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은행(銀杏) 가공제품 생산…세계 입맛 잡는다

 은행(銀杏)의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공손수(公孫樹)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심으면 손자가 그 열매를 먹게 된다는 뜻으로 열매가 맺기까지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 오래된 절간에서 수백년 묵은 큰 은행나무를 흔히 보는 수가 있는데 은행나무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은행은 장수를 돕는 식품으로 생각됐으며, 실제로 은행이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는데 이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이 은행의 효능을 갖고 여러 가지 연구와 개발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두성은행 한두진(43) 대표다.

은행 하나로 부농의 꿈과 함께 성공한 농업경영인으로 우뚝선 한두진 대표. “요즘 농업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농사를 짓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험도 많이 쌓아야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 농업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한두진 대표로부터 한미 FTA 협상 등 농산물 개방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 있는 농업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들어봤다.


살아남기 위해선 농업전문가 돼야


2001년 두성은행 창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은행 가공 및 유통사업에 뛰어든 한 대표는 전형적인 농업인 후계자로 군대 제대 후 과수원을 물려받아 운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초보농사꾼이라 소득이 신통치 않았다고.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은행이었다고 했다.
“예산군에는 은행나무가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예산지역에서는 가을이면 ”은행털러가자“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마다 은행을 털었습니다. 도매상이 찾아오면 넘기고, 안오면 쌓아두었다. 당시까지 은행은 어엿한 농산물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농업 경영체도 없었죠.”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행농사를 시작한 한두진 대표는 이때부터 은행에 대한 열정과 신기술 개발노력을 해 지금은 연간 300여 톤의 은행을 수매하고 한해 20여 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전문 농업경영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은행은 특유의 기능성 약리작용으로 옛날부터 약용과 식용으로 애용돼 왔지만 제가 두성은행을 창업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은행은 중과피나 속피를 제거하고 조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한두진 대표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은행은 많은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가정 등에서 소량으로 이용될 뿐 하나의 농산품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또 그 동안 시장에 유통되고 있던 은행 상품은 외피만 제거된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는 현실에서 한정된 소비처는 은행 시장의 한계를 예고했다고.

생산만으론 부족, 가공까지 해야 해

기존의 은행 판로에 한계를 느낀 한 대표는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 은행가공에 눈을 돌렸다. 당시로서는 은행의 껍질을 벗기거나 가공하는 기술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기 때문에 한 대표는 직접 가공기술 개발에 돌입했고,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 마침내 자체적으로 은행의 껍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2004년 개발에 성공한 수동 속피제거기는 은행 신상품을 개발하고 시장개척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속껍질을 벗긴 은행상품이 전무한 상황에서 속피제거기 개발은 굉장한 수확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은행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제품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한 대표는 전국의 농산물시장과 대형마트를 돌며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자극할 수 있는 은행가공품의 용도를 연구했다. 또 직접 발품을 팔며 농촌의 유휴지나 촌락에 산재한 은행을 체계적으로 수매할 수 있는 경로를 개척하고, 은행선별기를 도입해 수매시 등급별로 은행의 적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예냉과 예건, 선별, 저장 등 은행 수확에서생산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산지에서 농가별로 시설과 농기계, 종자, 포장재, 원자재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두성은행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은행 가공제품은 ‘행리환(杏利丸)’, ‘토종 깐 은행’, ‘속피 벗긴 알은행’ 등 모두 5가지. 이 중 “은행이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행리환은 은행발효한 분말을 9회죽염수에 개는 과정 등을 거쳐 탄생한 제품으로 시중에서 인기다.

또 ‘토종 깐 은행’은 은행의 외피를 벗기고 선별해 포장한 것으로 술안주와 은행밥, 영양식, 기호식으로 사용되며, 속껍질까지 완전히 제거해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은 반숙상태로 진공 포장돼 냉장에서 6개월 이상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두진 대표는 이처럼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상품을 바탕으로 앞으로 친환경 건강식품을 부각시키며 국내 시장은 물론 국제 시장까지 그 판매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농업도 노력 없는 결과는 없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농업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결과는 없습니다.” 이 말을 철학으로 삼고 한두진 대표가 가장 관심을 갖고 매진한 것은 충남도농업기술원과 예산군농업기술센터, 신성대 등과 상호협력을 통한 신상품과 신기술 개발이다.
한 대표는 지난 2005년 농업기술원 이가순 박사와 공동으로 술안주로 판매할 수 있는 은행상품을 개발했으며, 지난해에는 예산군농업기술센터와 협력사업으로 자동 속피제거기를 개발했다.

한 대표는 “생산비 절감은 저가의 고품질 상품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며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자동 속피제거기가 상용화된다면 생산공정의 효율성과 함께 가격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산학협력을 위해 신성대학교 산학협력관에 입주, 신소재공학과 고용식 교수와 함께 산학협동 과제로 은행과즙을 이용한 신약과 은행제품 개발, 부산물 활용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직접 운영한다. 이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면서 은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등 작은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기 위함이다. 또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고객만족을 실현함으로써 자연스런 구전 마케팅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말만 기사에 나가면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게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련도 있었습니다. 2003년에는 9억원의 빚까지 얻어 18억원어치의 은행을 사들였지만그해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거의 망해본적도 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오리고기, 삼계탕집이 문 닫으면서 판로도 막혔습니다.”
말라 비틀어지는 은행처럼 그의 속도 타들어갔다는 한두진 대표는 최근에야 9억원의 손실이 겨우 복구됐다고 했다. 한두진 대표의 주름진 얼굴에는 그간의 시간이 회상되는 듯 했다.

지역 농가 소득 창출에 기여

한두진 대표는 두성은행의 생산 공장이 있는 예산이 은행의 주산지임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인체에 유익한 은행의 성분과 효능·효과를 중심으로 활발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전국에서 열리는 농업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은행상품을 전시하고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일반 기업 못지않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은 두성은행이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우수 농업경영체 반열에 올려놓는 발판이 된 것은 물론이고, 2004년에는 대통령 하사품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었다.
한두진 대표는 예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의 2000여 농가에서 300여 톤에 이르는 은행을 수매한다. 그 수매량에서도 말해 주듯 지역의 다른 은행 농가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상품으로 판매되는 은행의 30%가 두성은행 제품으로 한두진 대표는 당뇨와 요실금, 혈액순환, 중풍 등에 효능이 뛰어난 예산 은행을 고려인삼 같은 국제명품으로 만들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인터뷰 - 한두진 두성은행 대표



“신기술 개발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남들과 똑같아서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죠.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변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그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남보다 한 발 앞서 다양한 은행 가공제품을 선보이며 우수 농업경영체로 발돋움한 두성은행 한두진(43) 대표는 ‘프로정신’을 강조한다.
농업도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꾸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 대표는 산학협력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각종 농업행사에 은행상품을 출품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정부나 기관의 지원과 보조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도 큰 문제지만 독불장군처럼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는 것 또한 심각한 오류”라며 “오늘날과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는 한 발 전진하기 위해선 유관기관과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환경농법과 유기농법 등 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은 많지만 일부가 이를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한 대표는 농가 서로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생산량에 비해 소비는 한정돼 있어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결국 은행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신상품 개발과 판로개척 등 은행 유통체계 개선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농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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