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도 기업경영기법이 도입되면서 주목받는 성공적 경영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농업법인 등 회사 형태의 경영체는 그동안 주로 개별농업인의 중심으로 결성됐으나 최근에는 협동조합, 개인 기업, 마을 등이 중심 주체가 된 다양한 형태가 출현하고 있다. 이들 경영체 모두 친환경농업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보다 밝은 미래를 예고해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경영체 태동…성공

영세소농구조에서 농업생산의 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업적 조직을 도입한 것이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이다. 정책자금 지원이 확대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많은 영농조합법인이 나타났다.

2006년 말 기준 5,308개의 농업법인이 있고 이 중 영농조합법인이 대부분으로 4,400개이다. 사업유형은 농업생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가공판매, 유통판매형의 농업법인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유리온실, 축산단지사업 등의 정책적으로 시설지원을 받은 시설농업부문에서 대부분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초 소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영농조합법인들을 육성하려고 했지만 많은 법인이 부실화되면서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되었다. 농가수준에서 법인경영의 장점을 활용할 기초가 형성되지 않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성공하는 법인경영체가 늘어나면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업경영 구조로 전환

농업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세소농을 포함한 농업경영이 조직화가 되면 보다 기업적 경영을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작부체계의 도입, 새로운 기술의 효과적인 도입, 통합적 의사결정의 강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업법인은 농업생산은 개별적으로 이뤄지면서 판매부문에서 규모화 하는 조직형태가 많다.
현재 농업법인은 영세소농을 포함한 지역 단위의 농업경영조직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지역단위의 농업 전체를 포함한 농업의 조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지역단위로 영농계획을 수립해 지역 단위 경영을 추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법인이 출현하고 있다. 거창·남해의 나투어(Nature)와 순천농협 직영농장이다. 이들은 지역 내 농가로부터 전체 농지를 장기 임차해 다양한 품목을 함께 생산하는 생산법인이다. 출하단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농업의 조직화만이 아니라 생산단계에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농업경영의 조직화가 도입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변하고 있다.

나투어(Nature) 직영농장

거창과 남해에 농장을 두고 있는 나투어(Nature)는 유기농 유통기업인 게비스랜드가 효과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마을 단위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이 농장은 영농조합법인이지만 유통기업이 중심이 되어 생산까지 참여하게 된 형태이다. 유통기업이 생산에 참여한 경우는 많지만 마을단위로 생산기반을 조직화 해 추진한 적은 아직 없다.

마을단위 생산단지를 추진한 것은 친환경농산물을 효과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개별 농가가 아닌 단지화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나투어는 유통기업이 농가와 장기 임대차계약으로 단지화한 경우이다.

게비스랜드는 효율적인 친환경농산물 생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2003년 마을 전체를 하나의 지구로 선정해 생산단지화 했고 농지의 소유와 경작을 위해 자본금 1억원의 영농조합 형태로 결성했다.

영농조합법인은 게비스랜드가 5,000만원, 직원이 4,000만원, 농가(10호)가 1,000만원을 각각 출자해 구성했다.
거창과 남해의 농장은 다른 지역이어서 서로 분리된 영농조합법인이지만 한 농장과 같이 통합 경영되고 있다.

나투어는 농산물 생산만 담당하고 판매는 게비스랜드가 담당해 항공기내식의 식자재, 백화점 출하 등으로 고급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기업이 농지를 장기 임대차해 영농을 하는 형태로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장기 임대차계약으로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은 생산의 안정을 위해 15년 장기로 하고 5년마다 임차료를 재결정하고 임차료 지불은 매년 지불하는 조건이다. 임차료는 장기계약이어서 안정성 등의 요인으로 지역의 일반 수준보다 높은 3.3㎡당 1,350원 내지 1,700원이다.

이렇게 해서 나투어는 거창지역 26헥타, 남해지역 12헥타 등 총 38헥타의 친환경농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 지역은 과거 순수한 쌀농업 중심지역으로 고령화와 부재지주가 많은 전형적인 중산간지역의 농업구조였다.

