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김치는 우리전통식단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루 세끼 먹는 밥과 함께 꼭 먹어야 하는 게 김치이다. 고추로는 고추장을 만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양념으로 우리 고유음식의 맛을 내는 원천이자 필수품이다.
올해 국내산 고추는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오름세에 있다. 이대로 간다면 고추농가들이 적은 소출에도 고추가격이 좋아 소득에서는 작황부진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추 수입량이 늘고 있는 데다, 한나라당 황영철 의원이 관세청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고추 밀수는 2005년 68억원, 2006년 19억원, 2007년 61억 등을 보이다 올해 8월말 현재 75억원 상당을 넘어선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중국산 다데기 가짜 고춧가루가 고품질 고춧가루로 둔갑돼 고추유통시장을 교란시키고 있어 대책이 급한 시점이다.
땀흘려 일궈낸 농업인들의 고추농사 결실이 허망하게 되지 않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이유이다.


전북 순창지역 고추장 원료 90%가 수입산
한나라당 신성범 의원은 전라북도에서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순창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순창고추장’에는 국내산 원료가 10%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역특산품인 순창전통고추장은 100% 국내산 고추를 사용하지만 공장고추장(수입산 원료사용)의 경우 국내산 원료를 10%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국감 전라북도 제출 자료에 따르면 순창 장류 산업은 2005년 2천420억원, 2006년 2천700억원, 2007년 3천억원으로 꾸준히 매출액이 늘어왔다. 올해는 3천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예정이다.
그중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순창고추장은 3억원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고 100%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해 전통업체에서 생산하는 순창전통고추장의 매출액은 350억원에 불과하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순창고추장은 수입산으로 만들어진 이름만 순창고추장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전북의 대표적인 상표인 순창고추장이 90%가 넘는 수입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국민기만 행위이며 전북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준비하고 있는 전라북도는 앞으로 지명을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국내산, 특히 전북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야만 제품에 대한 신뢰와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산 다데기 가짜고춧가루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은 “고추와 쌀가루·밀가루, 소금, 포도당이 결합된 중국에서 수입된 다데기 제품에 파프리카 색소를 첨가해서 기계로 돌리면 입자가 뭉쳐져서 색깔 좋은 고춧가루로 둔갑한다”고 지적했다. 이 제품은 식자재상을 거쳐 식당과 휴게소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른 중국산 다데기 수입물량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약1만8천739톤(4만5천달러)이 수입됐다며 업계추산 연간 2만6천637톤에 달하는 물량 중 상당수가 고품질 고춧가루로 둔갑해서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가짜 고춧가루가 유통돼 고추생산 농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1㎏당 가격이 5천원선으로 국산 고춧가루 가격 1만6천원의 3분의 1도 채 안되기 때문에 여타 유통업체들이 저가의 불법 고추, 씨앗, 희나리 등을 혼합하는 등 고춧가루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건고추 생산량이 16만톤으로 금액 기준 약 1조원에 달하는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고추(화건) 5천800원, 작년보다 높아
이런 현실에서 국내산 건고추 9월 평균 도매가격은 화건 5천790원(중품 5천330원), 양건 6천800원(중품 6천350원)으로 작년 보다 각각 31%, 21%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2008년산 고추 재배면적이 감소했고 작황도 부진해 생산량이 2007년산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10월 건고추(화건) 상품 600g당 도매가격은 수입량이 증가하지만 생산량이 감소해 작년보다 24% 높은 5천800원으로 전망된다.

금년 생산량 12만 8천톤 전망
통계청에 따르면 금년산 고추 재배면적은 작년보다 11% 감소한 4만8천825ha이다. 금년 고추 생육상황은 작년보다 다소 부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3.3㎡당 포기수가 작년과 같지만 초장이 1.2㎝ 작고 포기당 착과수가 0.6개 적기 때문이다. 금년 고추 단수는 생육기 가뭄으로 인해 작년보다 10% 감소했다. 지속된 가뭄으로 9월 이후 단수가 9월 이전보다 더욱 감소했다. 수확 시기를 고려한 금년 고추 단수는 작황이 크게 좋았던 작년보다 10% 적지만, 평년보다 6% 증가한 10a당 263kg으로 전망됐다. 금년 고추 확정면적에 예상단수를 적용할 경우 고추 생산량은 작년보다 20%, 평년보다 14% 적은 12만8천톤으로 전망된다.

산지 낮지만 수입 가격 높아
9월말 현재 건고추(양건) 산지 평균거래가격(중국 산동성 청도 기준)은 톤당 1만1천元(1천650달러)으로 작년보다 16% 낮은 수준이었다. 9월말 현재 민간수입 가격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600g당 5천400원, 도매가격은 5천900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5% 높은 수준이다. 9월말 현재 냉동고추 민간수입 가능 가격은 600g당 520원, 가공 후 국내 판매원가는 3천770원으로 작년보다 각각 31%, 22% 높은 수준이다.

