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국제꽃박람회 성공 개최에 즈음하여

이관우  농촌지도자충청남도연합회회장

일억 송이의 꽃향기가 그윽한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장. 파도가 물결치듯 관람객들이 행렬이 장관이었다. 홍성에서 안면도까지 꽃박람회장으로 가는 도로의 차량행렬은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바다도 보고, 꽃도 보고, 각종 해산물을 맛봤다. 머나먼 수평선 너머 지는 낙조, 숨을 마음껏 들이마시면 폐까지 닿는 느낌의 태안 자연휴양림에서 뿜어내는 송진 내음…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았다. 관람객들은 이 모든 것을 만끽하기 위해 즐거운 불평을 하면서 구름과 같이 몰렸다.

집계에 따르면 행사가 치러진 27일간의 관람객수는 무려 198만2,500여명.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에 손잡고 태안의 국제꽃박람회장으로 밀물처럼 몰려왔고, 그들과 함께 활화산 같은 정열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거웠다. 태안에서 열린 국제꽃박람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지금, 행사를 계획하고 주관했던 모든 분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지금으로부터 일년 육개월전 어느 아침. TV뉴스에서 검은 원유를 토해내는 배를 보았다. 그리고 기름범벅이 된 바다새가 꼼짝을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어디서 벌어진 일일까? 우리의 태안이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진단하기를 기름으로 덮힌 바다를 다시 복구하려면 30년이 지나야 한다고 했다. 본래의 태안으로 돌아가려면 100년은 족히 걸린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적처럼 죽어가는 태안을 살려냈다. 100년의 시간을 겨우 한 달만에 되돌려 놓을 것을 어느 누가 알았을 것인가? 우리 국민은 태안을 뒤덮은, 서해 바다를 검게 물들인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해 12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보냈다. 살을 에는 바닷바람과 뼈 속을 파고드는 추위를 견뎌내며 죽어가는 태안에 숨을 불어넣었다. 깨알같은 모래 하나 하나까지 깨끗이 닦아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국민은 언제나 커다란 힘을 만들어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금모으기가 그랬고,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가 그랬다. 이제 그 힘으로 태안을 살려낸 것이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천만 번을 외쳐도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런 한민족이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태안에서 1년여 후 국제꽃박람회가 열렸다. 우리 충남농촌지도자회원은 태안 살리기에 쏟은 힘을 꽃박람회에 보태기로 했다. 이완구 충남도지사와의 면담을 통해 태안 국제꽃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열정과 사랑, 꽃박람회로 경제를 살리자는 결의도 확인했다. 우리는 몸으로 참여하기로 하고, 각 시군을 순회하면서 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한 농촌진흥기관과 각종 행사장을 찾아 꽃박람회 홍보에 나섰다. 우리 충남농촌지도자 1만2천여 회원 모두 꽃박람회장을 찾아 행사분위기도 돋구었다.

회원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노력과 염원으로 이번 안면도국제꽃박람회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행사장을 찾아주신 바다 건너 제주도 회원들과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 모든 회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인사와 함께 오래도록 좋은 추억이 되시길 빕니다. 저 또한 앞으로 3년간 임기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듯합니다.

우리 국민과 우리 농업인의 나라를 위한 사랑이 이러할진데 작금에 돌아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농업인구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정치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퉁퉁 볼멘소리만 해댄다. 언제는 식량안보가 중요하다며 농업을 지키자더니, 이제는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느니, 거지근성을 가진 농업인이라느니 하는 앞 뒤없이 정신없는 소리를 해대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종종 불만을 토로하고 힘도 써보지만 우리네 위정자들은 돌아보지도 않는 듯하다. 태안을 살려낸 열정과 사랑이, 거대한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본다. 국민의 불평이 잦으면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 고름도 깊으면 터지지 않는가?

지도자들은 우리 농업의 위기를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농업을 다시 살릴지 고민하기 바란다. 그리했을 때 태안을 살려냈듯 우리 농업인은, 우리 국민은 모든 힘을 모아 농업과 경제살리기에 진정으로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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