이제는 다양한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을 위해 쌀농업에서 시설원예로 전환하고 있다. 시설하우스는 거창이 3헥타, 남해가 4헥타이고 노지채소 중심의 작부체계로 변하고 있다.
쌀 이외에 콩, 쌈채소, 브로콜리, 과채류 등 다품목-소량의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나투어는 채소 중심의 2~3기작 재배가 되면서 마을 내 인력을 상시 고용할 수 있게 됐다. 두 농장에 대해 지역사정에 밝은 이장을 인력담당 직원으로 고용해 마을 내 인력 확보와 조정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고용한 인건비로 지역 내에 연간 3억원 정도 지불되고 있다. 인건비는 거창에서 1억4,000만원으로 평균 하루에 12명, 남해에서는 1억6,000만원으로 평균 하루에 14명을 각각 고용하고 있다.
이런 생산체제로 나투어는 지역마을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토지임차료로 거창 1억 500만원, 남해 6,100만원을 합해 약 1억 6,600만원의 소득이 있다.

또 채소농장에서 고용으로 약 3억원의 근로소득이 있다. 총 4억6,600만원 정도의 소득이다. 게다가 농작업 감소에 따른 잉여노동력을 활용해 채소, 버섯, 벌꿀 등 다른 농업생산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쌀 농업의 소득률을 적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총소득 2억600만원(10a 당 54만원 적용)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다.

더불어 쌀, 마늘의 단순한 작부체계에서 다양한 채소작목이 도입됐고 친환경농업지구로 전환되는 효과를 수반했다. 법인 경영으로 젊은 영농경영인력을 안정적으로 육성할 수 있고 농기계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한 효과도 있다.

순천농협 직영농장

순천농협은 중산간 지역에 한 마을을 선정해 2007년 2월부터 농지소유 농가로부터 농지를 장기 임차해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단지화된 직영농장을 만들었다.

3개면에 1개 마을씩 3개 마을을 선정해 총 134호의 농가로부터 농지를 장기 임차해 43.1헥타에 이르는 대규모 생산단지를 형성했다. 승주단지 12.2헥타, 오성단지 12.7헥타, 송광단지 18.2헥타 등이다.

농가와 임대차계약을 3년으로 하고 농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임차료는 시가보다 높은 3.3㎡당 1,500원(10헥타 등 45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3.3㎡당 500원 정도 더 지급해 장기임대차계약을 했다. 단지별로 현지 주민을 현장 농장장으로 고용해 생산관리를 하고 있다.

친환경에 효과적인 농업경영 계획을 세워, 기존 쌀 중심의 획일화된 작부체계에서 콩, 연, 양파, 잡곡류, 브로콜리 등 다양한 새 작물을 도입했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연간 6억1,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콩이 1억7,600만원, 연이 5,000만원, 동계작형이 1억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생산원가로는 임대료 1억9,600만원, 인건비 1억8,600만원 등 총 7억300만원을 지출했다.

전체단지 43.1헥타에 과거처럼 쌀만 재배했을 경우 10a당 조수입서 경영비를 제한 소득은 2억3,400만원이었다. 새로운 작물 도입으로 약 2억2,700만원의 더 많은 농업수입을 얻고 있다.

농협이 직영농장을 운영하면서 농가는 장기임대차에 의해 10a 당 45만원의 고정적인 농지임대수익을 얻고 있다. 이 면적에서 얻은 쌀 소득이 5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임차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는 흐름이다.

이 농지에서 남은 노동력은 직영농장에서 임노동을 하거나 마을 내 유휴화되고 있는 조건불리지역의 농지를 계속 활용하는 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가는 임차료 1억9,569만원, 인건비 1억8,561만원, 농기계사용료 8,595만원으로 모두 3억8,130만원의 직접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

지역 농가전체로 보면 이는 벼농사만을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농업총수입 3억8,445만원에 근접한 소득이고 쌀 소득 2억3,360만원 보다는 더 많은 소득수준이다는 평가이다.