고추 수입량 지속 증가 전망
지난 9월 1~25일까지의 고추 수입량은 4천615톤(건고추 수입량 238톤, 고추 관련품목 수입량을 건고추로 환산한 중량 4천377톤)으로 작년보다 28% 증가했다. 9월말 현재 정부 재고량은 8월과 동일한 536톤이고, 금년 정부수입물량(TRQ) 중 잔여물량 933톤은 12월에 수입할 계획이다.
10월 고추 수입량은 작년보다 10% 증가한 8천600톤으로 전망됐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높지만 국내 생산량 감소로 고추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 7만여톤 수입
건고추 환산 고추수입량은 UR 협상이후 1998년까지 1만여톤이었으나 2000년 3만톤 내외로 수입이 3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지속 증가해 최근 7만여톤이 꾸준히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국내 고추 총 공급량의 35~40%에 해당되는 물량이다. 2006년산 고추는 수입량은 8만2천톤 내외로 2005년산 보다 21% 증가했다. 이는 2006년산 고추작황이 나빠 생산량이 크게 감소해 고추가격이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건고추나 고춧가루 수입량은 270%의 고율관세로 인해 수입실적이 많지 않고 매년 감소추세이나 냉동고추 수입량은 2000산 1천32톤에서 2006년산 1만5천393톤으로 급격 증가했다. 이는 냉동고추의 관세가 낮은 데다 해동 및 건조과정 이후 색택이 우수해 국내산 일반 고추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추수입량 김장철에 가장 많아
고추의 월별 수입비중은 김장철인 11~12월이 가장 높다. 고추 수확기인 8~11월 수입비중은 2001~2003년에 비해 높은 편이나 2004~2006년에는 크게 감소했고 단경기인 5~7월 수입비중은 최근 증가세이다. 건고추는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분쇄한 건고추의 경우 중국산 비중이 높으나 우즈베키스탄, 인도로부터도 수입되고 있다. 냉동고추는 95% 이상이 중국산이며 베트남산도 일부 수입되고 있다고 한다. 혼합조미료의 경우 상당 양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나 최근 중국 수입비중이 감소하고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수입국도 호주, 미국 등으로 다변화되는 경향이다. 기타소스는 중국산 비중이 2001년 81.9%에서 2006년 77.2%로 감소한 가운데 미국, 일본, 뉴질랜드, 홍콩, 태국 등 수입국이 다양화 되지만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고추 수입 형태
현재 국내에서 수입하고 있는 건고추의 세분별 품목은 10여개로 건고추(파쇄·분쇄하지 않은 것, 파쇄·분쇄한 것)와 냉동고추, 기타소스, 고추장, 혼합조미료, 수입김치 등의 고추관련 품목, TRQ(Tariff Rate Quota; 관세율 쿼터) 물량이다. 냉동고추가루는 고추 각각의 수분함량이 80% 이상으로 빙점 이하에서 급속 냉동된 홍고추이다. 혼합조미료는 전체 성분 중 고춧가루의 중량비율이 40% 이하, 기타소스는 전체 성분 중 고추의 중량비율이 40% 이하 여야 한다.
건고추의 현행 관세기준은 농림축산물양허관세 추천 50%, 농림축산물양허관세 미추천 270%이며 북한산의 경우 0%를 적용한다. 정부수입물량인 TRQ의 건고추 관세는 50%이며 MMA 초과 물량에 대한 양허세율은 고율인 270%(종량세 6천210원/㎏)로 일반 수입업체가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 냉동고추(캐프시컴속 또는 피멘터속의 열매)의 경우 기본세율 27%, WTO 협정세율 27%, 북한산은 무관세이다. 혼합조미료·기타소스·고추장은 기본세율 8%, 종정관세 45%, WTO협정세율 54%이며, 북한산은 관세가 없다.

고추 대부분 중국서 수입
우리나라 최대의 고추수입국은 중국으로 수입량이 지속 늘어나고 있다. 익도산, 급탑 등의 고추는 국내 선호 품종이면 중국 산동성에서 재배되고 있다. 최근에는 산동성 인근 하북, 길림, 내몽고 지역으로 재배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산 건고추의 수입단가는 매년 600g당 0.4달러 내외이다. 중국산 건고추 국내 판매가격은 2000년대 초 600g당 4천800원선에서 최근 4천500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가격은 국내 양건 도매가격의 60~70% 수준이며 화건의 경우 80~90% 수준이다. 중국산 냉동고추를 수입해 가공처리한 후 국내 판매가격은 600g당 3천200~3천300원 내외로 국내산 화건 도매가격의 55~68% 수준으로 크게 낮아 냉동고추 수입량이 내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산 고추, 품질우수성·안전성 부각 시급
이렇듯 국내 고추농가는 물밀 듯 밀려드는 수입산 고추와 경쟁해야 하면서도 불법 밀수 고추, 가짜고춧가루 등의 시장혼란 속에 놓여 있다. 이제 치솟는 농산물 원자재가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인들의 어깨를 가볍게 할 묘책을 짜내야 한다. 국내산 고추의 품질우수성과 안전성을 부각시킬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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