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돈되는 사업으로 육성, 시스템화 하겠다”

  
 
  
 
“고기(농업 지원금)를 잡아 농민들에게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농업을 돈 되는 산업으로 육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우리 농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리려 합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3일 인터뷰에서 우리 농업을 아시아의 허브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MB노믹스’에 맞춰 농정의 골격을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장 장관은 과거 정권처럼 농민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농업 생산과 유통의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농업을 주력 수출 산업으로 키우는데 자금을 집중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세계적인 농식품 수출국인 네덜란드가 바로 장 장관이 꿈꾸는 한국 농업의 미래다. 농업이 사양산업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의 산업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취임 이후 그의 정책 초점도 농업 수출에 맞춰졌다. 실제로 장 장관이 취임한 8월부터 농수산물 수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 ‘엉뚱하다’는 반응이었던 농업계도 ‘수출에서 농업의 활로를 찾아야한다’는 장 장관의 지론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이해당사자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했던 농협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고, 문제가 드러난 쌀 소득보전 직불금 제도도 전면 손질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남다른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협.수협 개혁 문제가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자체적으로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말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할 수 있겠나.
▲나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돼야만 한다. 농협과 수협은 그 직원, 조합원들이 다 개혁돼야 한다.
중앙회는 회장과 구성원들이 개혁에 동참하기로 했으니까 문제가 없고 내 생각엔 기득권과 연계돼 있는 조합장들만 여기 동참해주면 충분히 된다고 본다.
조합장 중에도 나머지는 개혁에 동의하거나 따라갈 사람들이고 3분의 1 정도가 ‘왜 우리가 잘하는데 이러느냐. 우리에게 맡겨주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경제 구조와 금융이 급변하는 가운데 농협, 지역조합이 앞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기 때문에 안 된다.
정부와 농협중앙회가 함께 최선을 다해서 지역 조합을 설득할 것이다. 농.수협의 지배구조 문제는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

중앙회장의 인사 전횡 등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신.경 분리라는 더 민감한 문제도 있다. 과거에도 신경 분리 논의가 활발했고 용역 결과가 있었는데 그건 기한을 10년이나 둬 사실상 안 하겠다는 얘기와 같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신경 분리관련 법안까지 처리하기는 힘들다. 그건 농협개혁위원회에서 2월까지 계속하고 검토해 안을 내놓으려고 한다. 또 농협은 농협대로 1월 말까지 연구용역을 줬다.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올해 10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해 내년부터 당장 시행할 방침이다.
과거 용역안이 있지만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또 과거 것은 신경분리에 부정적인 맥락에서 검토됐다. 그걸 무시하고 이번에 농협중앙회가 용역을 준 것은 현실의 여러 여건을 감안하고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에 각 금융기관들이 엄청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만큼 농협 신용부문의 구조조정도 포함할 것이다.

새만금과 관련해 정부의 사업방향이 확정됐데 농지는 30% 정도로 당초보다 줄었다. 새만금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되나.
▲새만금은 농지에 쓰려고 조성했고 그래서 사실 당초 목적에 부합되게 사용돼야하는데 전북도 지역 주민들이나 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서 농지보다 다른 부분으로 써야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 전용하게 됐다.
농지가 30%쯤 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데 쓰자고 27%를 유보해놨는데 면적이 굉장히 넓어서 당장 개발계획을 세워 쓸 수가 없다. 아마 개발계획을 세워 쓰려고 하면 20년쯤 걸릴 거다. 그동안 이 유보용지는 농지로 활용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전체의 57%가 농지다.
그동안 간척농지는 대부분 쌀 농사를 짓는 데 썼는데 새만금의 경우 첨단 유리온실, 원예.화훼단지, 대규모 농어업회사를 집어넣어 자연순환형 농업을 할 생각이다.
자연순환형이란 축산과 벼농사가 같이 들어가서, 벼.청보리 등을 사료로 주고 축산에선 분뇨 등이 농사로 들어가서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과거보다 생산성이 높은 농지로 쓸 수 있다.

지난해 원자재.곡물 대란 이후 새만금에 지역논리, 정치논리에 따라 산업용지가 너무 비대하게 할애된 것 아니냐, 산업용지가 남아도는데 과잉투자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공업용지나 도시용지로 쓰이는 부분이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 워낙 땅이 넓다. 전체 2만8천㏊ 중에서 산업용지는 1천800㏊에서 2천800㏊로 1천㏊밖에 안 늘었다. 산업.공업용지가 20∼30%를 다 차지하는 건 아니며 생태.환경용지도 21%나 된다. 그것과 농지를 합치면 이미 80%나 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되면서 한우 농가들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는데 우려대로 타격을 받고 있나.
▲우려했던 것처럼 타격을 받지는 않고 있다. 작년 봄에 묘하게 사육 두수는 느는데 촛불시위 하고 광우병 공포 때문에 소값이 떨어져 고전을 했다. 지금은 거의 회복됐다고 볼 수 있다. 등급제가 정착되면서 쇠고기 파동 이전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됐다.
자급률(시장 점유율) 부분도 큰 변동 없이 2007년 47.6%에서 2008년 47.0%다. 한우의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을 낮춰 호주산 쇠고기보다 가격이 평균 두 배 정도로 좁혀지도록 하려한다. 현재는 가격차가 평균 세 배쯤 됐는데 두 배 정도만 되면 주부들이 충분히 우리나라 쇠고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려면 가격을 현재보다 30% 낮추면 경쟁이 된다. 유통 부분에서 반(15%), 생산 부분에서 반(15%) 정도 비용을 축소시키면 농가의 소득에 영향 없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의 가격에서 30% 정도 낮추면 47%인 시장 점유율을 60∼70%로 높일 수 있다. 그러면 농가 소득이 확장되고 소비자들도 득을 보게 된다.
쇠고기의 품질도 높여야한다. 그동안엔 배합사료만 먹여서 살을 찌웠는데 요샌 조사료(섬유질 사료)를 쓰다 보니 고기맛이 굉장히 좋다. 품질만 좋아지면 일본의 와규(和牛)처럼 명품 한우의 경우 가격을 높여도 얼마든지 팔릴 것이다.

