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아줌마 딸기밭엔 사람향기 가득

  
 
  
 
대전에서 가장 가까운 딸기 주산지는 바로 충남 논산이다. 딸기 생산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딸기로 유명하다. 이곳이 딸기체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무농약 재배농법 때문. 딸기체험의 특성상 현장에서 즉석으로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만일 농약이 사용된다면 건강에 해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먹는 체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충남 논산의 경우 해충과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 농법을 이용한 무농약 재배에 성공하며 국내 최대의 딸기체험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 가운데 딸기아줌마 남기순(47)씨가 있다.



그린투어리즘…새로운 농촌 소득

남기순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10년전 서울에서 남편 노세운(48)씨와 귀금속 가내공업을 하다가 귀농을 했다. 오랜 실내 작업과 스트레스로 남 대표의 건강이 악화된 것이 계기로 남편과 함께 퇴직 없이 평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자며 고향인 논산에 정착한 것. 남기순 대표의 고향이기도 한 논산에서는 부모님이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남 대표는 2년동안 부모님의 딸기농장에서 일을 배운 후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개방 위기가 와도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으면 사줄 것이라 판단하고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농사’를 하자고 결심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친환경 재배’였다.

남 대표는 “처음에 친환경 딸기 재배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 이웃주민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농사도 모르는 사람들이 쓸데없는데 돈쓰고, 힘쓴다고 비웃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농사를 지었으나 결과는 어른들의 우려대로 첫해에 수확한 딸기는 이웃농가에 비해 낮은 가격에 팔렸다. 크기는 작고, 벌레 먹은 것도 있고, 색깔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역의 농업인들의 텃세라는 관행도 작용도 했다.

남 대표는 “남기순의 딸기가 시장에 유통되고 정착하기 위한 진통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린투어’라 불리던 영농체험관광에서 돌파구를 찾았어요.”

남 대표는 곧바로 시청에서 여행사와 연계해 도시 사람들을 농사짓는 밭까지 직접 데려와 친환경 딸기를 밭에서 직접 맛보게 했다. 친환경농산물은 상품성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몰라서 사지 않은 것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2004년 그린투어를 시작한 첫 해에 남기순 대표의 밭을 찾은 사람은 3천여명이었다. 소문은 꼬리를 물고 번졌고 지난해엔 1만5천여명이 찾아왔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넘쳐나 지금은 예약을 제대로 못 받을 정도다.

친환경 재배의 비결은 ‘천적농법’

남 대표는 딸기묘목을 이식할 때 진디물과 응애의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과 칠레이리응애 등을 딸기하우스에 평균 3m 간격으로 뿌려놓는다. 천적을 이용해 딸기의 당도와 빛깔을 지켜내는 것이다. 남 대표가 속해있는 ‘촌놈딸기’ 작목반에서 배운 노하우다. ‘촌놈딸기’ 작목반은 천적활용과 무농약 재배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작목반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해충을 잡거나 예방하는 천적에 대해 처음에는 믿음이 가지 않았어요. 지금까지의 농사경험으로는 독한 농약을 뿌려도 살아남는 질긴 해충이 많은데, 어떻게 살아있는 벌레로 해충을 예방하거나 잡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남 대표는 이어 “천적 활용이 독한 농약보다도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딸기의 재배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적 농업을 하자 진딧물이나 응애 등 해충이 많이 나타나던 시기에 개체수가 신기하게도 급감한 것이었다. 줄어든 이유는 진디물과 응애를 천적이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천적농업의 해충 제거 효과는 탁월하게 나타났다. 진딧물의 천적인 콜레마니진디벌 1마리는 300~400마리의 진딧물을 퇴치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 점박이응애의 천적인 칠레이리응애는 1마리가 하루에 점박이응애 알 20~30개와 유충 15마리, 성충 5~10마리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이들 천적도 일정시기가 되면 보리와 벌로 유인해 퇴치한다.

촌놈딸기 작목반 회원들은 천적 농법으로 매년 수백 톤의 딸기를 생산해 호당 평균 5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논산의 작지만 강한 생산조직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소비자 마음이 곧 내 마음

남기순 대표는 도시에서 딸기밭까지 찾아온 사람들에게 단지 ‘딸기’만 팔지 않았다. 딸기로 만든 ‘잼’과 ‘고추장’, ‘인절미떡’ 등 가공 상품을 함께 내놓았다. 그러면서 자연을 느끼고 흙을 만지며 작은 농사체험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고추장에 딸기를 3분의 1 정도 넣어 만든 ‘딸기고추장’은 체험관광객들이 농장에서 비빔밥을 먹거나 삼겹살을 싸먹을 때 인기가 많아요. 처음에는 맛보기로 한 것이 지금은 입소문이 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남 대표는 딸기잼·고추장·떡으로 연간 5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딸기아줌마의 딸기라면 의심 없이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남 대표는 “소비자가 어떤 마음으로 딸기를 사는지 알아준 것이 통해서 우리 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마음을 곧 내 마음처럼 여기고 있다.

남 대표의 6천여평 19개의 딸기 하우스에서는 하루 최대 1천여명이 체험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1인당 7천원(만 4세 미만 무료)만 내면 1시간 동안 마음껏 딸기를 따먹을 수 있다. 또 나눠주는 500g 용기에 수확한 딸기를 담아 갈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보통 1㎏당 8천원을 받는다. 남 대표의 딸기체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이유다.

남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2006년 11월 충남도청에서 해외바이어를 상대로 마련한 친환경농산물설명회에 참가해 러시아에 100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
남 대표는 “네 차례 선적까지 했지만 서로 조건이 맞지 않아 지금은 중단된 상태”라며 “꾸준히 수출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생각이 비결

남기순 대표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여성농업인들이 농촌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남 대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능력을 주변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2007년 마을의 젊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 ‘광석권역종합개발사업계획서’를 제출해 51억원의 사업비를 받았다. 2012년까지 5년동안 딸기와 배 유통사업 기반을 구축하면 ‘돈 되는 농업, 살 맛 나는 농촌’이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 대표는 ‘광석권역종합개발사업추진위원장도 맡고 있다.

여성농업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남성농업인들보다 못할 것 없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 대표는 “딸기 농사를 시작한 해에 태풍 루사 때문에 비닐하우스의 3분의 2가 날아갔고, 그 다음해에는 폭설로 비닐하우스 전부가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섰다”면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게 성공농업을 위한 최고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딸기아줌마 남기순 대표의 농업 노하우

1. 항상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농사를 짓는다.
2. 체험농업, 천적농업 등 선진농업은 빨리 도입한다.
3. 작목반 통해 농업기술을 공유한다.
4. 내 딸기만큼은 소비자가 마음놓고 먹게한다.
5. 늘 소비자의 입맛과 요구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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