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眞) 이하늬, 선(善) 박샤론. 2006년 미스코리아대회 수상자 이름이다. 특이한 점은 한문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때 탁구선수로 국위를 선양하였고, 태릉선수촌 17대 촌장을 역임한 이에리사 역시 한자 이름이 아니다.

‘인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한자를 이들의 이름에 사용하지 않았으니 인생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 이름으로 된 이들의 인생이 더 행복하고 순조로울지도 모른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여자의 이름의 한자 획수가 21획, 23획, 24획 이면 과부가 될 팔자라거나 불구, 단명, 횡액을 당하는 등 파란 많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식의 걱정에서 피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며칠 전 서울에서 문의전화가 왔다. “현재 고등학생인 아들의 이름이 준걸 준(俊), 빛날 희(熙) 자를 사용하는데 어디서 물어보니 한자의 수리가 원격 28획이라 흉운(凶運)이 따르는 이름이라며, 준걸 준(俊)자를 높을 준(峻)자로 바꾸어 원격 23획으로 개명해야 흉운을 피할 수 있다 한다. 어떡하면 좋냐? 라는 내용이었다.

그런 이야기에서 가슴이 철렁할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한자 획수가 바뀐다 해 운명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부르는 이름은 그대로 ‘준희’인 것이다.

또한 한자 이름을 동사무소 호적계에 등재만 하면, 동사무소가 알아서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대한민국 호적법에는 한글, 한문, 외래어, 종교적인 세례명까지도 다섯 글자 이내에서 등재를 허용하고 있으니 이는 문자의 획수가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이름의 음운(音韻)이 선행돼야 하고 길(吉)해야 할 것이다.

개명은 신중해야 한다. 사업실패, 이별, 병고, 흉사(凶事)가 겹칠 때에는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단순히 한문획수가 나쁘다는 말을 맹신하고 개명을 한다면 오히려 불행을 초래하는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중국 역대(歷代) 주석들의 이름을 보면 이해가 쉽다. 덩샤오핑(鄧小平), 정격 27회, 장쩌민(江澤民) 원격 22회, 마오쩌뚱(毛澤東) 이격 12획, 조우언라이(周恩來) 정격 26획이다.

한자 수리로는 불구, 단명, 폐질 등 온몸이 온전할 수 없는 이름이지만, 13억 인구를 통치하는 주석이 됐다. 이제는 한자 수리의 미신(迷信)에서 벗어나야 함이 옳다.

2006년에는 우리나라 개명 허가율이 90%였다고 한다. 개명 붐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부르는 이름 소리의 물리적인 힘의 작용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근거가 부족한 81수리법, 삼원오행, 자원오행 등으로만 작명 된다면 그 이름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다.

가정법원이 개명 허가를 해주는 사례를 보면 ▲ 부루는 이름이 아이들의 놀림감이 돼 정서를 해치거나 ▲ 부르는 이름과 호적계에 등재된 이름이 다를 때 ▲ 일본식 이름인 영자, 화자, 순자, 인자 등 여성의 이름 끝 자가 아들 자(子)로 된 이름 ▲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이름 ▲ 범죄자와 동일한 이름으로 곤란을 겪는 경우 등이다. 한번 개명한 이름을 다시 고치기는 어려우니 첫 개명을 신중히 해야 한다.

또한 섣부른 성명 감정으로 개명에 참여한다면, 해당공무원들에게 과중한 업무를 주고 사회적으로도 각종 신용정보를 공유하는 금융기관과 보험업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현재 부르고 있는 이름을 한 번 더 살펴볼 일이다. (예지작명원 문의. 053-791-3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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