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산물, 우리 맛, 우리 전통식품…합천우리식품

소크라테스는 “중요한 것은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뒤를 따른다. 여기에는 잘 사는 방법에 대한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겠지만 전제조건 중 하나는 ‘잘 먹는 것’일 것이다. 잘 먹는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신토불이’라는 노래가 발표돼 ‘우리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들어준적도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우리 것은 어머니의 손맛일 것이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의 장류는 우리 음식의 근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규모로 만들어진 공장 제품이 판을 치는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특히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은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고유의 맛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남 합천군 삼가면 어전리에 위치한 ‘합천우리식품’의 박종옥(39) 대표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리 전통 장맛을 계승해나가고 있다.

3대가업의 힘…끈끈한 장 맛 지키기


합천우리식품은 1995년 4월 설립 이후 100% 우리 농산물을 엄선, 방부제나 색소를 전혀 첨가하지 않은 재래식 비법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박종옥 대표의 할머니인 강창순 여사부터 시작된 손맛은 마을 주변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자랑했다. 지난 1997년 강 여사가 작고하자 장맛이 끊어질 것을 우려해 박 대표의 아버지인 박우근(현 합천군의원)씨가 물려받아 본격적인 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장을 만들기 시작하셨지만 특히 보수적인 경상도 시골 마을에서 남자가 장을 담근다는 것에 주위 시선이 곱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더 차가웠던 시선은 된장을 ‘누가 사서 먹겠느냐’는 편견이었다”고 한다.

합천우리식품은 이렇게 1대 강창순 여사가 시초가 돼 2대 박우근 씨가 토대를 닦고, 3대인 박종옥씨가 인기몰이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금도 박 대표는 생산, 제조, 판매 등 경영 전반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박 대표에도 장 업계에 뛰어들면서 순탄한 과정만 거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1990년 후반 IMF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계열사에 입사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업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일손이 더 필요했던 아버지의 도움 요청에 입사한지 한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가업을 잇기 위해 뛰어들었다. 젊은층이 농촌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박 대표도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장 사업이 집안일이라 어깨너머로 본 것은 있었지만 처음에는 고생도 적지 않았다”면서 “먼저 아버지로부터 비법을 전수받는 것을 시작으로 인터넷을 통한 판매 홍보망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 회원이 늘면서 어려움을 겪은 고객관리와 장부 정리 등을 전문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나중에는·고객관리, 홍보판매가 박 대표 고유 업무가 됐다.
특히 박 대표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국의 주요 백화점 등에서 진행되는 판촉행사 등을 빠짐없이 다니는 등의 과정을 지나왔다고 했다.

“보통 보름 정도 걸리는 홍보행사를 다녀오면 목이 쉬어 며칠간 말도 못하고 몸은 파김치가 됐습니다. 그런데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니 그땐 고단한 줄도 몰랐습니다.”
박 대표는 돌아보면 정년도 없고, 해고될 위험도 없으니 가업을 잇기로 결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회상했다.

7개의 장독대가 500여 개가 되기까지


박 대표의 합천우리식품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1995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장맛은 최고라고 자부했지만 판로가 개척이 되지 않은 것에서 어려움이 발생했다.
장독대 7개, 포장용기는 깨끗이 씻은 음료수 페트병에 간장을 담아서 시작한 사업이 10년 이 지난 지금은 500여 개의 장독대가 공장 앞뒤 마당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회원수만 해도 100여 명에 불과했던 것이 5천명이 넘었다.

박 대표는 이런 비결을 ‘입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박 대표는 “장맛이 소문나면서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 등에서 합천우리식품을 찾았다”면서 심지어는 취재차 다녀갔던 신문이나 방송사기자들 역시 샘플로 맛본 장맛에 반해 자연스럽게 고객이 됐을 정도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SBS 인기 프로그램인 ‘있다! 없다?’에 ‘고추장 마법수’가 방송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추장 마법수는 고춧가루에 물을 부으면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방송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통한 지속적인 홍보를 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고 인터넷을 판로 개척이라는 1석2조의 효과도 누리고 있다.
이외에도 합천군내 학교를 비롯해 진주 시내 초등학교 20여 곳을비롯, 합천·창원·마산 등 인근 지역 초중고에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급식용으로 납품한다.

새로운 제품을 위한 기술 개발에는 박종옥 대표와 아내 허영미(36) 씨, 어머니 이윤점(59) 씨가 머리를 맞댄다. 특히 아내 허영미 씨는 2003년 진주산업대 식품공학과를 다시 입학해 제품 개발을 위한 공부를 마쳤다.

박 대표는 “신제품 개발에는 아내의 전문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머니 이윤점 씨 역시 그동안의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아들 내외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한다.

