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전폭적 지지가 대만 토종닭 ‘힘’”

국내 토종닭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과거와 견줘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이 토종닭 유통산업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산닭 판매시장은 현재까지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영세하다는 이유만으로 위생과 방역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통에 AI 등 갖가지 질병 전파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토종닭협회도 토종닭 유통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지만, 변화의 기준이 돼야 할 마땅한 자료가 없는데다 선진국 사례도 전무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거셌다.

이에 한국토종닭협회는 지난 9월 22일~24일까지 4일간 토종닭산업이 가장 발전했다는 대만을 방문했다. 대만 토종닭산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토종닭산업의 발전 방향을 설정해 보자는 취지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대만 토종닭산업의 발전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으며, 국내 토종닭산업이 얼마만큼 노력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대만은 닭고기 소비 ‘달인’
대만 사람들은 종교적인 영향으로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닭고기 소비도 엄청나다. 도교가 대만 제일 위 종교인만큼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관행이 옛 선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제사를 지낼 때 빼놓지 않는 음식이 바로 토종닭이다.

특히 토종닭을 이용한 갖가지 요리들이 넘쳐나 토종닭 요리를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도 소비활성화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대만 총 닭고기 생산량은 7억톤 가량이며, 계란 생산량은 80억개에 달한다. 대만 전체 인구 2300만명이 이 많은 가금류를 전량 소비할 정도이다. 이는 대만인 1인당 30kg의 닭고기와 330여개의 계란을 소비한 셈이다. 

특이한 것은 육계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치킨, 너겟, 치킨버거 등 로 가공육 생산에 이용된다.
무엇보다 대만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것은 느리게 자라는 ‘투지’이다. 우리나라 토종닭과 비슷한 투지는 현재 20여종의 사육되고 있다. 각 품종별로 사용처가 달라 소비자들은 필요한 상황에 따라 투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도매시장 형성된 토종닭 시장
대만 토종닭 발전의 밑거름은 도매시장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 도매시장이 대만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매시장은 비허가이다.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면서도 도매시장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은 도매시장이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단이 새벽 4시에 방문한 곳은 타이베이시에 소재한 토종닭 경매시장인 ‘환난시장’이다. 오후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대만 곳곳에서 올라온 토종닭이 경매를 통해 유통되는 곳이다. 일일 유통량은 5~6만수에 달한다.

이곳에서 30년째 토종닭 유통업에 종사한 한 상인은 “비허가지만 정부가 제재할 수 없는 이유는 30년 이상 유지돼온 관행과 함께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시간에 시장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은 크게 남쪽과 북쪽에 각각 대형 토종닭 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정부가 도매시장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토종닭 상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을 정부가 도매시장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방문단은 북쪽의 도매시장인 대만의 수도에 자리잡은 ‘타이베이시 제일가축 피발시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일일 7~8만수의 토종닭이 유통될 정도로 활기가 넘친다. 도매시장을 별도로 관리하는 협회가 있지만, 적정가격 이하로 거래되는 문제에 대해서만 관여할 뿐 대체적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만정부가 책임지는 토종닭 시장
대만 토종닭의 유통은 우리나라처럼 대형 도계장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자가를 이용한 산닭 판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된 이유는 소비자들이 산닭 이외에는 신뢰하지 않는데다 산닭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성향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위생 문제를 볼모로 산닭 시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산닭 시장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다. 이는 산닭이 대만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산닭 유통량이 전체 토종닭 유통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대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닭 시장이 위축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토종닭 사육농가들의 거센 반발 또한 대만 정부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대만 정부는 제재보다는 합법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발시장 이전이다. 피발시장은 대만 정부가 추구하는 위생수준에 도달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400억원을 들여 새로운 도매시장을 짓고, 피발 도매시장을 올해 안에 이전시킬 계획이다.

새로운 도매시장은 현 도매시장과 불과 몇m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지상 4층에 전체 규모는 2000평에 달한다. 무엇보다 최첨단 위생설비가 도입돼 위생문제가 대폭 강화됐다.

토종닭 종사자 스스로 역량 강화
방문단이 가장 크게 주목한 점은 국내에서도 성행하고 있는 개별 산닭 판매장이다. ‘비위생적이다’, ‘혐오스럽다’ 등 논란의 소지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산닭 판매장의 개선점을 모색키 위해 찾은 대만 산닭 판매장은 말 그대로 ‘충격’ 이었다.

대만 기롱시의 한적한 길가에 자리잡은 산닭 판매장은 너무도 깨끗하고 청결해 방문단이 ‘대단하다’, ‘놀랍다’ 등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였다. 거미줄 한줄 없을 정도로 청결한데다 냄새 또한 전무해 이곳이 산닭 판매장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 판매장을 운영하는 박풍원 사장은 “6개월에 한번 정부가 산닭 판매장에 대한 위생을 점검해 인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토종닭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산업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산닭 판매장의 위생 관리는 정부 눈치 보기가 아니라 산닭 판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스스로 청결에 정성을 쏟는 것”이라며 “산닭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임에 보답키 위해서는 청결한 위생관리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 나선다는 소식을 접해야 마지못해 움직이는 국내 산닭 종사자들이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 토종닭 유통시장 재정비 시급
이번 대만 방문길에서 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들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말만 들었던 대만 토종닭산업의 발전상 자체가 놀라웠을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이라는 거대한 유통시장, 토종닭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 전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는 산닭 등 방문단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비자들의 신임에 보답키 위해 먼지하나 없이 청결하게 산닭 판매장을 운영하는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은 국내 환경과 천차만별 차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국내는 ‘복’ 시즌이라는 유통 성수기를 기점으로 가격 진폭이 큰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막대한 토종닭 유통량을 자랑하면서도 연중내내 토종닭 가격의 큰 변동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종닭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사자들 스스로 역량을 확대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강화돼야 하는 것이다. 마지못해 하는 것과 스스로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토종닭 산업 발전은 결국 스스로 노력하는 종사자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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