또한 생산단지화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친환경농업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부가적 효과도 있다.
다양한 작부체계를 함으로써 병충해 발생을 축소하고 제초 등 친환경농업에서의 기계화도 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을의 농장장 등을 육성함으로써 마을농업 경영을 담당할 후계인력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농가에 많은 농업소득을 제공한 것이 농협이 적자를 보면서 유지한 것이라면 농가에 보조한 것에 불과한 만큼 장기적으로 경영에서 손실을 만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협은 매출액 6억1,100만원에서 매출원가로 7억300만원, 판매관리비로 1억3,600만원 등을 지출해 영업손실이 1억2,9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친환경농업 증진을 위한 지자체의 지원금을 영업외 수익을 얻고 있다.

또 관리인건비로 1억원만 고려했을 경우 직영농장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1억3,234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농협이 적자이지만 농가가 얻는 소득이 3억8,100만원이다. 이는 이 면적에서 쌀을 생산했을 경우 얻는 농가소득 2억3,300만원보다 1억4,800만원이나 더 많다. 여기에 직영농장의 당기순손실 1억3,200만원을 제했을 경우 지역 전체로 보면 1,600만원의 이익이 발생함으로 전체적으로 소득균형은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얻은 것은 순천농협이 학교급식, 파이머스마켓 등 판매사업으로 수직적 계열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직영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는 지역농협의 유통체계를 이용할 수 있어서 전업농가보다 어려움이 없었다. 또 직영농장을 갖춤으로써 다각경영이 가능해져 다품목-소량생산으로 개별농가가 공급하지 못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얻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주산사랑

영농조합법인 주산사랑은 60호 회원농가로 이뤄져 있다. 3개 지구에 100헥타 정도를 친환경 쌀과 동계작형으로 유채를 재배하고 있다. 생산단지별로 10명의 작업반장을 선정해 회원농가의 친환경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영농조합법인형으로 생산은 개별경영주이고 생산방식의 통일을 도모하고 있다.

영농조합은 친환경농업의 실천을 위해 퇴비생산하우스, 우렁이 양식장, 미생물배양실, 가공공장(친환경센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합은 회원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자재를 공급하여 생산한 친환경 쌀을 판매하고 있다. 조합은 방재, 퇴비 살포 등 농작업을 대행해 효율화 하고 있다.

주산사랑은 영농조합이어서 자금이 부족해 일시에 벼 매입을 할 수 없어서 농협을 중개해 매입하고 있다. 회원농가와 80킬로그램 당 16만5,000원에 계약을 하고 농협은 회원농가의 친환경쌀을 일반수매가로 수매하고 나머지 차액에 대해서는 3월까지 법인이 제반비용(방재, 퇴비 살포비, 친환경자재비 등으로 1헥타 당 4만원)을 제한 후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단지화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친환경농법을 실천할 수 있게 됐고 그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생산비에서의 차이를 친환경직불금이 보완함으로써 농가 투입 노력 대비 수익이 더 많았다. 방재, 퇴비 살포 등을 법인이 대행함으로써 손쉽게 친환경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효과도 얻고 있다.

넘어야 할 난제

희망을 열고 있지만 이들 경영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
나투어의 경우는 초기 농가참여 유도를 이해시키기가 힘들었고, 과도하게 높은 임차료로 단기적으로 경영수지가 악화됐으며 모든 농가가 참여하지 않아서 완벽한 단지화가 어려웠다. 또 판매능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마을단위 영농단지를 구축하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순천농협 직영농장은 규모화된 전업농가의 경우 직접경작의 이익이 상실하는 문제가 있어 직영농장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 농협이 마을단위 직영농장을 운영하면서 토지임차료만 높이게 돼 전업농이 임대차에 의해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는 부작용이 일고 있다. 직영농장과 전업농 육성간의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영농법인 주산사랑은 회원 중에 임차농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농지 소유자의 요구에 의해 경작농가가 바뀌게 되는 데 이런 경우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인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는 낭보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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