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9돌을 맞는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우리나라 여성가장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통계에 잡힌 여성가장은 108만여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기초생활 보장수급권자가 5만4천여 명이나 된다.

기초생활 보장수급권자들은 생계비와 일정수준의 의료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차 상위계층인 최저생계비의 100~130%를 버는 4만6천여 명에 대한 혜택이 고작 고등학생 자녀에 대한 수업료 면제와 6살 이하 어린이에게 매월 지급되는 5만원뿐이라 오히려 기초생활 보장수급권자들보다 더 빈곤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성가장들의 대부분은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홀로서기에 나선 이들이다.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정기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을 갖거나 자영업을 영위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은 강하지만 체계적인 지원제도나 사회적 기반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달 열린 우리당의 홍미영 의원 등이 발의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한부모 가정의 생계비, 아동교육 지원비 등을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모부자복지법 개정안’도 여성가족부가 예산 문제를 들어 현실화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간차원에서 이들에게 지원을 손길을 뻗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의 소액대출 혜택을 받은 사람이 이제까지 12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재단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운이 좋은 경우다. 이렇다보니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가 여성가장들에게 일정금액의 목돈을 대출해준다든가, 제도적으로 취업을 알선하는 등의 지원책이 절실한 이유는 건강한 국가의 기초는 건강한 가정으로부터라는 아주 상식적인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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