화
안복자 한과의 역사는 10년이 체 안된다. 2001년에 사업자등록 절차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통한과 사업을 시작한 것이 7년째다. 그리고 그 7년간 안복자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과를 개발했다.

지난 2000년 담양군 공무원이 한과 제조를 권유하는 데 용기를 얻어 한과를 조금씩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안복자 한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국내산 농산물로만 한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담양에는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선발 한과 제조업체들이 매우 많습니다.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어서 남들과는 작은 거 한 가지라도 차별화를 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생산단가가 높더라도 국내산 농산물만 고집했습니다”

원재료부터 근본적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들고 시장공략에 나선 것이다. 이 생각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그리고 안복자한과는 매출과 맛에서 전국 최고의 한과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해 있다.

모든 과정은 전통방식 그대로
안복자 한과의 또 다른 자랑은 직접 손으로 전통방식한과를 만들고 있는 점이다.
안복자 한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우선 쌀을 씻고 10~ 15도℃에서 7~10일간 발효 시킨 뒤 빻아서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에 콩물과 소주를 섞어 반죽, 가마솥에 쪄낸 다음 펀치기계를 이용해 꽈리가 일어나게 만든다. 그 후 원하는 크기로 잘라서 숙성과정을 거친 뒤 튀기면 완성된다. 이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여 한과를 만들다 보니 제작 기간은 한 달 가량이 걸린다.

안 대표는 “옛날 어른들 감으로 하던 방식 그대로 해야 제 맛이 난다”며 “손으로 만져보고 두께에 따라 몇 도에서 몇 시간 말리면 된다, 어느 정도에서 튀기면 된다 등 재료 성질에 따라 계절에 따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안복자 한과가 1년에 쓰는 농산물은 찹쌀 200가마, 멥쌀 100가마, 참깨, 들깨 각각 20~30가마 정도다. 물론 전량 국내 농산물로만을 고집하고 있다. 담양군 인근 20여개 농가와 협약재배를 통해 공급받고 있는 농산물은 수입쌀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등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산 물량이 급증해 전남지역 농산물을 농협에서 제공받고 있다.

“한과를 만들기 시작한 초창기에 우연찮게 수입쌀로 만든 한과를 맛본적이 있었는데 소독약 냄새가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 그냥 다 버렸습니다. 옛날 어른들 말씀에 먹을 것 같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돈도 좋지만 우리 애들이 이걸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품질좋은 국내쌀만 씁니다”라고 안복자 대표는 자신있게 말했다.

6개월 유통기간의 비밀
안복자 한과는 한과의 맛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유통기간이다.
안복자 한과는 12개월의 유통기간을 두고 있는 일반과자와는 달리 절반밖에 되지 않는 6개월을 유통기간으로 설정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품질·위생 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또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서다.

유통과정 역시 중간상인을 배제하고 직거래와 우체국 쇼핑, 대형할인업체, 백화점 등에 직접 납품하고 있다. 직거래를 고수하는 것은 안복자 한과는 전량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생산량의 한계가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간 마진을 없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고가의 좋은 재료를 쓰기 때문에 생산비는 몇 배 비싸지만 유통 마진을 줄이고 이익은 덜 내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싼값에 한과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초장기 판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을 때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전국 각지의 행사장을 돌며 1년에 3000만 원 이상의 한과를 시식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7년 동안 꾸준히 국내산 농산물과 안전한 먹을거리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인 덕분인지 안복자 한과 사무실에는 농림부 전통음식 품질인증, 전통음식 품질경영시스템인증, 농산물 가공부문 신지식인 농업인장, 전라남도 지역명품인증 등 그간의 발자취가 걸려있다. 2006년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들 만찬에 공식 한과로 선정기도 했다.
또 안복자한과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05년 미국에 한과 3만 달러어치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3월 김부각 3천달러어치가 뉴욕으로 향했다. 최근에는 미국과 독일에 8만 달러 수출했고 호주에 10만 달러 계약을 체결, 캐나다, 중국 쪽도 현재 수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전통음식과 현대인의 입맛의 조화가 세계속에서 우리 한과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

슬로우시티에 맞는 한과개발
담양군은 현재 전라남도가 선정한 슬로우시티에 선정 돼 있다. 슬로우시티는 바쁜 도시생활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공해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의 먹을거리와 고유문화를 느끼며 인간다운 삶을 되찾자는 운동이다.
안복자 한과 역시 이 슬로우시티에 맞는 한과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복자 대표는 얼마전에 아이들의 주전부리로 자리를 잡고 있는 과자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담양은 시골이다 보니 마땅히 시키기도 곤란하고 해서 탕수육, 치킨, 피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였다”면서 “우리 어머니들도 깨끗한 우리 농산물로 정성스레 만든 전통한과를 아이들에게 먹여보라”고 권한다.

또 안복자 대표는 우리 전통한과가 피자, 햄버거, 비스킷 종류의 외국산 먹을거리에 밀려 명절 선물용으로만 사용되는 정도로 인지도가 낮아진 게 안타깝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안복자 한과는 또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전통과자인 한과를 퓨전 전통한과로 탈바꿈시킨 한과 케이크, 초코렛 한과, 카레 한과, 쌀 피자 등을 출시해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설 계획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제품도 독자적인 개발품이다. 이를 바탕으로 안복자 한과는 생일과 발렌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에 몸에 좋은 우리의 한과를 선물할 수 있도록 젊은층 소비자에게도 알릴 계획이다.

내 아이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하고, 한명의 소비자도 소홀히 하지 않고 제품이 도달할 때 까지 성의와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자세가 지금의 안복자 한과를 만든 비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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