100% 우리농산물로 전통 장맛 이어


박 대표는 합천우리식품 유명한 가장 큰 이유로 100% 우리 농산물로만 전통의 장맛을 재현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시중에 파는 장류와 달리 합천우리식품의 장은 우선 재료부터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강조한다.

“공장 인근의 합천군 용주면 농협에서 나오는 콩을 전량 수매하고 주변에서 계약재배도 합니다. 수입콩과의 가격 차이를 감안하면 두세 배 이상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콩만을 고집했습니다. 사실 수입콩은 발효 자체도 잘되지 않습니다. 수입 과정에서 약을 뿌리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수입콩 중 일부는 유전자 변형콩이라고 들었는데 안정성에서 검증이 안 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박 대표는 중국산 콩을 대량으로 사용할 경우 돈은 벌 수도 있겠지만 명예는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에서는 된장을 만들 때 탈지대두라는 것을 쓰는데 이는 콩기름을 짜고 난 후의 비지와 마찬가지라고 한다. 콩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돼 있어 균이 발효되려면 지방이 있어야 하는데 기름을 짜고 남은 탈지대두로 만들면 된장이 아니라 콩무침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조 방식 또한 철저히 옛 방식을 고집한다.

“시중에서 파는 장은 사실 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메주가 된장으로 되기까지는 발효 과정 등을 감안하면 보통 1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만드는 된장은 곰팡이균을 접종시켜 이틀 만에 메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된장, 간장을 만들기 위해 살아 숨 쉬는 재래식 독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작업으로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메주를 만드는 데 최소 3달 정도가 걸립니다.”

또 합천우리식품의 빼놓을 수 없는 비밀은 이 위치한 경남 합천군 삼가면 어전리의 무공해 자연환경이다.
박 대표는 “장맛은 자연환경이 좋아야 하는데 공장이 위치한 곳은 물, 바람, 햇볕 등 전통 장맛을 재현하기 위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곳”이라면서 “황매산과 자굴산 등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으로 통풍이 매우 잘 된다”고 한다.
또 햇볕도 하루 종일 비치고 장맛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물 또한 150m 천연 암반수를 사용한다고 한다.

‘콜신져’ 인터넷도 한 몫


앞서 천혜의 자연조건 말고도 합천우리식품의 성장 비결은 인터넷을 활용한 사업에 있다. 박 대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홍보와 고객관리, 애프터서비스에 역점을 둔다. 특히 ‘콜신저’라고 불리는 고객관리 프로그램은 합천우리식품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고객이 주문 전화를 할 경우 인터넷과 자동으로 연결되면서 사용 포인트, 주소, 특이사항 등 고객정보가 주르르 떠오른다. 고객과의 상담 또는 주문 과정에서 고객 특성에 맞는 판매가 가능하다. 또 소비자의 불만 사항은 철저히 수렴, 고객맞춤 경영을 표방하는 것은 물론 장맛에 다소 불만이 있을 경우에는 교환이나 환불도 꺼려하지 않는다.

사업 초기인 1990년대 중반에는 인터넷 판매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합천우리식품 역시 2000년경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했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사이트가 활성화되지 않아 2003년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시작했다.

박 대표는 “키워드 광고비용으로 연간 800만 원 정도가 들었다”면서 “직접적인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제품 인지도가 커지면서 판매 역시 꾸준히 늘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전통 장맛 이어주고파

30대 후반의 나이에 탄탄한 CEO의 입지를 확보한 박종옥 대표는 앞으로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의 장맛을 잃지 않도록 하고 싶어 한다. 패스트푸드와 각종 식품첨가물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그대로 두다가는 전통의 맛에 대한 맥이 끊어질 상태라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박 대표는 학교 급식용으로 나가는 장류의 가격은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파는 것보다 싼 가격에 공급한다고 한다.

“대형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된장의 경우에는 느긋하면서 깊은맛이 나오지 않습니다. 합성첨가물 등이 함유된 장맛에 길들여지면 전통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국정불명의 입맛을 가지게 됩니다. 아직 3~40대는 구수한 옛 맛을 기억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 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 때문에 학교급식용으로 파는 장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욱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한다.

또 앞으로 농산물 종합쇼핑몰을 운영할 것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전통 장류 이외에 기능성 건강식품을 추가하고 우리 제품을 신뢰하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합천 지역의 안전한 먹거리를 소개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한미 FTA로 야기될 수 있는 우리 농업의 어려움과 관련,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열심히 한다면 희망찾기가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냥 농산물로 판매하지 말고 부가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농산물을 말려서 가루를 내거나 즙을 짜서 팔면 보다 고가에 팔 수 있습니다. 그렇게 뚫어나갈 생각을 해야 합니다. 또 웰빙이라는 시대흐름에 맞춰 유기농이나 친환경쪽으로 더 신경 쓴다면 크게 어려움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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