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봉사’ 참맛 아는 알찬 여성농업인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 속을 뚫고 차를 달려 유옥연 회장(56세)을 만나기 위해 서산시 부석면 강수리로 향했다. 강수리는 옛날부터 큰 농사꾼들이 많기로 소문 난 곳으로 넉넉한 농사와 함께 인심 좋은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유 회장의 자택은 아담한 한옥으로 지어져 있어 농촌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정답고 고풍스런 아름다움을 지녀 주인의 넉넉한 인심을 한 눈에 보여 주고 있었다.
호탕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은 유옥연 회장은 충청남도생활개선회장으로 여성농업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어떻게 하면 잘 사는 농촌을 만들 수 있는 지 궁리하고 노력하고 있다.

◇남편을 보면 지금도 설레
충남 서산시 부석면 월계리가 고향으로 이곳 토박이인 유옥연씨는 고등학교 때 만난 남편 박영현(58)씨와 22살에 결혼해 1남 2녀를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며 40년 가까이 여성농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논농사 8천 평, 과수원 3천 평, 밭 4천 평, 생강 밭 2천 평을 농사짓고 있다.

“그 땐 어려서 내가 연애하는 줄 도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는데 남편은 결혼 하고 8개월 만에 군대에 가버렸죠.”

결혼 후 속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좋은 시부모님과 가족들로 인해 힘든 부분도 이겨내고 남편이 없는 32개월이라는 시간을 큰 탈 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고 회상하는 그녀는 “지금도 남편이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겨 보이고, 옆에 서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농사짓는 재미 도시 사람들은 몰라
“세상에서 농사가 제일 재밌어요. 도시사람들이 생각하는 힘든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작물들과 이야기 하고,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를 도시사람들은 모를거에요.”

농사일과 사회활동을 함께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냐고 묻자 그녀는 “부부가 함께 농사지으며 금술 좋게 늙어 가는 것이 좋다”면서 “남들 눈에는 두 가지 다 하는 것이 힘들게 보이겠지만 남편이 많이 도와줘 농사와 사회활동의 맛과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인심 후하고, 공기 맑고,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지금 생활이 너무 좋다는 그녀는 가끔 아들보고 이곳에서 대를 이어 농사지으라는 말도 건네보지만 아직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그렇지만 바쁘고 힘들 때는 다 같이 모여서 도와준다고 한다.

그녀의 또 하나의 행복은 38년동안 한 집에 살면서 아흔 살이 다 된 연세에도 아직까지 큰 병치레 한 번 안하고 여전히 건강한 시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모신게 아니라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살았죠. 오랜 시간 함께 살다 보니까 지금은 시어머니란 생각도 안 들고 친어머니 같아요.”

시동생들과 시누이들이 모두 잘 살고 있어 그것도 뿌듯하다. 그녀는 얼마 전에는 자식들 다 키워놓고 보니 본인 인생도 챙겨야할 것 같아 남편과 일본여행도 다녀오는 등 즐겁게 살고 있다.

◇회원들의 재신임에 보답
그녀는 지난 1991년 농업기술센터와의 인연을 맺은 후 부석면에서 생활개선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1995년 부석면생활개선회장, 1997년 서산시생활개선회 총무, 2000년 서산시생활개선회장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제6대 충청남도생활개선회장을 맡아 이끌었다.

16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면서 면단위 회원에서 도회장까지 거의 모든 입장을 경험한 그녀는 한번 더 믿고 충남생활개선회장의 역할을 맡겨준 충남의 생활개선회원들께 감사를 표했다.

“생활개선회 활동은 내가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고 나누어 줄 수 있어서 또 다른 행복이에요. 지난 2년을 거울삼아 앞으로의 2년도 게으름피우지 않고 열심히 이끌어 나갈거에요”

지난 해 2006벤처농업박람회에서 충남의 16개시군 생활개선회원 1만8천여 회원들이 기부한 1천만원으로 성공기원을 염원하는 장승제를 한마음 한 뜻으로 주관한 것에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녀는 올해부터는 여성농업인의 복지 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 만들 것
“농촌의 화목한 가정, 누구나 살고 싶은 농촌 만드는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그녀는 여성농업인들도 하루 18시간 넘게 열심히 일하지만 남성들과 달리 아직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각 면단위, 읍단위 동장들을 통해 여성농업인이 10년 이상 농사를 지었으면 직업인 농업인으로 인정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도 농사를 40년가까이 지었지만 다치거나 다치고 난 후에는 치료비 걱정이 앞설 때가 있어요. 농촌경제도 어려운건 알고 있지만 이런 과정이 세계속에 우리 농업을 우뚝 세울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또 생활개선회를 일반적인 친목 단체가 아니라 학습단체로서 하나라도 더 배워서 지역 사회에 봉사하도록 만들고 농가 소득원으로 만들 생각을 갖고 있다.

충남생활개선회는 이미 지난 해 12월에는 간병인 교육을 통해 교육을 이수한 회원에게 자격증을 수여했고, 선진농업 체험을 통해 유럽의 농업을 배우고 지역의 농업이 현실에 맞게 적용시킬 수 있도록 했다.

또 충남의 대표적 특산물인 생강을 이용한 한과를 만드는 ‘서산생강한과협의회’를 꾸준히 발전시켜 전국적인 판매망을 넓히는 등 지역 농촌여성의 주 소득원으로 자리 잡게 했다.

“우리가 생활개선회에서 배우고 체험한 것을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든 환원할 때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자식 먹일 농산물 가꾸는 마음으로
“내가 재배하는 농산물은 내 자식을 먹이는 마음으로 지어요.” 그래서 그녀는 본인만의 농사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 위해 작물 하나하나에 세심한 정성을 들이며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끝으로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데 충남생활개선회장이라는 중책을 다시 한 번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원들간의 신뢰를 더욱 돈독히 쌓으면서 도시 못지않은 농촌 생활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농사도 열심, 생활개선회도 열심인 그녀에게서 충남 생활개선회의 밝은 앞날을 바라본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