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농촌지도자인천광역시연합회회장

농업과 농사 이야기만 하려 하면 할 말이 많았다. 농업의 앞날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이며, 대책은 무엇인가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딱히 해결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 농업인 것 같다.
우리 농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글로 표현하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순서도 모르겠고 나열도 되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날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보리를 연자매에 돌려 나온 보리겨를 반죽하여 익혀 먹던 시절, 배는 고팠지만 따스한 인정이 있어 나름대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확 벼품종인 통일벼로 수확량을 늘렸고 이후 고품질까지 고려한 다양한 벼품종들이 연구·개발됐다. 덕분에 이제는 지구촌의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게 자기 입맛에 맞는 벼와 농산물을 골라서 먹을 수 있게 됐다. 바야흐로 ‘소비자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생산자인 농업인과 소비자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농업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품질의 농산물을 만들어 공급하지 않으면 안되게 변했다. 그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충족시켜 주어야 할지 답이 없다. 예컨대,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으로 공급하고 싶지만 농업의 생산조건이 여의치 않아 쉽지 않은 현실이 그것이다.

배고픔에 허덕이던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먹을 것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소비자는 농업을 하는 생산자에게 그저 고마워했다. 이 때문에 우리 농업인들은 국민의 식생활을 보장하고 보호해 주는 ‘생명 농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해 왔다. 힘이 들어도 천직으로 알고 농토를 지켜왔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이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빵과 피자가 먹을거리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소중한 우리 쌀이 주식으로부터 멀어져 가게 됐다. 게다가 쌀을 멀리하는 식생활에 따라 쌀농업은 국가의 수매에 의존하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수요와 공급을 정부가 조절하는 유통구조로 변했다.

최근 지난해 쌀 재고량이 넘쳐 금년도에 수확할 쌀의 수매 보장을 걱정하는 신문기사를 읽어보았다. 정부의 쌀 조기 관세화의 득실을 놓고 농민단체가 고심하는 내용도 접했다. 앞으로 우리 농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이 어려운 고비를 비켜 갈 것인지 깊이 생각할 때인 것이다.

옛날 보리고개 이야기를 하면 요즘 어린 아이들은 “라면 먹으면 되잖아요.”고 대답한다고 한다. 빵, 라면과 같은 밀가루에서 비롯된 먹을거리가 풍족해짐에 따른 우스갯 소리다. 밀가루 식품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지만 소비되고 있는 밀가루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주식이 쌀로 100% 전환되어 밀가루 먹을거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현대 농업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농’을 운운하고, 1차 산업에서 2차 가공, 3차 서비스업에 이르는 전과정을 농업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제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충족할 수 있는 정부의 농업정책 대안이 만들어져야 할 때인 것이다. 또 생산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질 좋은 양질의 농산물을 저렴한 생산단가로 생산해 공급원가를 최소화하는 연구가 필요하고, 소비자는 우리 농산물을 책임지고 소비시켜 주는 유통구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에 정부도 생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 사이의 유통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통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중간에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생산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특히 생산단가 손실부분을 정부가 보전하여 줌으로서 안정된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많은 지원으로 보호한다고 하지만, 개방화 시대의 우리농업은 아직도 2차, 3차 산업에 밀려 안정된 농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의 밝은 미래를 이야기 하긴 하지만 여전히 어두움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좌절할 수는 없다. 우리 농업인도 이제는 기업인의 정신으로 새로 창업하는 자세로 새로운 농업기법을 개발하고, 정부는 새로운 농정 대안을 속히 수립해줌으로서 안전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창조농업’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한 밝은 농업의 앞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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