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결혼이민 여성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인과 결혼하지만 결혼 후 남편이 무일푼인 것을 알고 큰 좌절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해 1년간 결혼이민자 135명(여성 121명, 남성 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혼상담 통계를 발표했다. 상담에 응한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중국이 78명으로 가장 많고, 필리핀 22명(18.2%), 베트남(11.6%) 등의 순이다.

통계에 따르면 결혼이민자들은 이혼을 결심하는 주된 이유로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51.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 받았을 때’(34.7%)를 들었다.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가족갈등(28.2%)과 경제갈등(23.5%)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경제적 기대치를 한국인 남편들이 충족시키지 못해 빚어지는 갈등이 크다는 것이다.

상담에 응한 여성 결혼이민자 가운데 남편의 보유 재산이 전혀 없다는 응답이 59.5%(72명), 남편의 월수입이 전혀 없는 경우도 62%(75명)에 달했다. 남편의 월수입이 100만~200만원인 경우가 26.5%(32명), 100만원 미만은 4.1%(5명) 였다.

교육수준 별로는 외국인 아내의 경우 고졸 이상이 72.7%였지만 한국인 남편은 고졸 이상이 49.5%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외국인 아내들 중에는 본국 친정 형편이 어려워 생활비 송금이나 이전 결혼으로 태어난 자녀 양육을 위해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소개받은 것과는 달리 결혼 후 남편의 경제 여건이 열악한 것을 알게 돼 가정 파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상담위원은 “대부분의 외국인 아내가 경제관념이 뚜렷한 반면 일부 한국 남성은 일단 결혼만 하면 된다는 심산으로 자신의 경제적 상황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인 남편이 가정법률상담소에 상담한 경우 전체 17건 가운데 ‘악의적 유기’(31.8%)와 ‘결혼 의사 속임’(28.6%)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담소측은 “외국인 아내가 애초 결혼 의사가 없었지만 한국 입국을 목적으로 들어와 계획적으로 가출했다고 호소하는 한국인 남성 상담자가 많다”면서 “이 경우 한국인 남성들은 소개비조로 중개업소에 지급한 비용을 되돌려받지 못해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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