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멍든 농민 절규, 여의도 하늘을 덮다

올해 들어서 가장 추운날 한해 농사를 정리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아스팔트위로 상경한 농민들이 ‘쌀값 대란 해결’과 ‘협동조합개혁쟁취’를 목청껏 외쳤다. 

서울 여의도 공원에 모인 3만여 농민들이 일제히 피켓을 들고 정부를 규탄했다. 여성농민들도 함께 참가해 ‘농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350만 농민들의 피맺힌 절규가 지난 17일 여의도 하늘을 뒤덮었다. 여의도공원에 모인 3만여 농민들은 생존권 쟁취를 위해 ‘쌀값 폭락의 해결책 제시와 협동조합이기를 거부한 농협의 개혁’을 강력히 외치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여는 마당에 이어 열린 본 대회에서 김경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앞서 지난 달 20일에 열린 전국여성농민대표자대회에서 삭발투쟁을 한 머리 모양 그대로 나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대선 당시 농가부채동결특별법과 농어민소득특별법 제정을 약속해 놓고, 지금 지키고 있나· 말만 번지르르 하게 또 한번 농민을 우롱했다”면서 “농가소득을 보장하지 않고 이렇게 거듭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의 저항의 물결이 청와대를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말로는 친서민 정책을 편다면서 부자들만 세금 깎아주고, 4대강 사업에 모든 예산을 쏟아 붓고, 각종 서민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대통령 한 명 잘못 뽑아서 고생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냐”고 현 정권을 맹비난했다.

■ 전국농민대회 농민들의 요구사항
ㆍ인도적 대북 쌀 지원 즉각 재개와 제도적 뒷받침 방안을 마련해라
ㆍ생산비를 보장하고 물가상승을 반영하는 쌀 목표 가격 산정과 직불금 제도 보완
ㆍ저소득층에 대한 쌀 현물지원을 확대해라
ㆍ대형마트의 저가미 판매 및 시간 교란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라
ㆍ공공비축 매입량을 60만톤 수준으로 확대해라
ㆍ식량 자급률 목표치 설정과 중장기적인 소비확대 대책 마련 등 추가 대책을 수립해라
ㆍ현재 농협중앙회 자본금 전체를 농협경제사업연합회에 전액 배정해라
ㆍ농민조합원(농민단체 대표, 지역조합대표)-농협중앙회-정부가 참여하는 책임있는 (가칭)  농협사업구조개편위원회를 설치해 농협 신·경분리 이행방안을 마련해라



결의문 요약


오늘 우리 350만 농민들은 이곳 여의도에서 피땀 어린 절규를 모아 투쟁을 선포한다.
일년 내내 뜨거운 땡볕아래서 땀 흘려 지은 쌀은 생산비도 보장 되지 않는 헐값에 수매 되며, 농협은 주인인 농민은 철저히 소외된 채 농협을 저들 입맛대로 구조를 개편하려 하고 있다.

예부터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농민값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쌀은 어느 새 천덕꾸러기 신세다.

특히 3월부터 농민들은 수확기 쌀 대란을 우려하며 정부가 책임있는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이명박 정권은 “쌀 대란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해오다 쌀값폭락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8월말에서야 부랴 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그 대책은 근본은 외면한 채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하고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떠들어대고 있다.

작금의 쌀값 폭락. 쌀 대란의 가장 큰 원인은 대북 쌀 지원 중단으로 인한 재고미의 급증에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해마다 40만톤에 달하는 물량이 대북지원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되어 왔지만 2008년부터 중단된 후 약 80만여톤의 쌀이 재고물량이 되어 창고에 고스란히 싸여있다.
농협중앙회의 주인은 농민이다.


농협중앙회는 협동조합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NH 은행으로 탈바꿈하려 몸부림치고 있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는 농민조합원이 아닌 농협중앙회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망발을 쏟아내며 농협중앙회의 반농업적이고 반농민적인 사업구조 개편안을 용인하려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은행이 아닌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본연의 임무는 조합원의 이익 증대에 있으며, 돈 장사가 아닌 조합원을 위한 경제사업에 있다.

이 나라 농업은 농기업이나 자본을 위한 것이 아닌 350만 농민을 비롯한 국민의 것이다. 정부는 하기에 쌀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협동조합을 올바르게 개혁하는 것과 함께 농민을 위한 농업정책수립을 펼쳐주길 바란다.


전국농민대회 현장 발언 전문

충남 논산 이길성 여성농업인


안녕하십니까? 저는 충남 논산에서 올라온 이길성이라는 여성농업인입니다.
저는 지금 시설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농업 현실은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의 마음도 너무 아프게 합니다. 바로 저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논산에서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저는 우리 시설 농가들을 한숨짓게 하는 사실을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연탄의 소비자 가격을 개당 403원에서 489원으로 21% 인상해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면세유도 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생산비의 3~40%를 차지하는 난방비용이 늘어난다면 우리 시설채소 농가들은 농업을 포기 해야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농민과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여러분들은 체감하십니까? 이렇게 어려운 농민과 서민을 소 닭 보듯이 하는 정부가 과연 우리의 정부인지 절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안 오르는 것이 있다면 농산물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우리 농민들도 국민이며, 특히 여성농업인들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이 땅의 어머니입니다.
생명산업을 천대하는 나라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농민들이 생산하는 것을 제값 받고 팔아주는 것이 협동조합의 역할인데 면세유 수수료를 포함해 각종 수수료만 챙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보화가 발달한 시대에 조합원의 정확한 경영정보를 파악하고 우리 조합원이 어떤 작목을 재배하는지, 재배 면적은 얼마나 되는지, 생산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고 취합하여 제대로 된 데이터 구축만해도 우리 농민들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 추운 날씨에 이곳까지 올라와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겠습니까.
서민을 위한 정부라 하고, 조합원을 위한 농협이라 한다면 희망을 잃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농민의 목소리를 귀담지 않는다면 항상 같은 일들이 반복 될 것이고, 우리 농업의 희망은 없을 것임을 경고하면서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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