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7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요리, 패션, 교육, 로맨스, 디자인, 문학은 물론 회계, 종교, 경영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일 모두를 해치울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바로 주부라고 예찬했다. 주부들의 하루 일상은 세상사의 종합 판이다. 가족들 아침식사 챙기고 아이들 옷 입혀 학교 보내고, 공과금납부 위해 은행가고 가계부보며 한숨 쉬다가 문뜩 동창회 약속 생각나 헐레벌떡 뛰어나가는, 매일매일 철인10종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와 같다.

한국에서의 주부는 이렇게 슈퍼우먼이 되길 요구받지만 실제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한 결혼이민자 10명 중 4명이 출신국보다 한국에서 여성지위가 더 낮다고 느끼고 있다는 보도니 한국여성들이 보기에 기가 찰 노릇이다.

여성의 지위향상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화두이긴 하지만 국제결혼을 선택한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이 문제 보다 어떻게 한국적 주부로 변신하느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보다 큰 문제다.
‘코시안’이니, ‘다문화가정’이니 하는 말들이 없어지고 학교급식당번을 맡아 수다를 떨고, 좋은 학원을 찾아 이웃집 아줌마와 상의할 수 있을 때 한국주부의 자격을 얻게 된다.

차별이란 너와 내가 다르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아무리 좋은 제도로 막는다하더라도 차별은 발생한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잡다한 일상에 대해 얘기하면서 옆집 여자 흉까지도 보는 사이가 되면 그들 사이에 차별이 끼어들 틈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한국아줌마로 만들기 위한 노력만이 이질적 다문화가정을 한국문화가정으로 만드는 첩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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