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지기 김가, 박가 두 친구가 서로서로 격려하였다.
“우리가 큰 뜻을 세우고 마땅히 학업에 힘쓸 바에야 더욱 절차탁마의 공을 더하여 입신양명의 터를 닦을 뿐이요, 지조를 옮겨 권문세도가의 문객질은 아예 하지 말자.”
두 선비가 굳게 맹약하였다. 그러나 두 선비는 여러 해 세월이 흘렀음에도 등과하지 못하였다. 그 중에 한 선비가 스스로 생각했다.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무는데 이름도 얻지 못하였으니 밖으로 활동하여 가만히 권문세도가에 부탁하여 실리를 거둠만 같지 못하다.’
하루는 새벽에 권문세도가에 도착해 보니, 대문이 처음 열리며 구종별배가 늘어선 가운데 뇌물을 가지고 기다리는 자가 많았다.
드디어 몸을 이끌어 여러 겹의 문을 지나서 멀리 대청 위를 바라보자 촛불이 적이 흔들리고 주인 대감이 관아에 나가려고 하였다. 그 때 청지기가 말했다.
“주인 대감께서 아직 기침을 하지 않았으니 잠시 기다리시오.”
하며 객실을 가리키자, 김가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간즉 친구인 박가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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