젖소 송아지 값이 폭락하면서 육우 농가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육우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고 싶다. 젖소가 송아지를 낳으면 암소는 젖소로 가고 수소가 육우가 되는 것이다. 한우와 품종만 다르지 고기맛이 그렇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젖소를 싫어하는 건 7∼8년 젖을 짜고 늙은 소를 잡았으니 맛이 없나 보다 하는 의심때문인데 그렇지 않다.
집단급식을 하는 회사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인식 때문이니까 홍보를 통해 소비를 확대하려고 한다.

쌀 직불금 문제와 관련 제도적인 개선책이 모두 확정된 상태인가.
▲확정됐다. 쌀 직불금은 크게 보면 농가 단위 소득안정제도로 갈 것이다. 농가의 모든 소득을 종합해서 전년보다 일정 비율, 예컨대 10% 떨어졌다면 하락분의 80%를 보전하는 식으로 하면 농가소득이 자연재해를 받건, 축산의 경우 질병이 발생하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쌀을 포함해 모든 품목이 포함될 수 있도록 큰 품목은 다 넣어서 가려고 한다. 2012년에 할 것이기 때문에 2010, 2011년 2년간은 시범사업을 한다.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사람들이 이를 환원해야할텐데 어떻게 환원하나.
▲아직 집계가 완전히 안 됐는데 부당하게 수령한 사람들이 약 3천명 내외다. 금액도 얼마 안 될 것 같다. 평균적으로 50만원쯤 받는 것 같다. 1월 말쯤 돼야 아마 최종 집계가 나오고 그때 발표하려 한다.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보건복지부가 전반적인 식품안전 업무를 갖고 있고 농식품부의 농수산식품 안전 관련 업무는 여러 기관에 흩어져 효율적인 업무추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가 맡고 있는 게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검역과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모든 농수산물에 대한 품질 관리 등이다. 이를 한데 묶어 청으로 만들어 식품 안전업무를 효율화하려고 한다.
우선 공항이나 항만에 농산.축산.수산물 사무실이 따로 있는데 이들부터 합칠 것이다. 검역.검사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앞으로는 총리실 산하 식품안전정책위원회에서 식품 행정의 통합 문제도 충분히 검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 농업 부처 속에 식품행정이 있거나 농업과 식품안전 기구가 따로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청 처럼 식품과 약을 같이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약과 식품이란 건 특성이 굉장히 다르다. 그래서 식품안전정책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농식품부가 담당하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주안점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동안엔 농업용 저수지를 농업용으로만 썼다. 필요한 물만 채우면 되니까 그 이상은 흘려보냈다. 앞으론 물 부족 시대가 오니까 그 지역에서 쓰는 생활.공업용수를 포함해서 강을 강답게 물이 항상 흐르도록 하는 종합 다목적 저수지가 되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 둑 96곳을 5m쯤 높인다.
또 하나는 강변 마을이나 강변에 산책로, 생태탐방로, 승마장 등 레저시설을 짓고 마을의 발전과 관련해 지원도 할 계획이다.

우리 농업의 백년대계, 큰 그림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
▲1월 말쯤에 농정의 큰 방향을 발표할 것이다. 우리 농수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향에 관한 문제다. MB(이명박 대통령)농정의 큰 골격을 한번 보여주자는 얘기다.
농업 경쟁력과 관련해서 정부가 해야할 일 중 제일 크고 시급한 게 농수산업 쪽의 자본 축적이다. 당장은 자기 자본이 적으니까 외부 자본이 들어와야하는데 외부 사람의 직접 투자도 있겠지만 공공자금을 통한 지원도 있다. 펀드 같은 금융지원 제도를 과거와 달리 바꿔야한다. 금융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민간자본이 돈벌이가 되는 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할 텐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다. 그러나 파프리카, 인삼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얼마든지 수출할 수 있다.
그동안 투자할 사람들이 확신을 갖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부가 나서서 ‘이렇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대규모 유리온실 단지, 대규모 농업회사가 들어가서 하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면 외부의 자금 들어오고 자본도 축적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과거 10년간 농업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그런데 다 파편화돼서 조직적.체계적으로 되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격이 됐다.
▲그 부분이 바로 MB농정이 바꿔야 하는 부분이다. 국가 재정이 투입되면서 생산성에 직결돼야 하는데 과거엔 그게 잘 안됐다.
앞으로는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쪽, 농수산업을 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깔아주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 농업이나 수산업 하는 사람들이 생산품을 가져오면 수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교육 시켜주는 분야 등에 지원을 집중하려 한다. 고기를 잡아 농민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시스템화 하겠다는 것이다.
농업인도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됐고, 동남아와 비교하면 농업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 이런 걸 잘 활용하면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일들을 지체하면 중국, 일본에 시장을 다 빼앗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