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휘 한국생산성본부 공공역량개발센터 연구원

‘패.밀.리가 떴다’, ‘1박2일’과 같은 숙박형 농촌 리얼 버라이어티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농비어천가’라는 체류형 농촌 TV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공통적인 컨셉은 도시로부터 벗어나는 것, 흙으로 돌아가는 것, 여유로운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두 프로그램의 리더격인 강호동과 유재석은 사는 곳이 서울이고 촬영 차 잠깐 시골에 들른 것이라는 사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정 몰입에 장애를 느끼게 해, 결국 농비어천가의 8명의 장정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1년 동안 농촌에서 실제 거주하면서 대한민국 미래 귀농인들의 실제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8명의 생활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희극이긴 하지만 경제적, 정신적, 문화적 갈등은 현재 대한민국 귀농인들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룻밤 자고 오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생활을 짊어지고 옮기는 것이다. 쉬울 리가 만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의 귀농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도시 생활에서는 이론적으로 절대로 얻을 수 없는 무엇인가가 농촌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컨대, 귀농 1년차에 50만원의 연소득을 올린 사람, 2, 3년차에 1,500만원의 연소득을 올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도시에서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경제적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 깨끗한 자연, 건강,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 새로이 정립된 가족 구성원으로써의 자신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기본 생활이 충족된다면, 어쩌면 가장 중요할 지도 모르는 가치를 위해 없어도 되는 ‘재화’는 포기해도 좋다는 풍조를 만들어 낸다.
이 때문인지 귀농에 따른 장애와 어려움을 코앞에 바로 두고도, 현재 우리나라에는 농촌으로 향하는 힘찬 발걸음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익숙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생활이나 환경을 버리고 눈앞에 닥친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극복해 버리려는 멋진 한국인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암초가 나타날까 봐 두려워만 하는 선장, 아이가 유산될까 봐 수술실을 들어가지 못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1%의 성공이나 자기 발전 가능성도 없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리스크(실패위험)를 의식하지 못하는 자신감,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전시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않는 장군도 그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할 수 있고, 나약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많다.

귀농을 결심하기는 쉽다. 그러나 일단 결심을 하게 되면, 새로이 많은 것을 선택해야 할 문제에 마주하게 되는데, 이 결정과정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자신에게 유리한 농촌 지역, 사업성 있는 농작물, 거주할 주택, 배우자의 동의와 다른 친척들과의 관계, 자녀 교육 문제, 무엇보다 익숙한 사람과 환경을 떠나 새로이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거리들로 남아 있다.

귀농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국민 대비 농업 인구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귀농자 중 상당수가 위에서 열거한 사안들에 대해 명확한 해결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령대가 젊어지고는 있지만 귀농인의 대다수는 40대 이상으로써 인생의 상당 부분을 정형화된 환경 속에서 길들여진 사람들이다. 어리다는 것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어른스럽다는 것은 삶에서 자신의 룰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전제할 때, 그들이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창의적인 사고와 선택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행이든 트렌드이든 지간에, 귀농은 한 사람의 인생 또는 가정에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실행 전에 철저한 세부계획을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아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귀농·귀촌 종합대책 사업을 2009년 새로이 정비, 시행하고 있으며, 귀농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하는 100시간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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