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고모령’, 가수 현인에 의해 1940년대에 많이 불린 ‘비내리는 고모령’은 일본제국주의 시대 고향을 등지고 타향살이를 하던 사람들의 슬픔과 한을 담은 노래로 그 시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유행가였다.

고모령이라는 지명(地名)이 붙여진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이 지역에 전해지는 ‘오누이의 힘겨루기’ 전설이고, 또 하나는 왜정시대에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힌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오던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다. 고개를 넘다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넘어야 하고, 그 고개를 넘으면 아들이 있는 대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꾸 고개를 돌려 보았다 하여 돌아볼 고(顧)와 어미 모(母)를 붙여 고모령이라 부르니, 이는 전설적인 사연에 한자(漢字)의 지명(地名)을 사용한 것이다.

의외로 사람들이 지명(地名)이나 인명(人名)에 사용되는 한자의 뜻에 집착을 보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한자(漢字)의 뜻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 뜻대로 되기를 희망하는 심리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의 이름은 성과 함께 붙여서 한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기 위한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일반명사의 뜻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을 지혜와 덕이 뛰어나라는 뜻으로 성인(聖人)이라 지어 부른다고 성인이 되기도 어렵겠지만, 신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의미하게 되는 경우라면 고유명사인 이름이라고 간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의 부르는 이름은 영동력(靈動力)이 있다고 한다. 영동력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氣)의 순역(順逆)에 의한 작용력을 말하며, 그 작용이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성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부르는 이름에 쓰인 한자와 한글의 뜻과 획수(劃數)를 재미삼아 풀어보는 것은 좋으나, 부르는 이름의 어떤 자와 무슨 자를 조합하여 그 뜻으로 이름의 길흉을 판단한다거나, 한자와 한글의 획수로 음양(陰陽)을 정하여 26, 27, 28, 30의 수리는 흉수라 하고, 21, 23, 24, 31의 수리는 길수라 판단하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다.

영동력(靈動力)은 움직이는 물리적인 기운을 말한다. 세계에는 약100여종의 문자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문자 중에 우리나라의 한글과, 중국의 한자 뜻이 영동력이 있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스스로 움직이는 문자는 존재하지 않고 사람의 운명이 이름의 한자 뜻대로 되는 경우를 볼 수가 없다. 그리고 문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이나 문맹자(文盲者)의 성명운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름의 물리적인 힘을 가진 영동력(靈動力)은 이름을 부르는 소리이다. 소리의 음운오행(音韻五行)과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오므려드는 음양(陰陽)의 작용이, 타고난 선천운인 사주(四柱)와 부합(附合)하여 한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고, 그 성격이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간혹 이름의 부르는 소리는 그대로 두고 한자만 바꿀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면 이름에 한자의 뜻이 나쁜 불용문자라는 것이다. 불용문자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단지 한자의 수가 너무 많아 인명용 한자라 하여 5000자 내외로 대법원에서 정해놓았을 뿐이다. (문의 : 053-791-3166 이재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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