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화 생활개선중앙회장

20여 년 전, 남편을 따라 지금의 우리가족이 살고 있는 이곳에 귀농을 할 때만해도 농촌은 넉넉한 인심이 살아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두레와 계를 통해 농사일과 마을일을 하였으며, 월 1~2회 정도는 마을 대청소와 하천 청소를 하곤 했다. 비록 개개인의 주거공간은 협소하고 불편하였지만 새마을 운동을 통해 우리들의 공간인 마을과 하천 등은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었었다.
그러나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농촌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개인의 공간은 편리하고 아름답게 변하였으나, 내 공간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간인 마을과 하천 등은 나와 우리가 아닌 국가가 가꿔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월 1~2회 정기적으로 하던 하천 정비와 마을 대청소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그러다보니 동네 어귀, 농수로마다 쓰레기와 농약빈병이 뒹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농촌진흥청에서 전개하고 있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은 농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이다. 20여 년을 농촌에서 직접 보고 겪어온 것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간과하기 쉬운 몇 가지를 얘기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은 첫째, 농업인의 자발적 참여와 자립적 의지가 필요하다.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농업인 자신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에서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오직 우리자신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삶터가 되도록 객관적인 시각으로 운동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둘째,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계승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문화란 삶의 자취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그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는 살아 있는 것이므로 상대적인 평가가 될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것도 좋지만 조금은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우리의 전통을 조화롭게 잘 계승시켜 나가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삶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셋째, 자연경관을 보존하되 서두르지 않는 운동이어야 한다. 과거 우리의 새마을 운동이 비록 성공적이기는 했지만 서두르고 획일적이다 보니 부분적으로 잃은 것도 많았다. 우리의 아름다운 초가가 한꺼번에 사라진 것과 마을마다 이어져 내려오던 풍습이 미신이라는 미명하에 모두 사라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요하고 소중한 것부터 챙겨나가야 한다.

이러한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리농촌 현실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농촌지역은 국제결혼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의 계승이 시급하다. 농촌지역 여성리더로 구성된 생활개선회에서는 전국 다문화가정에 1천여 명의 생활개선회원들이 멘토 역할을 통하여 우리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익혀 농촌생활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친정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각 시군별 생활개선회에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중 농약과 화학비료 덜 쓰기,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실천, 쌀 소비촉진을 위한 쌀 중심 한국형식생활 실천 및 아침밥 먹기 운동, 절기음식 실천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지역공동체 생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의식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농촌은 우리 국민의 67%가 은퇴 후에 거주하고 싶은 곳으로 손꼽힌다. 즉 농촌은 우리 농업인들만의 거주공간이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지치고 힘든 우리 국민 모두가 옛 고향의 정취를 느끼며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야 하는 사명을 우리 농업인이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영예로운 사명을 우리 농촌리더인 10만여 생활개선회원들이 앞장서서 이끌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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