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소통하는 허브농장 ‘대박’

  
 
  
 
지난 9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원평허브농원(대표 이종노)을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해서 인지 농원입구에서는 주인 대신 달콤한 허브향과 새소리가 기자를 맞는다. 로즈마리, 자스민, 라벤더 등 친숙한 이름의 허브를 비롯해 레몬버베나, 람스이어, 오데코롱민트, 케모마일 등 이름도 모양도 생소한 100여종의 허브가 향기가 농원을 가득 퍼져 있다.

농원 한켠에는 물레방아가 연신 돌아가고 있다. 순간 이런 별천지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이종노대표가 악수를 청했다. 곧 이 대표는 케모마일 차를 한 잔 내려준다. 케모마일은 “불면증에도 차로 마시면 좋고 감기에 발한 해열 작용, 신경통, 류마티스에 진통진정작용, 여성의 냉증에도 좋다”고 이 대표가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줬다.

원평허브농원에는 허브와 관련된 것이라면 없는 게 없다. 화분은 물론 향초, 향주머니, 비누, 보디오일, 미용소금, 사탕, 주방세제 등 허브를 이용한 제품만 100가지가 넘는다. 대지 4천평의 농원에 연간 방문객이 10만명이 되고, 또 연 매출액은 5억원에 달한다는 이곳에는 어떤 비결이 있는 지 들어왔다.



늦공부로 맺은 허브와의 인연

이종노 대표는 서울이 고형으로 대학시절까지 서울에서 보낸 토박이다. 그러던 이 대표가 농업에 뛰어든 것은 21년전 아버지 농사를 거들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 부모님은 당시 수원서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너무 힘들어 하셔서 1년만 돕겠다고 나선 것이 지금까지 온 것.

“아내에게 딱 1년만 농사짓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고 한 것이 지금은 농사가 내 일이 됐습니다. 쉬운 말로 서울에서만 큰 사람이 작업복을 입고, 거름을 묻고 하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농사의 한 축을 제가 담당하고 있더라고요. 도시로 다시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이 대표가 허브와의 인연을 맺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대학원공부를 하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1997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원에서 ‘몇 가지 허브의 발근에 미치는 삽수 및 상토의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공부하는 농업인이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 했습니다. 식물에 대한 이론적 지식보다는 농업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수준이 낮다는 외부의 시각을 깨고 싶었습니다. 학위를 받고나니 주변의 시각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농업인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 대표는 공부를 하면서 지금은 농사가 단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 아닌 농촌이 갖고 있는 휴양과 휴식, 농촌을 통한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농촌자원과 자연을 다원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라고 이 대표는 자신있게 말했다.

농촌의 다양한 기능 활용해야

“우리나라에서 화장품을 광고할 때는 식물이나 물방울을 주로 이용해 싱그러움 표현합니다. 지난 몇 년간 신드롬을 일으켰다가 주춤하고 있는 웰빙도 앞으로는 먹을거리에서 벗어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이 대표는 농촌에 소비자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농업인과 도시민과 유기체적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는 것.

“현대사회의 마케팅 전략은 3가지로 대변해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나비효과 이론, 블루오션, 그리고 휴머니즘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휴머니즘입니다.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가슴으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도 원평허브농원을 개장하고는 과연 사람이 찾아올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허브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하고, 차를 대접하면서 감정적 교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농원 내 허브를 선택할 때도 소비자들이 친숙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아무리 귀한 허브라도 소비자들이 몰라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농업인들 마인드 전환 필요한 시점

이 대표의 홈페이지는 홈페이지 제작 업체도 개편을 꺼릴 만큼 자료가 방대하다. 지난 10년간 이 대표의 노력이 가장 묻어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새벽에 별보고 나와서 별보고 들어갈 때 까지 일에 매여있는게 농사의 개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제가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았다면 원평허브농원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값이 비싼 언론 광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작물과 그와 관련된 재밌는 읽을거리를 제공하면 농가소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농업인 모임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는 강의 현장에서는 이런 열기를 느낄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농업인 홈페이지가 전국에 1만여개 정도 됩니다. 그 가운데서 잘 돌아가는 홈페이지는 몇 개에 불과합니다. 농업인들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농산물은 한시적 철이 있다. 소비자들은 그 철이 지나면 안들어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홈페이지가 사라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이야기다.

“예를 들어서 고추농사를 짓는다 그러면 생육과정이라든지 유례, 약리적 기능을 동시에 올리고 출처를 밝혀놓으면 됩니다. 소비자들에게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댓들을 달 때도 서로 대화하듯이 감정교류를 하듯이 답변을 하고 보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이 대표는 그것 역시 입소문이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보가 굉장히 많이 퍼져 있다고 한다. 고정된 납품처가 없으면서 억대 매출이 나오는 원평허브농원 비결 가운데 하나다. 특정 거래처가 없으면서도 억대 매출이 나온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한 쇼핑몰과 입소문을 타고 내방하는 사람들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원평허브농원 사이트를 찾은 방문객수가 연간 130만명이 넘는 것에서 나타난 것처럼 홈페이지를 통한 지속적인 콘텐츠 개선은 중요한 요소다.

대형 허브테마파크 조성이 꿈

이종노 대표의 앞으로 가장 큰 계획은 원평허브농원을 대형 허브테마파크로 꾸미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큰 허브농원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곳 못지않게 외국인들이 관광을 했을 때 꼭 가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될 수 있는 큰 허브테마 농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대표는 원평허브농원의 깨끗한 이미지와 정리 정돈된 모습, 그리고 체험프로그램의 다양화해 도시민들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또 조금 앞서나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원평허브농원과 많은 강의 활동 등이 주변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어필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뜻을 밝힌다.

신지식농업인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을 정도로 성공한 농업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이 대표는 그러나 자신은 성공한 농업인이 아닌 늘 겸손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농부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이 대표의 이런 마음가짐이 목표하고 있는 곳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질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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