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농업인 위한 ‘농기계 공동이용’

농산물시장 개방파고 속에서 수입농산물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영세 농업인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기계 공동이용으로 농업생산비를 절감하는 농기계임대·은행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농기계임대사업은 시행주체가 지방자치단체(시장·군수)로 2003년부터 시작돼 오는 2012년까지 350개소 임대사업장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치자금은 정부 50%, 지방비 50% 등 2008년(92개소)까지 국고 248억원이 지원됐다. 금년도 국고지원액은 지난해 160억원에 이어 200억원이다. 개소당 자금지원은 2006년 3억원, 2007년 5억원, 2008년 8억원, 2009년 10억원 등으로 상승하고 있다.

농기계은행사업은 농협(지역농협)이 시행주체로 2008년 하반기부터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벼농사용 농기계 등을 임대 또는 농작업 대행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기계임대·은행 사업이 농업인 등이 농사를 지으면서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임작업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지자체나 농협의 임대기종과 임작업료 결정은 심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기존 임작업자 부족으로 기계화가 미흡한 부분 중심으로 임대기종을 선정해야 함은 물론 임대사업으로 인한 국내 농기계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사업영역을 농작업까지 확대해 수익성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으로 정착시켜나간다는 계획이어서 농기계임대사업으로 전문인력을 양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농촌에 젊은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반면, 기존 임작업자들은 일감이 줄어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다는 지적이다.
‘농기계 임대사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가 지난 6월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 김학용 의원 주최로 열려, 이런 의견을 도출했다. 세미나는 양태선 농식품부 식량원예정책관의 주제발표 후 토론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트랙터, 콤바인, 작업기 임대
양태선 식량원예정책관은 “농기계임대기종은 밭작물의 경우 정식 또는 수확작업과 같이 상대적으로 기계화가 더딘 농작업을 중심으로 기종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기종을 개발·보급하고 벼농사의 경우에는 과잉공급으로 이용효율이 낮고 농기계부채의 원인이 되고 있는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의 기종으로 임대사업을 운영하도록 해 농기계 구입부담 경감과 이용률을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밭작물용 임대농기계는 제한된 사업비 내에서 임대사업 효과를 높이고 가능한 한 많은 농업인이 임대사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본체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유지관리비가 용이한 작업기 중심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작업료 기존 임작업료 보다 낮지 않아야
양 정책관은 또 “임대농기계 작업료가 지역내에 일반화 돼 있는 임작업료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서는 곤란하다”면서 “임대사업자는 해당지역 임대수요를 고려해 임대농기계를 신중하게 선정하고 수익창출을 위해 작업면적을 최대한 확보함은 물론 다양한 임차농작업을 개발하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농기계임대사업은 정부중심의 밭작물 위주 농기계 임대사업과 농협중앙회 중심의 벼농사 위주 농기계 임대사업으로 명확하게 나누어 추진함으로써 농기계 임대사업에 대한 역할관계를 정립할 계획이다”는 그는 “밭작물 농기계 임대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소당 지원단가를 현재 10억원에서 15억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지원대상 기종도 늘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벼농사용 농기계 임대사업도 볏짚 수거작업 등을 추가해 사업을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양 정책관은 더불어 “현재의 농기계나 작업기 위주의 임대사업에서 곤포사일리지 작업 등 관련 농작업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수익성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으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농기계수리용 부품 ‘영세율 적용’을
정안준 농협중앙회 농기계은행사업 분사장은 “농협 농기계은행사업을 통해 2012년까지 농가부채 8천500억원 경감과 함께 임대료 및 임작업료 인하를 통한 생산비 767억원 절감효과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농협 임작업료(10a당 4만원)가 지자체보다 48% 높아 사업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자체 수준의 임작업료 적용을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농기계은행사업 농기계 임대료 보증료가 비싸 농가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 대상에 농기계은행사업 임대료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대상에 농협이 제외돼 있다”는 정 분사장은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 구입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농기계은행사업 지속성 확보를 위해 중고농기계 임대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농기계 구입자금 지원 및 중고농기계 임대손실 보전, 수리용 부품 영세율 적용 등 정부 지원을 강력히 요청했다.

임대기간, 농기계별로 적용돼야
이진찬 경기도 농정국장은 “수도작 중심의 임대사업에서 전작 분야에도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면서 “농기계 장기임대시 규모화된 농가 위주의 농작업에서 다수의 농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트랙터는 장기임대·단기임대, 이양기는 단기임대, 콤바인은 단기임대 등 장비별로 운영형태를 선택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농기계의 수리는 물론 정비시설 및 인력을 확보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출하고 농촌 일자리 창출 및 농촌일손돕기 차원에서 지자체별로 영농도우미 제도를 도입, 농작업이 용이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중장기적으로는 농촌인력 부족 및 노령화로 농기계 운전, 조작 등의 어려움에 따라 농작업 대행으로의 전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기계 운전면허제 도입 검토
최홍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재해예방과장은 “농기계임대사업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임대료 산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최소한 농업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트랙터, 경운기 등 도로주행용 농기계에 대해 운전면허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또 “농기계 임대사업은 민간 임대시장에서 수용치 못했던 대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면서 “채소이식기나 소형기종 같이 기존 임작업자의 부족 등으로 농작업 기계화가 미흡한 기종, 농약살포용 무인헬기처럼 고역작업을 해소할 수 있는 기종 등을 중심으로 임대기종을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인기용 사업 변질 우려
이중용 서울대 바이오시스템·소재학부 교수는 “기종 선정이나 임작업료가 무분별하게 정해지는 것, 지자체장의 인기용 사업으로 변질되는 것, 전국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사업이 추진될 경우 일시적 수요 급증 혹은 급감 등으로 시장교란이 우려된다”면서 “지자체나 농협에서 농기계 임대사업 시행에 앞서 임대기종 선정과 임작업료의 결정은 농식품부나 농업공학연구부의 자문이나 심의를 받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전업농에 대한 직접보조가 어렵다면 자동차처럼 15년 이상 사용한 트랙터를 교체하는 데 환경지원금을 지불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 교수는 “현재 구축된 임작업 질서를 존중하고 임대사업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농기계임대사업은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살리는 훌륭한 정책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농기계를 소유하기 어렵거나 신기종 구입을 꺼려하는 농가에게 이용기회를 제공하고 신기종을 사용할 기회를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그는 “전업농마저 농기계 구입을 하지 않으려 할 정도로 낮게 유지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임작업료는 임대사업 운용기관이 손익분기를 이루는 수준인 민간임작업료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유인이나 무인항공기를 이용하는 농업은 농업기계화 기술 중 최상위의 기술로 재배법이나 농약·비료의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서두르기 보다는 충분한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대기종 국산제품 중심으로
장동일 한국농업기계학회 회장은 “농기계임대사업은 농작업대행을 중심으로 기존 정착된 민간 중심의 농기계임작업과 조화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사숙고해 선택할 임대 대상기종의 범위는 국산제품에 한해 추진하되 국내 생산이 곤란한 제품 또는 규격에 대해서는 수입품을 허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장 회장은 “수출기반을 갖기 위한 적정한 국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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