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사고다발 안전장치 시급’


FTA시장 개방, 비료, 농약, 사료, 연료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농업인들은 경작비용 가중에다 농기계안전사고, 농약중독사고 등에 항상 노출돼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더구나 농약을 담은 용기를 혼동해 음료수, 또는 약 인줄 알고 마셨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 6월 ‘농기계안전 실태조사 및 농약안전 실태조사’에 이어 ‘다문화 가정의 안전 소비실태조사’를 진행 중 지난 8일 ‘농촌지역 소비자안전’에 대해 토론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안전사고가 빈번한 농기계의 안전관리제도 확립, 주행형 승용 농기계의 안전관리 대상에 포함, 형식승인제도 도입방안 강구 등 농작업 농업인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음독사고가 높은 패러괏 디크로라이드(Paraquat dchloride/상품명: 그라목손인티온) 액체 및 고독성 농약 등의 체계적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번기 농기계사고 많이 발생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2006년1월부터 2009년3월까지 접수된 농업기계 관련 위해사례에 따르면 이 기간 농업기계 관련 위해사례는 300건이고 남자가 244명(81.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50대와 60대가 각각 70명(23.3%), 60세 이상이 32.6%를 차지해 고령자의 사고비율이 높았다.

월별로는 10월에 발생한 사고가 55건(18.3%)으로 가장 많았고 5월 33건(11.0%), 11월 31건(10.3%) 순으로 나타나 농업기계 사용빈도가 많은 파종기, 수확기 등 농번기에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농기계별 사고는 경운기가 106건(35.3%)으로 가장 많았고 트랙터 30건(10.0%), 콤바인 25건(8.3%), 전기톱 22건(7.3%) 순으로 경운기와 트랙터의 사고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계 구동부에 끼이는 사고 많아
농업기계로 인한 사고유형에 의하면 트랙터, 콤바인, 탈곡기, 정미기는 신체의 일부가 구동부나 조작부에 말려 들어가 발생한 사고가 99건(33.0%)으로 가장 많았으며 제초기, 이앙기, 절단기, 전기톱은 날 등 기계의 날카로운 부분에 베이거나 찔린 사고가 48건(16.0%), 기타 기계에 깔리거나 기계와 충돌한 사고가 37건(12.3%) 순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사고로 인한 치료기간은 당일이 124건(41.3%)으로 가장 많았고 2~4주 미만 38건(12.7%), 1~2주미만 37건(12.35) 순이었으나 2주 이상 중상자 61건(20.3%), 사망사고도 3건이나 발생했다.

