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부추 향기에 침이 꿀꺽…부추로 고부가가치 창출

서태후도 즐겨 먹었다는 부추. 부추는 한문으로 ‘양기초(陽氣草)’라고 하는데 중국의 여걸황후 서태후가 붙여 준 이름으로 부추를 먹고 나면 강장 효과가 있어 일은 안 하고 딴 생각만 밝힌다는 데서 양기초라 불린다고 한다.
‘본초강목’에서는 부추를 ‘온신고정(溫腎固精)’이라고 했는데 동양의학에서는 ‘신(腎)’을 신장만이 아니라 고환, 부신 등 비뇨 생식기 전반을 일컬었기 때문에 ‘온신고정’이라고 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 기능을 좋게 한다는 의미다.

또 부추를 ‘게으름뱅이 풀’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씨를 뿌린 후 신경 써서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기 때문에 게으름뱅이도 키울 수 있는 풀이라는 뜻과 남자들이 부추를 먹으면 부부 사이가 좋아져 안방에서 나가지 않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불교와 도가에서는 염교(달래), 파, 마늘, 생강과 함께 부추를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수도하는 사람이 먹지 말아야 할 식품으로 정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속담에 “부추 씻은 물은 버리지 말라”, “부추 씻은 첫 물은 아들도 안 주고 신랑만 준다” 하는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름 햇살이 한층 강해진 15일 경기 양주시 만송동에서 젊은 농업인 한진규(32)씨가 운영하고 있는 한식당 ‘양주골 부추마을’을 찾았다.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씨가 직접 만든 부추 국수와 부추 냉면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초벌부추는 사위도 안줘”

부추는 ‘봄에 나는 부추(木)는 많이 먹으면 과부집 담장을 넘는다’고 해서 ‘월담초’로 불릴 정도로 강장효과가 뛰어나 ‘초벌 부추는 사위도 주지 않고, 남편에게만 몰래 먹인다’는 말이 생겨났다.
부추는 전국 각지에서 재배되는 식물로 지역에 따라 정구지, 월담초, 구채, 또는 솔이라고도 불린다. 김치로 만들거나, 부침개 재료로 흔히 쓰이고, 간과 심장에 좋아 한약재로도 활용된다. 이 평범한 식물이 농가의 고소득 작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이 양주골 부추마을 한진규(32)대표다.

한국농업대학을 졸업한 후 농업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고 있는 한진규 대표는 부추를 국수, 냉면 등 가공식품의 재료로 활용해 고부가가치 작물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웰빙을 추구하는 시대흐름에 맞춰 부추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이를 제품화해 부농의 꿈을 실현시킨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는데 담벼락의 부추를 밭으로 갖고 나온 분이 아버지입니다. 한국농업대학 채소과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가업을 잇게 됐습니다.”

한진규 대표는 모두 6천여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부추 농사를 지으며 부추 가공공장과 부추와 관련된 음식만을 판매하는 식당을 함께 유지해가고 있다. 그가 겨울을 제외하고 봄부터 가을까지 재배한 부추 판매로만 올리는 소득은 연 1억원 정도. 여기에 부추 가공, 식당 운영 등을 통한 농업 외 매출이 3억여원에 달한다. 부추값이 상한가를 칠 때는 한 해 10억원까지 매출을 올린 적도 있다. 부추는 해마다 가격 등락이 매우 심한 작물에 속한다.

“농사가 잘돼도 시기적으로 물량 조절이 안 되면 농업인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그 한계를 극복하자면 작물을 상품과 중품, 하품으로 분류해 하품을 폐기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농업인에게 하품 폐기비용을 지원해준다면 농산물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추마을 국수는 아이디어의 승리

양주시 은현면과 만송동 두 곳에 위치한 양주골 부추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한 부추로 만든 국수와 냉면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양주골 부추마을 국수는 부추를 건조, 가루를 내 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부추 국수와 냉면 면발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면발을 멸치가 주가 된 육수에 섞어내는데 부추의 떫은 듯 하면서도 향긋한 특유의 맛과 향이 입안에 감돈다. 두께 1㎜, 폭 3〜4㎜인 면발은 부추 색깔인 녹색으로 부드럽다. 부추를 건조시키고 밀가루나 전분과 적당히 섞는 적정온도와 비율은 한진규 대표만의 노하우다. 부추김치·샐러드·부추전 등 반찬으로 나오는 음식에는 대부분 부추가 들어 있다.

