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웰빙 작물에 과감한 도전이 정답

  
 
  
 
예로부터 ‘홍화’는 몸에 이롭다고 해서 잇꽃으로 불려왔다. 조선시대에만 해도 각 가정에서 필수로 제배할만큼 귀한 대접을 받아온 약재다.

홍화는 여름철에 붉은 꽃이 피는 국화과 식물로 홍화씨는 허약한 뼈, 부러진 뼈, 오래된 어혈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람의 뼈가 나이가 들면서 골밀도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걸리고 장시간 잘못된 자세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폐경기의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골다공증의 예방과 치료에 홍화씨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재다. 특히 홍화씨는 연골이 닳아 신경을 자극해 오는 퇴행성 관절염에도 효과를 볼 수 있고, 요통이나 괴사에도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혈관 수축작용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여 콜레스테롤 저감, 동맥경화, 심근경색, 혈액순환 촉진, 산후 질 수축 촉진, 생리통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난 9일 충남 서산시 청금산 자락의 위치한 아늑하고 조용한 정동 홍화마을. 행정상 주소는 서산시 인지면 남정리다. 우물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난 데서 유래한 정동. 이곳에서 무농약 재배의 친환경 농산물인 ‘홍화’를 열심히 재배중인 이윤기(56)·노순난(55)부부를 만났다.



남과 같아서는 나아질 것 없어

원래 건축과를 졸업하고 유능한 건설회사 샐러리맨이었던 이윤기 대표가 고향인 서산시 인지면에 정착한 것은 30년전이다. 갑갑한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논과 밭을 갈면서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는 갈망에서였다.
“처음에 귀농을 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한마디 불평없이 응해줬습니다. 허나 한 푼의 소득도 건지지 못한 뼈저린 실패도 경험했고 농사일을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도 많았습니다. 그 모든 상황을 참고 믿어준 아내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전합니다.” 인터뷰 첫머리부터 아내 노순난씨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이윤기 대표와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는 노순난씨의 표정에서 그간의 애환이 묻어나는 듯 했다.

이윤기 대표는 귀농 후 20년간 마늘과 쌀, 생강, 당근 등 많은 작물로 복합영농을 했지만 기대만큼의 소득은 나지 않았다. 그나마 1998년 마을주민들과 함께 표고버섯작목반을 구성, 표고재배를 하면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판매해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이윤기 대표는 앞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틈새농업 작물로 홍화를 선택하고 2000년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남들이 하는 농사를 똑같이 짓는다면 남들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인가 특이한 것을 재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차에 화훼재배 중이던 동서로부터 홍화씨를 구해서 300평 정도를 심었습니다.”
허나 첫 수확치고는 꽤 많은 수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홍화씨에 대한 인식과 홍보 부족 등으로 판매가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자상거래로 새로운 농사세상 찾아

“어느 농사가 그렇듯이 생산된 농산물 서울에 친구가 있어 직거래로 판매했지만 판매는 저조했습니다. 그때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또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다양화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프라인 상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았던 그 때 이윤기 대표는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상거래에 대한 눈을 떴다고 했다.

“농촌진흥청과 서산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홈페이지를 처음으로 구축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글타자부터 포토샵, 전자상거래 운영까지 부지런히 배웠습니다.”
이러한 이윤기 대표의 억척스러운 노력은 3년이 지난 후 소비자들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홈페이지 개설 후 3년 정도 지나니까 소비자들이 조금씩 알아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정동홍화마을’이란 브랜드도 개발하고, 마을에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도 생겨났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일은 없었지만 홈페이지에만 들어가면 힘든 생각은 싹 지워졌습니다.”

이윤기 대표는 특히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흔적을 남겨 놓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그것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받았다고 한다. 요즘 젊은층들이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의 방문객이 많으면 즐거워하는 형태와 비슷하다.

이윤기 대표가 자랑하는 것은 홍화씨 환과 분말, 청국장, 된장, 마늘환 등이다. 모두 서산에서 재배하고 국립품질관리원에서 인증한 무농약 청정 원료만을 사용했다. 특히 서산의 6쪽 마늘은 전국에서 인정받은 특산물이기 때문에 더욱 더 소비자들이 믿고 있다.

또 이윤기 대표는 이미 2002년에 친환경 저농약 인증을 받아 홍화씨를 재배하다 2004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재배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아 상품의 질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이와 함께 홍화씨와 청국장 등은 최신 자동설비를 갖춰 먹기 편리한 2g 스틱 소포장으로 위생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2g 스틱 소포장 역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있다.

정동마을을 전국 최고의 홍화마을로…

이윤기 대표의 꿈은 정동 홍화마을이 전국 최고의 홍화마을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서 이 윤기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것이 홍화꽃축제다. 홍화꽃이 만발하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를 기간으로 잡고 소비자들에게 홍화를 아름다움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홍화씨 채취, 홍화 염색체험, 홍화씨 분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또 홍화씨말고도 연중으로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홍화마을이 친환경 마을이라는 것을 전국에 알릴계획이다. 이윤기 대표는 그래서 황토벽돌로 예쁘게 체험장 43평을 짓고 새단장도 마친 상태다.
“10년간 홍화만 바라보고 사니 홍화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화씨를 알리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홍화축제를 시작으로 체험 위주의 홍화마을을 만들것입니다. 또 홍화마을로 인해 서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의 관광소득도 증가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마지막 목표입니다.”

아직 오프라인에서 농산물을 사고파는 시대가 유지되고 있지만 시대가 계속 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소비 흐름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윤기·노순난 부부는 이런 흐름에 잘 대처를 하고 있다. 변화하는 소비자 구매취향을 빨리 파악하고, 항상 소비자 위주의 생산과 제조를 고민한다. 남들보다 빠른 사고 전환 하나만으로 농업혁신의 꿈을 이룬 이윤기·노순난 부부의 내일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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