 농업인 부주의 사고 58.9%
 농기계 사용 중 사고경험이 있는 응답자에게 한 사고발생 원인에 대한 질문에서 농업인 부주의가 124명(39.5%)으로 가장 많았고 작업여건이 좋지 않아서 71명(22.6%), 운전미숙 61명(19.4%) 순으로 답변했다.
부주의와 운전미숙 등 농업인 과실로 발생한 안전사고가 58.9%로 많아 안전교육의 필요성을 실감케 했다.
또한 농업기계 운행 중 도로상에서 교통사고를 경험한 응답자는 135명(27.5%)으로 10명 중 3명은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운기가 99건(53.2%)으로 가장 많았고 트랙터 34건(18.3%), 관리기 26건(14.0%) 순이었다. 발생시간대는 해질녘 59건(43.7%), 오후 39건(28.9%), 오전 21건(15.6%) 순으로 나타나 등화장치를 가동해야 하는 시간대에 전체 사고의 55.5%가 발생해 농업기계의 등화장치 점검이 꼭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재해공제 가입율 낮아
 농작업 등 농업기계 사고 발생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농업인재해공제(농업인안전공제 또는 농기계종합공제) 가입 실태에서 응답자 308명(62.6%)이 가입했다고 응답했고 127명(25.8%)은 가입하지 않았다고 응답해 재해보험 가입률이 낮았다. 재해보험 문제점으로 117명(38.0%)이 보상금액이 적다고 했고 38명(12.3%)이 절차가 까다롭다고 답했다. 불만이 없다는 응답자는 25.3%에 불과했다. 가입하지 않은 이유에서는 있는 사실을 몰라서가 42명(33.1%)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료가 비싸서 23명(18.1%) 순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노령자 농약사고 빈발
농약은 농산물 생산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농약중독 사망자수는 2003년 190명에서 2007년 415명으로 2003년 대비 69%(125명) 증가하고 있다. 2005년1월부터 2009년5월6일까지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농약 안전사고는 60세 이상이 24.1%(35건)로 가장 많았고 10대 미만이 22.8%(33건)로 나타나 노령자와 어린이의 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의 사고(60.7%)가 여자의 경우(39.3%)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농업기계 등록제 필요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최은실 한국소비자원 생활안전팀장의 주제발표와 함께 박현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연구본부장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최은실 팀장은 “농촌에서 농업기계를 이용한 농작업이 일반화되면서 농업기계 혹은 전동도구 사용에 따른 예기치 못한 사고의 위험성이 높고 농업기계 사고는 중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면서 “우리나라의 농업기계 안전관리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또한 “안전관리 대상 농기계에 대해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안전장치 임의개조·변경에 대한 조사와 함께 사후관리업체로 하여금 안전장치 부착 및 작동여부의 개조·변경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은 물론 농업기계 설계·제조시 농업인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농업인의 농업기계 안전에 대한 의식변화 등 여건변화에 따라 농업기계의 등록제를 통해 자동차와 같이 정기적인 안전검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행용 승용 농기계의 소유자 및 사용자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 방안과 농업인 재해공제 보상수준 확대 등 가입률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농약중독42.7%
이와 함께 “여중생이 농약판매상에서 지난 4월 농약을 구입해 음독하는 등 사고가 빈번하고 있다”면서 농약관련 위해사례 145건 가운데, 농약중독이 42.7%(47건)로 가장 많았으며 인체내부기관손상과 화상이 각각 12.8%(14건), 안구 및 시력손상 8.2%(9건) 순으로 나타났고 중독사고는 용기오인으로 인한 사고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살포하고 남은 농약은 반드시 안전보관함에 넣은 후 잠금장치를 해 안전보호 취약계층인 어린이 및 고령자의 접근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그는 “농약보관함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폐농약 집중 수거기간 지정 등 수거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농약관리시스템 전산화 구축 및 농약판매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촌 다문화가정에서는 언어소통곤란에 따른 정보부족으로 인한 안전문제, 농기계와 농약 등과 같은 농촌생활 안전 문제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헬기방제, 농약중독서 농업인 보호
이은 토론에서 김태종 농협중앙회 민원팀장은 “농협은 농기계, 농약 안전사용에 대해 홍보를 하고 있으나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농협의 농기계은행사업, 무인헬기사업이 농업인의 안전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인헬기방제사업은 농협에서 무인헬기를 구입해서 방제를 대행하는 사업을 말한다”는 김 팀장은 “실제 농촌에서 농약을 살포하려 해도 일손이 없는 상황이고 해서 약 2억원을 들여 금년 말까지 100대, 2013년까지 500대를 구입해서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이 농약의 중독에서 농업인을 보호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농작업재해 안전관리시스템 구축돼야
이경숙 농촌진흥청 농업재해예방과 연구관은 “농기계사고를 사전 예방하고 사고를 당한 농업인은 농업노동환경에 원활히 복귀해 사고로 인해 농가가 파산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작업재해 안전관리시스템이 조속히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인 업무상 재해 예방 및 보장내용을 충분히 담아 향후 농업인이 안전하게 농사 지를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선 농촌진흥청 농자재관리과 사무관은 “자살 방법별 사망자수는 질식 44.9% 다음으로 약물중독이 35.0%로 많다”면서 “약물중독의 50% 이상이 농약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패러괏 제초제 생산 중단돼야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중독자의 78%가 사망하는 무서운 약제인 농약의 제품표지에 명확하고 알기 쉽게 표시하는 것은 소아의 중독 및 우발적인 중독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농약 사용법과 사용 중 주의사항을 표시한 농약 제품지 내용의 적절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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