또 부추 국수에는 생부추와 달걀·당근·김가루 등이 고명으로 올라오며, 비빔국수엔 비빔 양념장과 함께 양파·콩나물·유부·당근·배 등이 첨가된다.
냉면엔 무·김치·배와 얇게 저민 쇠고기 편육이 올라오며, 양주골 부추는 어떤 음식 재료와 섞여도 자신만의 독특한 풍미를 간직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추 삼겹살 요리도 있는데 질 좋은 돼지 삼겹살에 부추가루를 섞어 각종 양념을 더한 후 항아리에 담아 48시간을 숙성시킨 후 내놓는다. 양주골 부추마을의 주 메뉴 중 하나는 부추정식. 요일별로 매일 바뀌는 주 요리에 7〜8가지의 밑반찬이 곁들여 진다.
현재 만송동 지점에서는 부추마을 국수만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국수를 특성화 시키기 위한 한진규 대표의 고집이다.

부추마을 부추는 ‘관비 재배’

한진규 대표가 부추를 키우는 노하우는 따로 있다. ‘관비 재배’를 하는 것이다. 부추를 키우면서 퇴비와 비료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10일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관수(물주기)를 하면서 작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물에 타서 주는 것이다. 한진규 대표의 밭에서 재배되는 부추의 생산량이 다른 곳보다 40% 이상 많고, 크기도 2배 이상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추 명가’를 이룬 한진규 대표는 이제 또 다른 꿈에 도전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안에 ‘부추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 이를 위해 그는 가까운 장흥유원지에 부지를 매입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을 하나씩 실현해가고 있다. “부추를 소재로 한 ‘농장 체험’과 ‘부추공장 견학’, ‘부추 음식점’ 등에 레저를 곁들이고 숙박시설까지 갖추게 될 것입니다. 서울에서 가깝고 관광지로 잘 알려진 장흥유원지가 있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진규 대표는 “농촌이 살기 어렵다고 하지만 농업에 희망과 열의를 갖고 일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며 “농업을 평생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 한진규 양주골 부추마을 대표

“부추 생산·가공 등 체험 테마파크 설립이 꿈”


“양주에 부추 테마 파크를 설립하는게 저의 큰 꿈입니다”
부추를 부추국수, 냉면으로 재 탄생시켜 부추의 산업화를 이끌고 있는 양주골 부추마을 한진규(32)대표는 부추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2004년 일어난 만두파동으로 부추 생산농가들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당시 버려야할 썩은 단무지를 만두소로 이용했다는 충격이 전해지자 만두소비가 급격히 줄면서 원흉이었던 단무지뿐 아니라 만두소의 80%이상을 차지했던 부추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더욱이 4~5년 전 부추소비는 일반 소비자들을 제외한 납품 공급처로 만두 제조업체가 유일한 판로여서 그 피해는 더욱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진규 대표는 영세한 부추 농가들을 집단화를 추진, 농업회사법인 양주골 부추마을을 설립했다.

한진규 대표는 “처음 양주골 부추마을을 설립한 후 기존의 소비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착안한 것이 부추를 이용해 만든 냉면, 국수의 재탄생이다”라며 “특히 부추국수는 일반국수에 들어가는 밀가루가 소화가 어렵다는 단점을 부추를 이용해 보완되고 부추 특유의 향과 영양이 더해져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부추차, 부추떡, 부추식혜 등을 개발해 부추 이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 뒤에는 한 대표의 제품 인지도 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됐다.

한 대표는 “사업초기 개발한 부추냉면과 부추국수가 소비자들의 인지도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런 인지도 확보를 위해 행사장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약 1년간 제품 홍보에 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입소문을 듣고 양주골 부추마을을 직접 방문하는 소비자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현재의 양주골 부추마을의 규모를 넘어 소비자들이 양주의 부추에 대한 생산, 재배, 가공 등의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휴식처로 이용할 수 있는 부추 테마파크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며 부추에 대한 식지않는 열정을 내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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