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희 강원도농업기술원 생활지원과장


송편을 빚어 나눠 먹고 햇과일 햇곡식을 한상차려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흩어졌던 가족이 고향에 모여 그동안의 안부와 정담을 나누는 우리의 최대 명절 한가위도 지났는데.....

몇 년 전부터  쌀이 남아돈다고 하여 쌀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우리 농업인들이 매년 이맘때쯤 되면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우울해지는 10월이  된다.

가을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황금 들판이 모두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수확의 계절과 아름다운 가을의 정취에 설레는 마음으로 모두가 가을을 즐기고 있을 때 나는 마음 한구석이 왜 이리 답답해지는 걸까?

봄부터 볍씨를 담가 싹을 틔우고 온 가족이 모여 모판을 만들고 모가 망가지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모를 키워내고 이를 크고 작은 논에 모내기 작업까지 마치면 조금은 한숨을 돌리게 된다. 이도 잠시 친환경 쌀과 유기농 쌀, 탑 라이스를 생산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벼를 키워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황금 들판을 만들기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아침을 시작하는 농민들의 마음과 함께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다행히 7월과 8월초쯤 약간의 저온으로 마음을 졸였지만 태풍이라든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요인이 없어 쌀 뿐만 아니라  과일, 잡곡, 채소등 대부분 좋은 결실을 보게 되었는데 이쯤 되면 모두가 웃어야 하는 게 누가 보아도 정상이다.

그런데 주인인 농민들은 왜 가슴이 답답할까 아마 이를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는 쌀 재고의 증가로 수매가격이 낮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농업인들과 시군 일선에서 그리고 농업과 더불어 생활하는 기관단체 특히 농업인과 시군농업기술센터소장님들의 한숨소리가 제일 크게 들리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아리고 쓰리다.

나는 59년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났다. 논 4마지기에 육우도 팔달이로 소출도 나지 않는 쌀로 3월도 되기 전에 식량이 떨어지고 말아 멀건 된장국에 감자와 개떡으로 허기를 채우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며 세상이 참 많이도 변하긴 변했구나 하며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지만 혼자 중얼거리기를 반복하곤 한다.
 
나는 지난 2005년부터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 없을까를 깊이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무작정 아침밥을 먹어라, 가공식품을 만들어라 하는 식상한 말로 쌀 소비가 늘어날까에 대하여 고민을 해 보았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며 지금도 정답은 없다고 본다.

그러다 작은 실천이지만 추진 한 것이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추진한 것이 주부들에게 떡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과 시군에 떡 카페를 만들어 일상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떡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 추진 해보기로 하였다.

여기서 잠깐 식생활에 대한 변천사를 이야기를 해보자면 과거에는 쌀도 부족 했지만 모든 농산물이 부족하였고 수입하기도 쉽지 않아 그래도 유일하게 끼니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쌀 이였고 그로 인해 다수확 쌀인 통일벼를 생산·보급에 사활을 걸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당시 즉 80년대 이전 쌀 소비량은 국민 인당 136kg에 육박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1인당 소비량이 76kg에도 못 미쳐 예전보다 1인당 쌀 1가마를 덜 먹게 된 것이다. 이는 식생활 환경이 변했고 농가가 생산하는 농특산물이 다양해 졌는데 우리 쌀은 다수확 벼에서 고품질 쌀로 그때보다 생산량이 같거나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국민이 먹어치우는 농식품이 얼마나 될까? 비만을 걱정하는 요즘 사회현상을 보면 분명 많이 먹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쌀 1가마가 줄어든 빈 공간을 이미 육류, 과일, 밀가루 가공품(베이커리, 스낵, 라면, 국수 등) 등이 채우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쌀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또 다른 농업(과수, 축산특용작물, 잡곡)을 하는 농가의 소득을 담보 할 수 없어, 악 순환의 고리가 계속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안은 98%가 수입 산인 밀가루식품을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베이커리시장에 떡 카페로 맞대응 해보는 것이다.

거리거리에서 손쉽게 차도 마시고 떡도 먹고 연잎 밥도 먹을 수 있는 카페를 운영하게 하고, 점차 쌀 국수 소비를 늘려가며 생산 원가를 낮추어 라면시장을 줄여나가는 방안이 우린 농업인들에게 그래도 큰 고통을 주지 않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끝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떡 전문교육생을 배출하여, 가정의 일상생활속에서 떡을 만들어 먹도록 하고 생일이나 축하 할 일이 있을 때 떡 케익을 만들어 축하도 하고 떡 봉사도 하게하고, (떡 봉사활동중 : 대표 강진숙), 떡이 꼭 명절이나 큰 잔치가 있을 때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한편 도비를 확보하여 떡 카페 창업비를 지원, 현재 쌀의 본고장인 철원군을 시작으로 원주, 동해, 고성에서 농촌여성들이 대표가 되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으며, 강릉시농업기술선터에서는 농산물 가공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100% 쌀국수를 연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철원군의 경우 군부대에 햄버거 대신 떡을 간식으로 먹도록 협의되어 지역 떡 상인들과 우리 농촌여성대표가 운영하는 다시루(떡 카페)에서 공동으로 납품을 하고 있으며  점차 입소문을 통해 일반인들의 떡케이크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2008년 9월에 개관한 동해 섬시루에서는 차와 연밥식사를 연계해서 운영, 잠잘 시간이 부족 할 정도로 손님이 분비고 있어 당초 체험관 운영을 함께 하려는 계획이 다소 늦어지고 있는 중으로 지난 한해 14톤(1일 평균 쌀반가마)의 쌀을 소비하였으며, 고성 진혜련 설악떡은 인절미를 특성화하여 미시령 휴게소와 대명콘도 야외부스에서 떡치기 체험, 교육, 송편만들기, 떡케이크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9월부터는 떡체험장을 개장하여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고성 진헤련 설악떡은 고성 토성면에 위치하여 면에서 생산되는 찹쌀 전반을 소비해주는 소비처로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가끔 현지 출장 중에 들려보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 우리 농촌여성 대표들의 밝은 표정과 활기찬 목소리를 접하게 되면 나는 큰 보람을 느낀곤 한다.

그런데 지난 9월 29일자 중앙일보를 보다 ’생일 맞은 장병에게「쌀케이크 47억」’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눈이 멈추었다.

요지는 내년부터 의무 복무중인 현역 장병들과 입관 6개월 이내인 하사 47만여명의 생일에 쌀케이크를 받게 되는데 그동안 조직 내 간부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케이크를 사주던 것을 예산을 확보하여 주는 것으로 바꾸면간부의 부담도 줄이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며 쌀 소비도 늘리는 1석3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예산을 확보하여 6급 이하 직원들에게 생일 떡케익을 선물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직원 사기도 높이고, 쌀 소비도 하고, 농업인도 살리고 모두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로 떡케이크가 활용된다면 모두 적극 찬성 할 것 같다.

쌀소비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집에서 먹는 아침과 저녁 밥, 한식당 등 인데앞으로 떡상품화에 관심을 갖는다면  베이커리 시장만큼 클 수도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작은 실천을 통해 거둔 성과들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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