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쌀, 친환경 가공식품…땅의 진심을 믿습니다”

  
 
  
 
“이제 쌀은 단순한 쌀의 기능만 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식량자원 전쟁이 시작됐고, 쌀도 품질개발을 하지 않으면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전북 부안군 주산면에 있는 주산사랑 영농법인 김상음 대표의 직언이다. 김 대표는 인터뷰 첫마디부터 쌀도 소비자 기호에 맞추고 기능성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주산사랑 영농법인의 5명의 젊은 농부들은 30대에 법인을 설립해 새로운 쌀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눈 씻고 찾아도 농약병이 보이지 않는 곳, 모든 농사를 순수 유기농 재배로 해결 하는 곳. 10여년 전 따뜻한 아랫목에서 새로운 방법의 농사를 지어보자고 결의해 만들어진 주산사랑 영농법인은 이제 전국 쌀 시장에서 콧방귀 꽤 뀌는 경영체로 자리 잡았다.



잠깐의 농사일이 평생 농사꾼 길 열어줘

“흘린 땀은 배반을 하지 않는 말처럼 땅도 심은 만큼 수확을 주었습니다.”
김상음(44) 대표는 전북 부안군 주산면이 고향이지만 어린시절 할아버지 손이 이끌려 서울로 간 뒤 젊은 시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 도시인이었다. 김 대표가 농사꾼으로 변신한 것은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우연히 추수를 한 번 하고 나서다.

“아내가 첫 아이를 임신하고 해산을 하려고 부안으로 내려왔는데 때맞춰 아버지가 병상에 누우셨습니다. 당장에 일손이 없어 팔을 걷고 일했는데 결국 얼마후에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잠깐의 농사일과 아버지의 병세가 저를 고향으로 이끈 것입니다.”

허나 고향만 부안이었지 농사를 몰랐던 김 대표는 “안되면 되게 한다”는 마음으로 아버지로부터 3년간 농사일을 배우고 나니 혼자서해 나갈 자신이 생겼다. 농부 김상음의 시작이었다.

옆에 앉아있던 김영표 총무는 “처음 김 대표를 봤을때는 호리호리 하게 생겨 힘이나 쓰겠나 싶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농부로써 변신해 가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 마디 거든다.

5인의 젊은 농부들의 친환경농사 결의

처음 농사를 지은 지 얼마 후 김 대표는 오로지 많은 쌀을 수확하기 위해 농약을 많이 치고 아등바등 했으나 결과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을 깨닫고 과감히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다.
주변의 젊은 농부 4명과 함께 친환경 농업 단지를 결성하고 체계적인 영농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랫목에 둘러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모두다 친환경 농사 제대로 한 번 지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주산사랑 영농법인입니다. 거대한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친환경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2000년 20여 농가로 시작한 주산사랑영농법인의 시작은 작았지만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법인 설립을 함께한 이사들이 대부분 저 같은 귀농인들입니다. 고향에서 계속 농사를 지었던 사람은 1명뿐이었습니다. 정부로부터 영농자금을 받아 농기계들을 현대화하고 직거래 판로를 뚫기 위해 트럭에 쌀을 싣고 대도시를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또 그즈음 김 대표는 김인택 이사를 설득해 방앗간을 구입하고 중간마진을 절약하는 방법까지 실천했다.
1999년 방앗간을 구입하고 2000년에는 주산사랑 영농법인을 설립해 자체 브랜드인 ‘배메쌀’을 출시했다. 배메쌀은 이곳의 옛 지명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김 대표는 ‘주산사랑’이 결성된 이유가 고향산인 베메산에 석산이 들어서면서 채굴을 하다보니 배메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이를 막아보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고 귀뜸한다.

그렇게 시작한 주산사랑 영농법인은 현재 자산규모가 15억원으로 규모는 3천200평에 건물 1천500평이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매출액은 한해 18억 원으로 순수익만 2억 원에 달한다.

단순히 쌀만으로는 경쟁할 수 없어

자체적으로 개발된 ‘배메쌀’은 도정공장 설비와 대여매장인 월마트로 납품되었고 2002년에는 친환경 대규모 사업단지로 선정돼 ‘배메쌀골드’와 ‘우렁각시 오리낭군’을 출시했다. 특히 2003년에는 자원순환형 퇴비 생산시설을 신축하고 우렁이 양식장 신축, 미생물 배양시설 신축, 광역미생물살포기 구입, 배미활성화 시스템을 도입해 친환경 사업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특히 주산사랑 영농법인이 자랑하는 도정기계는 전국에서 몇 대 없는 최신식 장비다.

허나 김 대표는 쌀 시장 경쟁을 위해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함을 깨닫고 일반 업체들이 소홀히 여겼던 현미제품을 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대형 유통납품업체인 두보식품과 협력계약을 맺어 ‘무농약 현미밥’이라는 브랜드로 이마트 전 매장에 판매개시 했고 2007년부터는 남양식품, 남양농산, 홈에버, 홈플러스, 이랜드, 서원유통에 소포장으로 납품하고 있다. 부안군에서는 이곳의 쌀을 가지고 ‘푸르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푸르연은 푸른 자연을 보존하자는 뜻이 담겨있다.

“쌀 하나만으로도 농업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연구한다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쌀은 단순히 밥으로만 먹는 곡식이 아닙니다.”
생각의 차이가 지금의 주산사랑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이어 김 대표는 장시간 소포장 쌀 시판, 현미 스낵의 시장 경쟁력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채재배로 수입 개방대비

배메산에서 무문토기편의 볍씨자국이 출토돼 주산면 지역이 서남해안 일대의 쌀농사의 시원지였음이 밝혀졌다. 김 대표는 그래서 고향에서 농사짓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방법 가운데 하나로 김 대표는 유채를 마을에 심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유채는 버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우선 키우기가 쉽습니다. 유채는 보통 이모작을 하는데,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씨만 뿌려놓으면 웬만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잘 자랍니다.”
이렇게 자란 봄의 유채 어린 새순은 쌈 채소나 새싹 채소로 판매되고, 꽃이 피면 훌륭한 관광자원인 동시에 양봉농가에는 소중한 밀원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 유채기름은 최고급 식용유나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유채유를 비롯한 바이오연료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 원유가는 7년여 만에 무려 5배가 올라 100달러를 돌파한 상황입니다. 이에 세계 각국은 고갈돼 가는 석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바이오에너지에 주목하고, 오일작물의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유채를 사용하니 유채를 심었던 논에는 비료를 따로 뿌릴 필요가 없다. 이 논에서 생산된 쌀의 맛이 유난히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유채는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도 가축의 사료나 유기농 퇴비로 활용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1석2조다.

젊은 넘치는 농촌 만드는 것이 꿈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땅을 일구며 사는 게 꿈입니다.” 김 대표는 자신이 10년 전 그랬듯이 젊은 농부들이 많이 탄생해 우리나라 농촌을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또 김밥용 쌀, 만두용 쌀, 두부용 쌀 등 특화된 상품을 생산하고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유채를 더 많이 심을 예정이다. 부안의 유채 재배량은 제주와 맞먹는 수준이다고 하니 이제 유채하면 제주도가 아닌 부안을 찾아야 할 시간도 멀지 않을 것 같다.

“농사일을 20년 했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제 나이 이제 40대 초반인데 아직 40년은 농사를 더 지어야합니다. 뿌린대로 거두는데 농사만큼 재밌는 일이 세상에 또 어디겠습니까.”
땀흘린 만큼, 심은만큼 수확을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고 더 나아가 쌀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은 김 대표와 주산사랑 영농법인의 다음 인터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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