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최정섭)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도시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농산물 시장개방 반대활동을 벌이는 농업인에게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은 마치 여론을 등에 업은 양 차가운 시선을 던졌지만 국민들은 실제 농업인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음을 조사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시장개방 피해에 따른 대책과 관련해서는 도시민과 농업인의 시각차이가 있었다. 도시민은 농업체질 개선과 농가의 경쟁력을 첫 과제로 꼽은 반면 농업인은 피해보상을 통한 소득보전을 먼저 꼽았다. 의식조사결과를 요약했다.

◇ 도시민 88.4% “농업 중요”
농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도시민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중요할 것’(81.4%)이라거나 ‘앞으로 중요할 것’(7.0%)이라고 응답해 농업인(72.1%)보다 농업의 중요성을 더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에 대해서도 도시민 10명 중 9명은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상(52.8%)은 공익기능 유지와 보전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부담에 찬성했다.

농산물 시장개방이 더 확대되지 않고 국내 농업을 위해 수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도 60.7%가 공감을 표시했다. 시장개방이 불가피하다(33.3%)는 일부 의견을 제외하면 적극 개방해야한다(5.9%)는 응답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도시민은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농업인에 대해 4명 중 3명(74.5%) 정도가 ‘이해한다’고 응답해 일부 비판여론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 농업에 대한 지원은 소극적
이처럼 도시민은 농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로 바로 연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민 63.9%는 수입개방이 확대되면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가리지 않고 안전성(37.4%)과 가격(26.5%)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가격이 비싸더라도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겠다’(36.0%)는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크게 앞섰다.
현재 25% 수준인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훨씬 더 높여야한다는 응답은 59.5% 수준에 머물렀고 ‘현재수준을 유지하면 된다’는 응답은 37.6%에 달했다.

◇ 체질강화·농가경쟁력 주문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대응방식이나 대책에는 견해 차이를 보였다. 도시민은 경쟁력 있는 농가 육성(51.3%)을 첫째로 꼽았고 농업인은 피해보상(49.7%)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농업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농업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도시민(61.1%)과 농업인(51.7%)이 공감하고 있으나 그 다음으로 도시민은 ‘농업인의 의식전환과 자구책’(20.9%)을, 농업인은 ‘일반국민의 농업보호 의지와 동참’(31.0%)을 각각 꼽았다.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과 관련해 도시민과 농업인 모두 ‘품질경쟁력’을 첫 번째, ‘안전농산물’을 두 번째 중요한 요소로 꼽았으나 도시민은 품질경쟁력(58.9%)을, 농업인은 안전농산물(36.6%)을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시민 78.7% ‘국산이 안전’
국산 농산물과 미국산 농산물의 안전성 비교에서는 도시민(78.7%)과 농업인(73.9%) 대부분은 ‘국산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국산 농산물 안전성의 경우 도시민 63.0%가 신뢰한다고 응답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1%에 그쳤다.
특히 도시민은 채소, 육류, 곡물을 구입할 때 안전성을 무엇보다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의 경우에만 안전성(41.9%)보다 맛(45.0%)을 우선 고려해 구입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은퇴이후나 여건이 되면 농촌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도시민이 71.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을 실질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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