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장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가면 외양간이나 뜰에서 여러 가축들이 자라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고향엔 외양간이 사라지고 대규모 축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축산업은 근래에 들어 소규모 농가가 줄어들고 규모화·전업화 형태의 농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경제·산업 발전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 요구의 반영’일 것이다.

1960년대 이전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크나큰 사건을 거치면서 식량부족이라는 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던 그때, 가축은 식용보다는 생산 보조수단인 역용으로 쓰였다. 농가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셈이었다.

1960년대 경제개발 계획에 축산업이 포함되고 1970년대 이후 산업·경제발전에 따라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양질의 축산물을 요구하게 되었고 농가는 고급 축산물 생산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2000년대 이후에는 양질의 축산물을 요구하는 소비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균일한 고품질의 축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브랜드, 조합 또는 사업단 형태의 규모화 된 농가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소비자 요구 변화에 따른 개선의 필요성은 생산단계에만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축산 연구야 말로 소비자의 요구를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여 농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원활한 구조를 유지하며 축산을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해왔다.

이러한 결과는 사양, 영양, 번식, 환경, 수의, 유전, 육종 등 여러 연구분야가 함께 노력하였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결과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유전과 환경부분, 즉 가축의 유전적인 능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모두 고려하여 가축의 유전적인 능력을 최대화함으로써 가축의 단위 생산량을 크게 증대시킨 가축개량분야야 말로 축산업 발전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겠다.

혹자는 가축개량에 대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적 능력을 어떻게 확인하지?’ 혹은 ‘유전적으로 우수하지 못하더라도 사양관리를 잘해주면 충분히 보상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개량이라는 것은 인류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 또는 그 이전부터 더 우수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아왔고, 현재도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사건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은 개량의 기본원칙을 가장 충실히 지켜온 민족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데, 성씨 집단을 형성하여 개체선발 또는 가계 내 선발을 하고 동성동본 혼인금지, 족외혼, 촌수제도를 통하여 근친을 방지하는 등의 풍습은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개량분야에 현명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축개량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단기간 내에 각 축종별 큰 유전적 개량 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한우 수소 18개월령 체중의 경우 1990년 이후 매년 유전적 개량 양은 4.9kg, 1등급 출현율은 매년 0.04점씩 증가시켰다. 젖소는 유량의 유전적 개량 양이 매년 64kg, 유지방은 매년 1.28kg씩 증가하였다. 돼지는 일당증체량이 듀록과 요크셔종이 각각 842g 및 901g, 등지방두께는 1.30cm 및 1.29cm에 달하였으며, 닭의 경우에도 1997년 이후 산란계 산란지수가 매년 7.2개, 육용계 체중이 매년 45.3g 증가하는 등 비약적인 개량의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가축의 유전적 개량 속도를 조금 더 가속화 할 수 있는 잠재능력이 있다. 특히, 현재까지의 가축개량은 대부분 국가주도형의 개량이 이뤄짐에 따라 모두 씨종자, 즉 정액 공급을 통한 수컷 위주의 개량이라는 반쪽짜리 개량이 이루어졌다.

최근 들어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산우 장려 등과 같이 암컷개량에 대한 농가의지를 이끌기 위한 정책 마련, 암컷 개량을 위한 농가 컨설팅, 교배계획 길라잡이 등 농가 및 국가단위 개량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농가에서도 상품 균일성을 위한 암컷 개량의 필요성을 느끼고 농가의 개량 정보 분석을 요구하는 등 가축개량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발전과 소득증대에 따른 소비자 요구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승용마나 개와 같이 반려동물로 함께 할 수 있는 축종들의 수요가 급증하였고 특수 축종에 대한 개량 또한 중요시되고 있다. 이와 같이 가축개량 분야는 한 가지 축종에 국한되지 않고 축산 전반적인 모든 축종에 대하여 가축의 유전적 자질을 발굴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개량의 목표를 설정해가면서 농가를 컨설팅 함으로써 가축을 유전적 능력을 최대화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축산농가에 희망을 찾는 그 날까지 가축개량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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