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준수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

지난 한 해 우리 농업은 환율과 유가상승, FTA 확대 등 국내외 농업환경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었다. 특히 미국산 수입쇠고기 협상 등은 정말 유감이었다. 어려운 우리 농업을 살리고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대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농업의 어려운 현실은 올해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 유가상승, 농자재값 폭등, 기상변화, 소비자들의 식생활 안전성 추구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농자재값 폭등이라 말할 수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에 농자재 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라 우리 농업인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관련 부처에서는 안정된 농산물 생산 수급과 농업인 소득보전을 위해서 농자재 구입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과 대책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단기적으로 사료, 비료, 유류 등의 가격안정 지원으로 농가부담을 줄여주고, 사료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사료부가세 영세율 및 구매자금 융자를 통해 원가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농업용 면세유류 실수요량을 차질없이 공급하고 에너지 및 자원절감형 대체 농자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청보리 등 국내 조사료 생산확대로 사료수입을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다음으로 기상변화에 따른 세계적 식량위기 파동이 예견되므로 정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
현재 산업화의 진척으로 자원의 고갈과 환경오염이 가속화됨에 따라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오존층이 파괴되고, 열대지역에 눈이 내리거나 기습한파가 몰아치는 등 여러 가지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15개 성(省) 가운데 허베이 외 8개 성은 겨울밀 생산지인데, 이들 지역의 96%가 가뭄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이 전세계 밀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국제 밀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47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180만 마리의 소가 폐사되고, 올해 밀 생산량의 49%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쌀 수출국인 태국도 가뭄이 심해 4월 30일까지 특별가뭄대책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인공강우 살포를 시작했다.

역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당장 강원도 태백, 충북 제천 등 중산간지대 식수부족으로 제한 급수를 하고 있고, 전국의 읍면단위 지역 상수도 보급률이 45% 안팎이어서 농촌이 도시보다 가뭄 체감지수는 훨씬 높은 실정이다.

이런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용수 뿐만 아니라 농업용수의 부족은 영농철을 앞두고 더욱 심각한 상태다. 다행히 최근 내린 비로 다소간 해갈된 곳도 있지만, 농업용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도 식량생산에 엄청난 파고를 예상해야 한다. 지금 당장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손놓고 하늘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당장에 관정을 무분별하게 개발해서는 안된다. 이는 전체 지하수위를 낮추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급수난을 더욱 부추기는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응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2008년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원인은 기후이변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일부 작용한 점도 있지만 식량을 무기로 한 주변 국가들의 투기적 요소와 원유값 상승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복합적인 사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세계적인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초부터 심각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곡물가격 파동은 불 보듯 뻔한 일로서 조만간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가뭄해갈을 위한 노력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발생할지도 모르는 곡물가격 파동에 대해서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국제곡물가격의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도록 국내 농업생산분야를 다변화하고 식량자급률을 더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는 있지만 농업과 농촌의 발전없이는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한마디로 ‘농업·농촌의 문제는 농업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정부, 농업인 그리고 도시소비자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앞으로 10년간의 세계농업구조는 지난 반세기에 걸쳐 변화해 온 것보다도 훨씬 큰 변화가 오리라고 예상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올해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수석부회장에 당선됐다. 앞으로 3년의 임기동안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농업과 농업인을 육성하고 보호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건의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생명산업인 농업과 우리의 보금자리인 농촌의 미래를 위해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고 농촌과 농업인의 작은 목소리가 농업정책 당국에 크고 넓게 반영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바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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