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도 허브 농장이 있답니다”

  
 
  
 
3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한층 부드러워진 날씨. 이런 봄날에는 향긋한 허브향기 맡으며 나들이를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 봄 나들이객들에게 훌륭한 허브를 공급하는 곳이 서울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허브다섯메(대표 함영주)는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갖가지 허브향이 코끝을 간지린다.

서울 도심에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이채로운 곳, 200여종의 허브로 국내 허브생산량 1,2위를 다투는 자타공인 허브 생산지인 ‘허브다섯메’. 올 봄에는 여성농업인들도 허브향기에 취해보면 어떨까.


초화에서 허브까지 26년

함영주 대표는 지난 1983년 남편 조강희씨와 결혼을 하면서 농업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남편은 형과 함께 원예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저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남편은 원예 일을 하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저도 농사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어 함 대표는 남편과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같은 마을에서 자랐다.

이후 함 대표는 결혼 얼마 후 독립해 이 곳 장지동에 천 평 정도의 땅을 빌려 초화를 심었다. 초화는 팬지, 맨드라미 등 한 해 안에 꽃을 피우고 지는 한해살이 화초를 말한다. 초화 농사를 지은 지 3년째인 1986년부터 1998년까지는 구청에 납품할 정도로 농장이 성장했으나 여기서 만족할 함 대표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때는 우리나라 모든 분야가 성장을 했듯이 초화도 인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남편이나 저나 초화 보다는 더 큰 것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함 대표는 초화 농사를 정리하면서 일단 분화 재배쪽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때 발견한 작물이 허브와 먹는 꽃이었다. 함 대표에 따르면 허브는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농업인들과 상인들에게도 생소했던 작물로 소비자들에게는 더더욱 알려지지 않았다.

허브 공부 삼매경에 빠져

“앞서가는 농사를 짓지 않으면 뒤쳐지기 마련이죠. 남들이 안 하는 농사를 지으려고 책도 수천권 읽고, 일본을 수시로 방문해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골몰하는 시간이 엄청났어요.”
함 대표는 허브 관련 책은 모두 읽고 저자들을 방문하는 등 허브 공부 삼매경에 푹 빠졌다고 했다.

“허브를 공부하면서 허브가 얼마나 좋은 작물인지는 알았지만 소비자들한테 그것을 알리기 힘들었어요.”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마침 국내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함 대표도 홈페이지를 제작해 허브를 알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소비자들도 점차 허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함 대표 역시 1999년에 들어서는 분화 재배마저 정리를 하고 허브에 주력해 본격적인 허브 농사꾼으로 변신했다.

전문인력 통한 전국 80% 허브 생산

현재 허브다섯메는 처음 1500평이던 농장규모도 차츰 확대되면서 이제는 서울 4500평과 광주 1만1000평, 평창 1만3000평으로 늘리는 3만여평의 국내 최대 생산규모를 확보하고 있다. 또 허브만 전문적으로 연구한 2명의 박사급 인력을 채용, 타 농장이 생산 못하는 허브를 생산하는 등 차별화된 전문성을 강화한 결과, 기존의 하나의 모줄에 하나의 허브생산을 탈피해 하나의 모줄에 5~10개의 허브생산이 가능한 생산방식을 개발, 단기간 대량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갖췄다.

“현재 허브다섯메가 생산하는 허브는 80~90%는 전국의 허브농원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200여종이 넘는 품종을 보유하고 있어 판매와 전시를 동시에 하는 허브관광농원에서는 우리 농장이 꼭 필요한 존재에요.”

함 대표는 최근에는 조경용 허브시장을 집중 공략대상으로 선정, 꾸준한 관련 제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약 80%이상의 조경용 허브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함 대표가 허브를 재배하면서 3년간 찍어둔 사진을 모아 2007년에 만든 허브도감은 관공서와 조경업체의 좋은 자료로 활용되고 있어 단순히 재배에만 그치지 않고 마케팅에서도 한 발 앞서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 좋은 허브만 재배

허브다섯메는 앞서 말한대로 서울 장지동 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주, 곤지암, 강원도 평창 등 다양한 환경에서 허브를 재배하고 있다. 1983년 1천평의 땅에서부터 일군 값진 결과다.
“허브는 예민해서 기후를 많이 타요. 서울, 경기도, 강원도에서 허브를 재배하니 효율적이에요. 예를 들면 서울, 경기도에서는 더워서 재배하기 힘든 것을 강원도에서는 별 무리 없이 재배할 수 있어요.”

특히 함 대표가 자랑하는 평창 농장은 해발 1200미터 고지에 자리잡고 있다. 주로 5월 중순에서 7,8월 중순에 이르는 따뜻한 시기에만 재배할 수 있지만 평창 농장은 식용꽃 재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식용꽃은 허브다섯메가 선두를 달리고 있어요. 식용꽃은 대부분 이맘때인 초봄에 나오는데 평창에서는 연중 생산이 가능한 기온을 갖고 있어요.”

정직한 농사만이 허브 시장에서 생존

“허브든 식용꽃이든 아니면 다른 작물이든 농사꾼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그건 곧 농사를 접겠다는 뜻과 같아요.” 언뜻 들으면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말이다.
함 대표는 농사를 지은 지 30년 가까이 돼 가지만 지금도 수시로 일본을 방문해 신품종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허브다섯메가 새로운 허브 품종과 식용꽃을 개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이유는 경기 불황과 세계 시장흐름의 변화로 허브 시장도 나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허브 시장도 많이 변해서 아주 싼 가격에 허브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함 대표의 설명이다.

“그들과 경쟁을 하려면 더 좋은 허브를 더 정직한 방법으로 재배하는 방법 밖에 없어요. 얼마전에는 식약청에서 갑자기 찾아와 식용꽃을 검사한다고 가져갔는데 정직하게 재배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서 대처할 수 없어요.”

허브를 수입을 해서 판매하는 곳도 있지만 정직하게 농사를 지어 허브를 판매하는 허브다섯메를 따라올 수 가 없다. 가격으로는 경쟁을 할 수 있겠지만 허브의 질과 정성으로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허브농사를 가업으로 잇고 싶어

함 대표의 아들 재원씨는 현재 한국농업대학에 재학중이다. 도시에서나 농촌에서나 농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이기에 도시에서 자란 아들에게 농사를 권하기는 망설여지는 부분이었다.
“아들이 힘든 농사일을 보고 자란터라 선뜻 농사를 권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다행히 아들이 선뜻 응해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가뜩이나 불황인 시기에 자신의 아들이 사회 나가서 경쟁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부모가 마음이 편하겠어요.

그간 노력해서 이만큼이라도 일궈놨으니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들 재원씨는 농업대학에 입학한 후 부터는 방학 때 마다 장지동과 평창 농장에서 손을 거들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 더 좋은 허브를 개발하기를 바라는 것이 함 대표의 마음이다.
끝으로 함 대표는 “제가 일궈놓은 땅이 재원이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텃밭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부디 정직한 농사꾼이 돼 주길 바란다”고 작은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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