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

우리쌀이 시장시세로 가마당 16만원이라면 수입쌀은 4분의 1 가격에 수입된다고 한다. 거기에 관세, 유통비용, 업자마진 등을 합하면 약 10만원 내외에 소비자에게 팔릴 것이라고 계산 빠른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쌀의 맛이 일반적 의견으로 “먹을만하다”는데 있는 것이다. 거의 국내산과 맛이 비슷하다는데, 일반식당들은 물론이고 대량 가공업체들이 국산쌀을 이용하여 떡이나 밥을 해서 팔고 먹을 것인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애국자라 인정해주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무리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단속원을 풀고, 어떤 선진기법으로도 단속하려해도 해 먹으려들자면 우리 속담처럼 “한 도둑 열사람이 못 잡는다.” 농산물을 국내산과 수입산을 구별하여 단속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은 시장원리에 의해서 맛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고 지금도 모든 농산물은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 별로 구별없이 우리 입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수입농산물에서 농약이 과다 검출되었느니, 수입과자에서 벌레가 나왔느니 하면서 신문 사회면과 뉴스앵커의 꺼칠한 말씨로 대서특필 되지만, 그것들이 뇌리에서 잊혀지면 다시 식탁에서 그 농산물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WTO/DDA, FTA 등에 따라 내물건을 팔려면 그 나라 물건을 사줘야 하고, 또 서로 관세없이 무역개방을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농업은 어느 정권에서나 후순위였고, 희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우리도 그런 과정을 반복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일본에서 수입되는 된장, 간장을 먹으면서 우리는 속을 차리지 못했고, 수입된 과자, 양념식품, 향료식품, 와인 등 1차 가공된 수많은 농식품들을 우리는 아무 느낌없이 먹고만 있어야 되느냐를 묻고 싶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에게는 적군이 쳐들어오면 피를 흘리며 막아야 되듯이 농산물의 침략을 우리농업인이 막아야 된다는 것이 억지 주장일수도 있지만, 우리 농업인도 이제는 과거의 농업형태처럼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파는 시대가 다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리 많이 생산을 해봐야 갈아 엎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고, 헐값에 도매상에게 넘길 수밖에 없지 않는가.

자, 이제 이렇게 해보면 어떤가? 배추로 치면, 도시소비자가 김치담기 편리하게 절여주든지, 맞춤김치를 담구어 팔든지, 외국으로 팔든지 해보자. 또 시레기로 만들어 데치기도 해보고, 찌기도 해보고, 효소를 처리하기도 해보고, 다른 기능성 성분을 가미해보고, 가루로, 술로, 떡으로 빵으로… 등등 더 여러 가지의 형태로 변형시켜 보자. 이 세상에 전혀 다른 먹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먹거리를 만들어 이웃에게 맛보이고, 시장에 내다 팔아보고, 인터넷 판매도 시도해 보고, 국내에서 자신이 생기면 외국 시장에도 도전해보는 농업인이야말로 개방화에 의연하게 대응하는 끈기있는 농업인일 것이다.

물론, 정부의 끊임없는 ‘농업축소정책’으로 추곡수매 대신, 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아파트를 수매하는가하면 각종 농업보조금을 중단하여 화학비료, 사료값 등을 파격적으로 올려서 영농의욕를 꺽어 놓기도 한다. 또 국내 유류소비의 주범을 농업인으로 모략하여 사상 유래없이 국가공무원을 동원하여 전 농가를 수색하는 해괴한 짓도 서슴치 않았고 세계적인 목축과 낙농선진국과 비교하여 한국농업의 보조금을 삭감하는데에 조급증을 발휘하여 ‘농어업선진화위원회’라는 기구를 급조해서 보조금 삭감운동에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농업인은 잡초의 근성으로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우리농업의 노령화와 보수성을 무시하고 가공·유통과 신 농업경영을 억지로 주입하는 ‘속도전’에 비견되는 ‘질주정책’과 미래선진 농업개념을 터득할 시간을 주지 않고 농업탄압으로밖에 이해될 수 없는 현 정부의 농업정책이 지금의 경제 불황과 맞물려 우리 농업인의 영농의욕을 꺽어 혹시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해 실업자 백만시대에 농업인을 동참시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농업인구 10%의 실업자를 더하여 130만 실업자라는 문구를 생성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농업인들의 바램이다.
저작권자 © 여성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